1998-04-28 00:00
선·하주 외면… '텅'비어버린 광양항「컨」부두
과감한 광양항 활성화 방안 수립, 대대적이 홍보 절실
수심·배후시설문제 납득가는 해명있어야
해양수산부는 부산항과 광양항을 중심으로 하는 Two Port System을 통해 앞
으로의 우리나라 항만개발계획의 청사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1단
계 사업이 완공된 광양항은 벌써부터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돼 선사들이 광
양항의 기항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
MI)의 박태원 부연구위원과 함께 광양항 현지를 방문, 항만개발 및 운영상
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향후 광양항의 활성화 방안을 취재했다.
정부가 부산항과 함께 동북아 중심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5,169억원의 사
업비를 들여 지난 12월 개장한 광양항 1단계 컨테이너부두에 첫 시험기항을
계획했던 머스크·시랜드사가 광양항 입항을 무기 연기했고 현대, 한진,
조양상선 등 국내선사들도 항로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구체적인 입항계획을 연기하고 있어 개장된지 5개월이 지나도록 단 1척의
선박도 기항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주측은 선사들의 기항 스케쥴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광양항 이용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부두 운영사측은 이용 하주가 없어 화물이 없
다보니 부두만 존재하고 항만부대업이 자리잡고 있지 않아 선사들이 기항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선사들은 더블콜링의 어려움과 추가비용
의 발생 등을 이유로 광양항 기항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따라 해양부는 최근 부산항과 광양항을 동시 기항하는 선박에 대해 오
는 99년까지 부산항에서도 선박입항료, 접안료를 100% 면제해 주겠다고 발
표하는 등 광양항 활성화를 위한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해양부는 광양항 준공이후 6개월을 기다렸으나 광양항 기항선박이 없자 끝
내 광양항 단독기항을 어렵다고 판단, 광양항을 개발할 때 부산 감만부두와
묶어 "끼워팔기"로 선사들을 끌어들인 아이디어를 또다시 활용해 선사를
부산·광양 동시기항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또 부산항과 광양항 동시기항시 부산항 입항 때도 하주에 대
해 화물입항료를 100%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같은 광양화 활성
화 대책은 곧 고시 시행할 방침이다.
광양「컨」부두 개발현황
광양항의 컨테이너부두 개발사업은 총 3단계로 나누어 5만톤급 21선석, 2만
톤급 4선석 등 총 25개 선석을 건설하여 연간 552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대형 컨테이너항만으로 개발하는 것이며 컨테이너부두 서편에는 1만톤급 3
선석과 2만톤급 3선석의 일반부두를 배치하며 율촌 동편에 6선석을 배치하
도록 계획되어 있다.
컨테이너부두 개발사업에 소요되는 총 사업비는 2조 1,748억원으로 이중 정
부가 5,052억원을 투자하고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이 부두운영수입과 채권발
행, 차관 등으로 1조 6,696억원을 투자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작년 12월5일 개장한 1단계 광양항 컨테이너부두는 5만톤급 4선석의 규모로
서 야적장을 포함하여 약 84만㎡의 배후부지를 갖추고 있으며 연간 96만TEU
를 처리할 수 있는 하역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준공된 4개 선석은 부
두건설을 위해 부두건설 채권을 매입했던 한진해운, 현대상선, 조양상선,
대한통운 등 4개사가 각각 1개 선석을 운영하고 있다.
선사·하주 반응 유보적
그러나 선사들이 경제성을 이유로 기항을 피하고 있어 개장된지 5개월이 지
나도록 단 한척의 컨테이너선도 기항하지 않고 있는데다가 국내 대형하주들
도 광양항 이용에 대해 소극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등 많은 문제점들이
노정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하주사무국이 최근 10개 지역단위별 물동량이 많은 상위업체
61개사에 대한 광양항 이용관련 하주동향조사에 따르면 생산공장 소재지별
로 호남권을 제외한 수도권, 충청권, 강원권 소재하주들의 경우 응답자의
절반이하 또는 1/3미만만이 이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산
항을 배후에 두고 있는 영남권 소재 하주들은 대다수가 이용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용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하주들의 경우도 호남권을 제외한 상당수가 개장
즉시 이용보다는 사정을 보아서 이용하겠다고 답해 호남권 중심의 지역항
만 위상을 크게 탈피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고 밝히고 있다.
또 광양항으로의 전배가능 물량에 대해서도 이용계획이 있다는 응답자의 대
다수가 취급물량의 절반이하 내지는 1/3미만의 물량만을 전배시킬 계획이라
고 응답, 소재지별로 호남권을 제외한 여타지역 소재 하주들의 경우 상당수
가 향후 광양항으로의 전배 가능 물량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같이 광양항 이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선사들의 기항스케쥴이 불투명
하다는 공통된 지적외에 도로, 철도 등 배후도로의 내륙수송환경이 취약,
입주기관의 부족, 과운송비용 추가부담 등이 지적됐다.
한편 선사들 역시 광양항 이용에 대해 비용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서로 근접해 있는 부산항과 광양항을 둘다 기항하는
더블콜링은 선사들에게 큰 부담을 준다며 광양항 기항에 매우 유보적인 자
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선사들은 무엇보다도 하주들의 화물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광양항의
배후지 시설의 조기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선·하주에 각종 혜택 제공
반면에 광양「컨」공단과 광양시측에서는 컨테이너세, 화물입항료, 육상운
송비, 항만임대료와 하역비 등 항만비용이 부산보다 저렴하며 향후 부산은
점차 비싼 항만이 될 것이고 광양은 점점 싼 항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잇달아 운영사측에서 광양 컨테이너 부두의 수심을 문제삼아 광
양「컨」부두 기항이 어렵다고 하고 있으며, 일부 언론사에서도 광양항의
낮은 수심과 배후수송망 미비를 들어 국내 및 외국선박들이 입항을 꺼린다
는 기사와 관련해서 부산항과 광양항의 항로수심은 똑같은 상황이지만 그동
안 부산은 많은 선박들이 입항을 한 상태이고 광양은 그동안 입항이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 차이점이라며 광양항의 경우 5,500TEU급 선박이 당장 입항
하는데 조금의 장애는 있겠지만 입출항이 가능하고 앞으로 계속 준설을 할
예정이어서 선박이 입출항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고속도로·철도 등 내륙운송면에서 호남권 및 대전이북 권역의 하주는
광양항을 이용하는 것이 부산항을 이용하는 것보다 거리상·비용상 유리하
며 월 1천TEU를 처리하는 업체가 경인지역에서 광양항을 이용할 경우를 전
제할 때 부산항 이용시보다 시간절약 뿐만 아니라 운송비용을 월 8천8백만
원, 연 10억5천6백만원의 절감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해상운송 거리면에서도 광양「컨」부두는 국제기간항로와 동아시아 중심에
위치하여 있고 특히 환적화물의 발생지로 볼 수 있는 중국항만과의 운송거
리가 짧아 해상운송거리에 있어 상당히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광양항은
예·도선 구간이 다소 긴 문제점이 있으나 예·도선료 인하 등의 조치를 한
바 있다.
이밖에도 광양「컨」부두의 조기활성화를 위해 항만이용 비용을 대폭 낮추
는 등 이용자인 선사·하주에게 과감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어 경쟁력을 확
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사측에서 보면 선박입항료 및 접안료를 99년까지 전액 면제하고 있으며
예·도선료도 20% 인하 적용하고 있다는 것. 즉, 4만G/T급 선박이 기항하여
1,500TEU를 처리한다고 전제할 때 항차당 광양항이 부산항에 비하여 6배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주측에서 보면 화물입항료가 99년까지 전액 면제되고 컨테이너세가 폐
지됐으며 무료장치기간이 연장된다는 것. 아울러 온도크 운영으로 오프도크
이용에 따른 추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무역중심항의 잠재력 보유
한편 취재에 동행한 KMI(한국해양수산개발연구원)의 박태원 부연구위원은
총사업비 5,169억원을 들여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신항만이 기항선박 하나
없어 고가의 장비들과 함께 사장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
고 강조하고 하루속히 선사들이 기항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각종 유인책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광양항은 국제무역중심항으로의 발전가능성과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
고 있으므로 광양「컨」부두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현안 문제점들을
한시라도 빨리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선 좀 더 큰 폭의 유인
책들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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