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7 09:16
여수, 7전8기 값진 승리
파리낭보…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확정
민·관 하나돼 사하라 모래바람 잠재워
“여수, 꼬레아”
27일 새벽 3시30분(이하 한국시간) 멀리 프랑스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의 여수가 모로코의 사하라 모래바람을 잠재우고 오는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를 확정지었다.
이날 새벽 파리 팔레 드 콩그레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142차 세계박람회(BIE) 총회에서 여수는 개최지 결정 결선 투표에서 총 140개 회원국 중 77개국의 지지를 얻어 유력한 경쟁자였던 탕헤르(63표)를 제쳤다. 이로써 올해 인천과 대구광역시가 2014 아시안게임과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각각 유치한 데 이어 또 한번 국제대회를 성사시켰다.
제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여수가 발표되는 순간, 파리 현지의 300여명의 대표단은 물론,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 모인 1천여명의 응원단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특히 총회를 며칠 앞두고 BIE 신규가입국이 급증하고 모로코 국왕의 각국 국가원수와의 교섭을 통해 한국 지지국이 일부 돌아섰다는 루머가 파리 현지에서 돌면서 여수의 승리를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있어 그 기쁨은 더욱 컸다.
이번 쾌거는 5년전 2010 세계박람회 유치를 두고 중국 상하이와 4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석패한 여수가 권토중래 끝에 이루어냈기 때문에 더욱 값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2012 세계박람회 유치성공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정부와 지자체간 효율적인 역할분담은 물론 현대자동차 등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지원으로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효율적인 유치활동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실패 이후 여수승리에 대한 낙관적인 분석을 배제하고 총리를 중심으로 한 범정부적인 유치활동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IPCC의 노벨평화상 수상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바다에서 그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여수박람회의 주제(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가 선진국은 물론 지구온난화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개도국들에게도 크게 어필한 것 또한 유치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 경쟁국의 신규가입 전략에 대해 조용하되 실질적인 맞불작전을 구사하는 한편, 여수에 대한 네거티브 홍보 전략에 대해서는 한국의 경제력과 국제행사 개최경험, 여수세계박람회 주제의 적실성 등 우리나라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구사한 것이 BIE 회원국들의 표심을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국제행사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는 오히려 올림픽, 월드컵을 더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2년 5월부터 3개월간 여수세계박람회가 개최될 경우 10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4조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기대되며 약 9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 또한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도로, 공항, 철도 등 인프라 시설 확충을 위해 약 7조7천억원, 박람회 부지 및 시설조성에 1조7천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며 박람회장을 중심으로 한 여수 인근에는 호텔, 리조트 등 박람회 참가자 의 숙박시설 건립 등을 위해 민간에서 2조원이 투자될 계획이다.
모든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그동안 개발이 낙후되었던 여수를 비롯한 남해안 일대가 세계적인 해양관광 및 레저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함은 물론, 해양을 주제로 한 박람회 개최를 통해 해운, 항만, 수산, 해양자원개발 등 우리나라의 해양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프랑스 파리가 박람회를 통해 세계적인 관광·예술·패션·문화의 중심지로 탈바꿈했고, 1980년대 중반까지 소도시에 불과했던 캐나다 벤쿠버가 박람회를 통해 태평양의 관문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때문에 박람회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명실공히 개최지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경제올림픽이라 할 만 하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까지 약 4년여가 남았다. 일반적으로 국제행사 유치부터 개최까지 길게는 10년 가까이 여유가 있는 것에 비하면 여수세계박람회의 준비기간은 매우 짧은 편이다. 여수 승리에 마냥 도취 될 수 만은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성공적인 2012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위해 현재 유치활동 중심의 조직을 박람회 준비조직으로 조속히 재편할 계획이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는 가능한 한달 이내 법적으로 해산하고 2008년 하반기 조직위원회 발족 이전 과도기 조직으로서 ‘2012여수세계박람회 준비기획단’을 주무부처인 해양부에 설립해 박람회 부지조성, 전시관 기획 업무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올림픽, 월드컵 등 타 국제행사의 경우에도 유치성공후 효율적인 사업집행을 위하여 유치위원회를 해산하고 준비기획단의 과도기간을 거쳐 조직위원회를 발족시킨 바 있다.
아울러 정부는 준비기획단 운영과 원활한 사업집행을 위하여 2008년 사업예산을 조기에 확보함은 물론 가칭 '2012여수세계박람회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박람회 부지조성 등 시설건설과 함께 유치활동시 박람회 유치논리의 하나로 제시되었던 '여수프로젝트'와 '여수선언' 등 박람회 관련 사업의 구체화 또한 시급한 과제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신뢰확보와 여수세계박람회가 1회성 행사가 아닌 인류에 값진 유산을 남기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노력과 함께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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