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2 09:59

한국해운이 이뤄낸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집화능력 우수, 지식기반산업은 열위
>>> 한국해운이 이뤄낸 것은 무엇이고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KMI 정봉민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외항해운기업의 입장에서 국제경쟁력을 정의한다면 “한국의 외항해운기업이 국제해운시장에서 나타내는 외국선사에 대한 집하경쟁력과 국내 해운시장에 침투하는 외국선사에 대해 나타내는 저항력” 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한국 외항해운기업의 국제경쟁력은 적극적으로 삼국간 항로에 진출하는 능력이라는 측면과 소극적으로 국내 수출입항로에 진입하는 외국 선사에 대한 저항력의 측면을 모두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삼국간 운송실적은 한국 해운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입화물 수송의 경우는 단순한 가격 및 비가격경쟁력의 확보뿐만 아니라 인적 연고나 타 부문 거래사의 관련성, 애국심에의 호소 등으로 인해 적취 가능한 여지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수출입화물과 관련이 없는 제3국간의 교역화물을 수송하는 것은 해운기업의 국제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서비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국간 수송 60% 수준

한국선사의 전체 외항수송량에 대한 삼국간 운송비율은 2003년 기준 61.6%로 일본선사의 23.0%에 비해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선사의 경영이 글로벌화되고 있음을 나타냄과 동시에 국제경쟁력이 일본선사에 비해 높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삼국간 수송비율의 추세를 보면 한국의 경우 1970년대 50%를 상회했으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는 20~30% 수준으로 낮아진 후 2000년대에는 다시 60% 내외에 달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따라서 삼국간 수송비중을 기준으로 판단할 경우 한국 해운기업은 1980년대 들어 경쟁력이 다소 낮아졌으나 최근에는 다시 회복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해운기업들의 외국선박 용선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도 우수한 화물집하능력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한다. 외국선박의 용선은 집하능력(세일즈 능력)이 보유 선박 규모를 초과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2006년 말 기준 한국 선사들이 운항하고 있는 선복량 6,400만여 GT가운데 용선선복량은 4,900만여 GT로 약 76%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의 선사들은 국제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의 우위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한국 외항해운산업의 발전과 관련해 몇 가지 부정적인 측면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운경영의 채산성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높은 금융비 부담 등으로 인해 일본 등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채산성의 연도별 등락이 심해 경영의 안정성이 낮다는 점 등이 지적될 수 있다.

또 한국 해운기업들의 보유 선복량 증가세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도 문제점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한국 해운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선복량의 국가별 세계순위도 과거 10여 년간 9위권 내외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점들은 표면적인 것이며 시간의 경과에 따라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한국 해운산업에 있어 무엇보다 심각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지식, 기술기반의 발전 기반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해운중개, 해상보험, 해사 중재, 법률서비스, 선박금융 등 해운관련 보조서비스업의 발전이 극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분야는 고도로 지식집약적인 서비스로서 막대한 부가가치의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한다. 런던의 경우 선대(fleet)와 항만물동량의 세계적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해운물류활동의 세계 중심기능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의 확보 및 이를 바탕으로 한 해운물류 클러스터(cluster)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 수익 미숙

또 선박 매매를 통한 수익의 창출이라는 측면에서도 한국의 해운기업들은 극히 미숙한 실정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그리스 선주들은 해운시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를 기초로 필요한 시기에 선복을 확보함으로써 많은 이윤을 남기고 있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그리스 선주들의 신조선 발주는 해운불황으로 신조선가가 극히 낮았던 1990년대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00년까지 거의 마무리됐다.

그리고 이들 신조발주 선박들은 해운시황이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든 2002년을 전후해 대부분 완공됨으로써 2003년 이후의 호황을 맞아 막대한 선가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에 반해 한국 선주들은 신조선가가 최저수준에 달했던 1990년대 말~2000년 중에는 신조발주 실적이 거의 없었으며 시황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선가도 폭등한 2003년 이후부터 신조발주를 본격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한국 해운기업들은 우수한 화물집하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 점에 대해서는 관련 종사자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해운산업 전반을 볼 때 지식기반의 성장기반을 갖추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즉 발로 뛰는 부문에서는 성공을 거뒀으나 머리를 쓰는 부문에서는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한국이 진정한 해운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런던을 벤치마킹한 지식, 기술 기반의 해운산업 발전 기반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특히 우수한 전문인력의 양성 및 관련산업 클러스터의 구축이 한국 해운산업 발전의 전제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코리아쉬핑가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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