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2-05 11:19
21세기 농산물 신유통의 신기원
1월 개장, 유통구조 개선 기대
지금 서울 양재동 농협 물류센터에서는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의 일대혁
신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시금
석이 될 농협 양재물류센터는 지난 1월13일 개장한 이래 기존 도매시장과는
전혀 다른 패턴의 신유통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13일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농산물물
류센터를 준공하고, 15일부터 물류센터, 20일부터는 직판사업인 하나로클럽
의 운영에 들어갔다.
정부가 2004년까지 농협을 통해 전국적으로 총 16개소를 개설하려고 계획중
인 농산물류센터의 시동이 걸리는 순간이다.
연간 73만톤 보관능력 갖춰
지난 95년 12월29일 착공, 작년 12월29일 완공된 농협 양재동물류센터는 대
지 2만4백20평, 건평 1만7천9백32평의 대규모 물류센터로서 총사업비는 2천
1백6억원이 소요됐다.
주요시설은 지하층(9천9백14평)에 주차장과 저온창고, 기계전기실 등이 입
지해 있으며, 1층(5천6백90평)은 농산물집배송장, 옥외배송장, 가공식품장
등의 도매시설과 하나로클럽의 직판장, 2층(6백25평)은 사무실, 전산실, 회
의실 등, 3층(1천7백3평)은 소분소포장실, 출하주대기실, 품질관리실, 문화
센터 등이 입주해 있다.
물류센터의 총 보관능력은 3천6백M/T(연간 73만톤)이며, 2천대의 차량을 주
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양재동 농산물류센터는 도매기능을 하
는 물류센터와 직판기능을 갖는 하나로클럽을 구분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물류센터의 경우 산지출하회원과 비즈니스회원을 대상으로 집배송, 저장,
소분소포장, 주문예약판매, 현장판매 기능을 하며, 년중무휴로 24시간 도매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하나로클럽의 경우 일반소비자회원을 대상으로 농산물 상자단위판매와
농산물 잔품처리를 주업무로 한다.
이곳 역시 년중무휴로 24시간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농협농특산 가
공매장, 화훼, 한약재 코너, 축수산 코너, 가공, 생필품코너 등이 있다.
농협유통의 계획에 따르면 양재동 물류센터의 경우 금년내로 3천억원의 취
급물량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되며, 하나로클럽은 1천1백억원의 물량을 취급
할 것으로 예상된다. 취급물량은 2천년에 이르면 물류센터에서 4천5백억원,
하나로클럽 1천6백50억원으로 총 6천1백50억원의 대단위 물량을 취급하게
되는 것이다.
도매·소매업무 겸비
농협 물류센터의 업무흐름을 보면 먼저 물류센터가 가맹 소매점으로 부터
매일 정해진 시간에 특정 품질 및 규격의 농산물을 주문받아 이를 토대로
필요물량 산정한 후 물류센터 품목담당자별로 전국의 산지에 발주한다.
발주받은 산지농협이나 생산자조직은 간이집하장과 포장센터, 미곡종합처리
장, 가공공장 등의 유통시설을 이용하여 발주받은대로 선별 포장하여 물류
센터로 출하한다. 물류센터는 산지로 부터 출하된 농산물을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여 거래처별로 분류 배송하고, 남은 농산물은 물류센터 한
쪽에 마련된 현장판매장과 하나로클럽에서 소매점이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판한다.
판매가 완료되면 산지와 거래처별로 대금을 정산하고 다시 주문접수와 산지
발주 과정을 반복한다.
한편 농협 물류센터의 가격결정방식은 경매로 가격을 정하는 도매시장과 달
리 해당 농산물의 수급상황과 출하자 및 구매고객이 원하는 희망가격 등을
고려하여 물류센터에서 적정수준으로 정한다. 특히 농협 물류센터는 거래처
로 부터 주문받은 물량을 기초로 미리 출하물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도매시
장에 비해 가격변동이 심하지 않다는 것이 농협유통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농협 물류센터의 거래방식은 다양하다. 먼저 산지와는 예약거래와 매취거래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예약거래는 물류센터가 거래소매점으로 부터
구입할 품목과 양을 미리 주문받은 후 이를 근거로 산지와 협의하여 상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예약기간은 거래품목의 특성이나 가맹 소매점의 요구에 따라 3개월, 1
개월, 1주일, 1∼2일 등으로 다양하게 정해진다.
최초로 예약판매 선보여
매취거래는 물류센터 책임하에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이다. 물류센터
는 농산물의 특성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이 두가지 방식을 병행한다.
소매점과의 거래의 경우 예약판매와 현장판매를 병행하고 있는데, 예약판매
는 주문거래가 가능한 대형소매점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방식으로 이를 위해
서는 물류센터와 소매점간에 미리 거래약정을 체결한다. 특히 농협 물류센
터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예약판매 방식은 출하물량의 사전조절을 통해 농
산물 가격을 안정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하는 거래방식으로서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상품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거래할 수 있도록 규격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장판매는 예약거래가 어려운 소형 소매점이나 요식업체 등을 대상으로 예
약 거래후 남은 잔여 농산물을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물류센터의 취급상품은 농수산물을 중심으로 거래처에 일괄구매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생필품도 취급한다. 양재 물류센터의 경우 청과물을 비롯한
신선 농수산물의 취급비중이 전체의 75%를 차지하며, 가공식품과 생필품은
각각 15%와 10% 정도이다.
농협은 농산물물류의 기계화와 표준화를 위해 센터의 작업과정을 기계화·
자동화에 주력했다. 이에따라 물류센터를 거치는 농산물은 모두 파렛트 단
위로 적재할 수 있도록 포장을 규격화했다. 이와함께 예상밖의 수급불안정
에 대비하여 저온저장고와 소포장 시설을 갖추어 소매점주들의 다양한 소포
장 요구에 대응했다.
상하역 기계화·전산화 확대
농협은 향후 물류센터의 운영에 있어서 도매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산지 출
하기반을 구축하여 농협 4백개, 영농법인 37개, 작목반 58개, 농업인 15개
등 5백10여개의 전속출하회원을 확보할 계획이며, 반가공품 및 PB상품 개발
, 수송체계 개선을 통하여 기존 도매시장과 차별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사업자 회원을 현재 3천명에서 금년내로 1만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
이를 위해 요식업소, 소매업자 등의 회원확보에 주력하고 농산물 순회배송
및 신용점포와 연계한 신용상품을 개발하여 용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한 특별판촉팀을 운용하여 대형유통업체와 계통조직을 대상으로 중점 판촉
활동을 한다.
특히 물류관리에 있어서 수배송 및 상하역의 기계화와 전산화를 추진하여
지게차, 파렛트를 활용한 기계화로 소요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하역체계
개선을 통해 출하비 부담을 경감할 계획이다.
또한 농산물을 죤별로 관리하고, 자동화창고로 운영하는 지하저온창고를 이
용 농산물의 보관관리 기능을 강화하여 선도를 유지한다.
이와함께 유통업체의 상품요구에 부응하여 소분, 소포장 기능을 부여하여,
1회 최대 소분 아이템수를 1백65개 품목으로 강화한다.
농협 물류센터의 장점은 기존 유통체제와의 차이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4시간 농산물 도소매
농협유통 측이 제시하는 기존 유통체제와 다른 특징을 들어보자.
첫째 산지에서 출하된 농산물이 한두시간 동안의 경매과정을 거쳐 중도매인
에게 넘어가면 사실상의 거래업무가 끝나는 도매시장에 비해 농협 물류센터
는 주문접수, 산지발주, 물류작업, 배송, 정산, 현장판매 등의 업무가 24시
간 내내 톱니바퀴처럼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누구든지 언제나 물류센터를
이용할 수 있고, 예약수의매매 방식에 의해 직접 가격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열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자체 점포에 대해 상품을 단순히 조달 공급만 해주는 일반 물류센터와
달리 농협 물류센터는 농협 점포보다는 주로 외부 소매점이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농산물을 판매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농산물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셋째 매일 시장 반입량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할 수 밖에 없는 도
매시장과 달리 농협 물류센터는 사전 예약을 통해 미리 출하물량을 조절함
으로써 농산물의 가격변동 요인을 최소화하는 예약거래방식을 채택하고 있
다. 또한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인해 거래 당사자간에 미리 정했던 가격을
조정해야 할 경우에는 상호 협의하에 이를 다시 조정할 수도 있다.
넷째 규격이나 품질이 달라도 일단 시장에 출하된 농산물은 모두 거래되는
도매시장과 달리 농협 물류센터는 소매점으로 부터 주문을 받아 발주한 바
로 그 품질·규격만 거래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섯째 예약거래를 통해
미리 가격수준과 유통물량의 예측이 가능하고, 소매점들이 주문한 품질,
규격수준을 파악해 산지에 신속히 전달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농협 물류센
터는 소비지 유통정보를 가장 빨리 제공해주는 정보센터 역할을 담당한다.
무엇보다도 농협 물류센터의 장점은 종래의 유통단계를 대폭 축소함으로써
농산물유통구조 개선의 선봉이 되었다는 점이다.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