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02-03 10:19

[ “무질서 경쟁을 질서있는 선의의 경쟁으로 만들어야죠.” ]

질적, 규모면에서 향상된 한국해운중개업발전위해 노력할 터

한국유니버살해운 이용기 회장

어느 겨울날의 편지

친구여!
음침한 겨울 구름이 하늘을 덮어 냉랭한 寒氣가 가슴을 파고 드는 이런 날

어느 한적한 뒷골목 포장마차에서 낙지 두어 마리 적쇠에 얹어 놓고소주잔
이라도 기울이고 싶소.
가슴을 열 수 있는 친구 또는 머린 긴 少女가 옆에 앉아 대작해도 좋소.
이 세상 온갖 고독을 혼자 짊어진 고독한 나그네처럼 혼자라도 좋소.
시가 떠오르면 더 좋지만 그냥 멍청하게 두꺼비를 비우는 벗도 그런데로 나
쁘지 않소.
거창하게 人生 철학을 논하거나 또는 오늘의 정치 현실을 또는 IMF에 대하
여 거품을 내며 열을 올리지 않아도 좋기 때문이오.
그저 조용히 오늘 내가 여기 있음을 고마워하고 이렇게 여유롭게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맹목”(?)을 만끽하면 되는게 아니겠소.
이런 멋없는 (또는 멋있는?)소주 파티의 향연에 뜻이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
주오. 눈이 오는 날이면 안성마춤이지만 비가 오는 날도 좋소.
하루하루를 즐겁게 넘길 수만 있다면 벌써 人生의 半은 성공한 거요.
아무쪼록 순간 순간을 즐겁게 살도록 노력하기 바라며,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오.

이용기 拜


- “이용기 회장님을 직접 만나뵙게 되니 평소 완고하시다는 주위의 평가가
의심스러워집니다. 회장님께서는 현재 한국 유니버살해운의 대표라는 직분
이외에도 한국해운중개업협회 회장으로써도 활동하시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최근 협회 회원사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
니까.”

“예, 주위에서 저를 차갑다거나 완고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요, 사실
일 마치고 함께 어울리는 자리에서는 누구보다도 사람들과 잘 어울립니다.
이상하게 사무실에 들어와서 업무를 보거나 공식적인 자리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경직되다 보니 그런 오해를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희 해운중개업협회는 91년 9월1일에 설립됐습니다. 7년6개월이 된 셈이지
요.
현재 56개사가 협회에 가입되어 있는데 현재 저희 협회의 가장 큰 고민거리
는 회원사보다 비회원사의 수가 많은데다가 또 그 숫자도 한정된 물량에 비
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취급물량이 적어져 업체들의 영세성을 초래하게 됩니다
.
해운중개업은 포워딩과 마찬가지로 배가 없어도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수가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협회회원사 56개사를 비롯해 비회원사가 76개사, 그리고 해양부에 등록도
하지 않은채 영업하는 회사까지 30∼40개사에 달해 총 1백70여개사가 이 업
종에 종사하고 있지요.
따라서 이러한 해운중개업체로써의 자격요건이 미달되는 회사들의 난립, 그
에 따른 폐단과 동종업체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기존업체들의 영세성 초래를
막기위해서라도 협회가입의무화를 통한 통제나 정부차원의 법적 제재근거
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해운중개소가 건립되면 협회 가입여건
이 갖추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협회는 이 해운중개소를 중심으로
통일된 용선계약서나 매매계약서를 만들어 이의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해운
중개업체의 난립을 막고 국제적으로도 질적, 규모면에서 제대로 갖춰진 한
국해운중개업의 향상을 도모할 생각입니다.
또한 정보의 후진성으로, 정보입수가 유럽이나 일본, 홍콩에 비해 매우 늦
은데, 앞으로는 정보의 선도화를 추진하고, 각 회사별로 부족한 부분을 보
완하는 상호보완적 M&A를 통해 경영의 합리화를 추진해갈 생각입니다.”

- “한국유니버살해운은 해운중개업외에도 선박대리점업, 그리고 복합운송
사업, 항만대표부 등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요, 주요 서비스와 사업내
용을 말씀해주십시오.”

“저희는 용선사업외에도 복합운송주선업, 선박대리점업을 맡으면서 유럽,
그리스, 튀니지,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지를 폭넓게 커버하고 있으며
호주와 중국에는 석탄을 수송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밴쿠버와 샌디에고
의 항만대표부를 맡고 있습니다.
한국, 홍콩, 일본, 중국 등은 밴쿠버 항만의 최고 고객으로 이 항구를 통하
는 수출물량을 지역별로 보면 일본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가장 많습니다.
한국유니버살이 밴쿠버항만 대표를 맡은 이후로 한진, 현대가 밴쿠버를 기
항하게 됐구요.
또한 샌디에고는 원래 미국해운본부가 있었던 곳으로 군사적으로 이용됐었
는데 동서 냉전체제가 와해되면서 군비축소로 인해 역할이 줄어들자 95년부
터 본격적으로 상업항으로 바꾸는 작업을 개시됐습니다. 현재 70%이상이 민
항으로 전환됐지요. 공항도 50%가 민항으로 전환됐고 현재 풀컨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중이며 시설투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기업들이 경기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성공적
인 회사경영을 위해 평소 생각하고 계시는 경영방식이라고 한다면…”

“사업을 하다보면 유혹이 많습니다. 달콤한 사업투자에 대한 유혹인데요,
자신의 능력이상의 투자는 과감히 뿌리쳐야지요. 만약 1백불을 가졌다면 50
불은 투자하더라도 나머지 50불은 꼭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안전을 제일 중요하게 여깁니다.”

- “회장님의 개인적인 모습은 어떠하신지 궁금한데요, 회장님방에는 도자
기, 조각등 각종 아기자기한 소품이 많아 구경할게 참 많습니다. 평소 수필
이나 시를 많이 쓰시고, 영화도 무척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최근 사모
님과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최근 함께 본 영화가 ‘마르쉘의 여름’이었어요. 다음번엔 ‘마르쉘의
추억’을 보려가려고 벼르고 있습니다. 주로 서정적인 영화를 좋아합니다.
수필이나 시는 시간 날때마다 끄적거려본 것이 상당히 되는 것 같더군요,
사실 그동안 써 놓은 것들을 모아 한편의 책으로 엮어볼 계획을 가지고 있
습니다.”

- “회장님이 쓰신 글이 어떤건지 너무 궁금해지는데요, 주로 언제 글을 쓰
게 되십니까? 그런 사색의 시간이 회장님의 건강비결은 아닌지 모르겠습니
다.”

“주로 토요일 오전, 평소보다 한산한 사무실에 들어설때 쓰게 되는 것 같
습니다.
특히 눈오는 날은 창밖을 보느라 일이 손에 안잡히구요, 하하.
저는 건강관리를 위해 25년전부터 일어나자 마자 냉수를 한 사발씩 마시고
있습니다. 예전에 위가 좋지않았을때 주위분이 권유해서 시작한 것인데 지
금은 위장이 상당히 좋아졌고 1주일에 한번씩은 등산이나 골프 등 운동을
꼭 합니다. 또한 커피대신 인삼차를 하루에 3잔씩 마시죠.”

- “회장님의 전혀 생각지 못했던 면을 알게 돼, 저로써는 뜻밖의 소득을
올린 것 같아 매우 기쁩니다.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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