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10-12 15:17
[ Logistics Policy Part - 기획취재 ]
물류관리사시험 끝난 후에도...
응시율 저조, 시험문제 왔다리 갔다리
제1회 물류관리사시험이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무사히 실시됐다. 41.6%의 저
조한 응시율과 종잡을 수 없는 시험문제 등 다분히 문제점을 드러낸 이번
전시회는 그러나 물류를 국민적 관심사로 끌어 올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험 현장스케치와 시험후의 반응을
살펴본다.
지난 9월28일 서울시내 48곳의 중·고등학교 및 대학에서 물류관리사 시험
을 실시했다.
이날은 오후 2시부터 ’98 프랑스 월드컵 진출을 위한 한·일전이 열린 날.
대부분 집의 텔레비젼 앞에 앉아 있는 듯 거리는 한산했다. 그런데 이날
물류관리사 자격시험을 치르기 위해 아침 일찍 해당학교로 모인 4만여명의
인파가 있었다.
본지는 시험장소중 하나인 구로중학교에서 시험보는 학생들과 이번 행사의
주무관청인 건설교통부 물류심의관실의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해봤다.
신청 7만2천명중 3만명 응시
구로중학교에서 시험 볼 인원은 1천7백명. 그중 6백8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
이번 물류관리사 시험 전체의 응시율이 41.6% 수준이었다고 하니 엇비슷한
수준인 것같다. 7만2천여명 중 응시자가 3만명도 안된다니...
응시생들의 직업은 학생, 회사원, 서비스 및 농업 등 다양하기만 하다. 특
기할 만한 사항은 응시생들 중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이
에 시험감독관은 융통성을 발휘해서 시험시작 바로 직전까지 교실에 도착한
수험생들에게는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날 구로중학교 운동장에는 40여대의 자가용이 있었다. 6백80여명의 응시
생을 고려해 보면 약 6백40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시험감독관 중 한명은 “지방에서 온 사람이 의외로 많았는데 그
들 대부분은 전날 서울로 올라와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또 취업준비생들이
많아서 학생신분이기 때문에 자가용을 몰고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시험이 끝나자 대구 사투리를 구사하는 10여명의 학생이 시험 전날 상경해
서 여관에서 1박했다고 밝혔다. 또 시험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답안을 제대
로 작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뒷풀이 없이 집(대구)으로 바로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에게 물류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이유에 대해 질
문을 하자 각양각색의 답변이 나왔다.
유통관련업에 진출하기 위해 자격증을 따려는 응시생. 또 취업을 위해 자격
증을 취득하면 전시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학생도 있다. 심지어
는 광고에 속아 교재를 구입한 것이 억울해서 시험을 본다고 언급한 수험생
도 있다.
수험생 “문제출제 기준이 뭐냐”
또 “여건이 허락하면 보편화되지 않은 물류지만 이번 자격증을 취득해서
물류업에 종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회사원도 있다.
이번 물류관리사 자격시험을 치른 후에 수험생들이 느낀 점은 대개가 비슷
하다.
한 수험생은 “시중에 다양한 교재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기
도 힘들었지만 이번 시험에서 제가 공부한 교재와는 전혀 다른 문제들이 대
부분이었습니다.”라고 항변한다.
또 “조금 더 열심히 공부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라는 ‘내 탓
이오’파 응시생도 다수.
어떤 수험생은 냉소적이다. “수험생들은 책을 위주로 공부할 수 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시중에는 부실한 교재가 많습니다. 현재 대기업의 부도
로 시중은행만 부실한 줄 알았는데 물류부문의 정보은행도 부실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실무위주에 대해 출제하겠다고 밝혔는데 실무개념이 어디까지인지 모호합
니다.”
“세부적인 것보다는 포괄적인 문제가 많아서 당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
중에 나와 있는 교재들은 세부적인 질문이 많았는데 시험에서는 덩어리문제
가 많아서 핵심파악이 어려웠습니다”
이번 시험 물류홍보에 순기능
제1회 물류관리사 자격시험을 실시한 후에 학생들이 요구한 내용은 세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다.
우선 문제를 출제하는 주최측에서는 정보은행 등을 운용해서 최소한 시험
출제 기준이 무엇인지 밝혀달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업측에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물류관리사 자격증 소
지자에게 물류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길 바라는 눈치였
다.
세번째는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가 실제문제와 차이가 많으니 이를 현실화
시키기를 기대했다.
한편 이날 구로중학교에는 지광식 물류심의관이 방문했다. 감독관을 격려하
고 사소한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이번 물류관리사 자격시험에 대한 지광식 물류심의관의 의견을 들어보자.
“제1회 물류관리사 자격시험에는 학생들이 주로 응시했습니다. 예전에 의
무고용제도를 기업측에 건의했는데 오히려 물류비만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
고 기업측에서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러니 취업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물류
관리사 자격증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정부의 입장은 물류관리사 자격증 시험이 국민에게 물류를 홍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지광식 심의관의 설명이 다소 길어진다.
“정부가 「물류」라는 용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94년 물류심의
관실을 만든 이후 국내 물류환경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류정책이
라는 것이 정책의 특성상 타임 갭이 큰데다가 물류는 SOC기반시설의 확충도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 다른 정책보다도 훨씬 타임 갭이 큽니다. 그래서 물
류관리사의 효용이 더 커보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물류정책의 결과가 국
민에게 인식되는 효과보다도 물류관리사를 통한 물류개념의 홍보효과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물류관리사는 새로운 취업로의 개척이라기 보다는 물류개념의 홍보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향후 물류가 사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분야라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럼 마포에 있는 총괄본부로 가야 하기 때문에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시중교육과 너무나 다른 문제
물류관리사 시험이 끝난 2∼3일 뒤, 본지로 몇통화의 전화를 받았다.
직장을 다니는 중에 이리저리 짬을 내 물류공부를 하고, 황금같은 일요일을
할애해 물류관리사 시험을 본 사람들한테서였다.
“시험을 보고 왔는데 답답한 마음에 뭘 좀 여쭤보고 싶어서요.”
“다른 사람들은 시험이 어떻다고들 합니까?”
“시험 문제가 영 공부한 것 하고는 다릅디다”
거의 대부분의 전화내용이 대동소이했다. 시험이 예상하고는 다른데 도대체
남들은 어떻답니까, 어디서 문제를 좀 구할 수는 없겠느냐, 혹은 출제위원
이나 시험문제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좀 알고싶다 등이었다.
특히 시험문제에 관한 한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우선 시험자체가
너무 어려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문제자체가 너무 길거나 요지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장황해 정말로 물류를 잘 꿰고(?) 있는 사람이 아니
면 제시간에 문제를 풀기 어려웠다는 말들도 많았다. 그리고 시중에 나와있
는 교재나 혹은 물류관련 교육기관에서 정작 중요하다고 배운 것하고는 조
금 동떨어진 문제들이었다는 신랄한 비평도 있었다. 그래서 도대체 어느 장
단에 춤을 춰야 할 지 모르겠다는 식의 말들도 나왔다.
물론 어느 시험이나 시험이 끝나면 말들이 많기 마련이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시험문제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주최측 의도대로 됐는지도
더구나 응시율 41.6%. 웬만한 시험 치고는 상당히 낮은 응시율임에 틀림없
다. 이 수치만 놓고 본다면 나름대로 물류관리사에 합격만 하면 당장 취업
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나 그냥 한번 신설된 첫시험이니 우선 치루고나 보
자는 식의 거품은 웬만큼 걷혔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그리고 남은 진짜
로 ‘생각하고’ 시험을 치룬 사람들에게서 나온 말들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첫 시험이니만큼 시행착오가 없을리없다. 난이도를 어디다가 두어야
할지도 애매했을 것이고, 어느만큼 합격자를 맞춰야 할지도 난제였을 것이
다.
그러나 최소한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참 좋은 문제였다’라는 말을
들어야 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너무나 큰 욕심일까.
당초 시험주최측은 이번 시험의 출제는 출제위원들이 다수의 문제를 제출하
여 중복된 조정하고 이를 시험문제로 한다고 했다. 또한 시험 전부터도 이
번 시험은 굉장히 어렵게 출제하여 합격자 수를 조정하겠다고도 했다.
이처럼 항의의 목소리가 큰 것을 보면 당초 주최측의 의도대로 됐는지도 모
르겠다.
글·김경원 기자/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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