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31 09:42

이제는 물류컨설팅 / (주)RFID코리아 강석현 전무

컨설팅 받을 줄 아는 고객이 되기 위한 조건

이제까지 물류컨설팅과 관련하여 주로 방법론, 하드웨어, 시스템, 적용사례 등 컨설팅을 제공하는 공급자의 입장에서 많이 소개가 되었으나, 관점을 바꿔서 고객이 컨설팅을 받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떻게 받고 적용할 것인가의 수요자의 입장에서 고려해 봐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옛말에 주인이 똑똑해야 머슴을 잘 부린다는 말이 있다. 물류컨설팅을 머슴에 비유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컨설팅을 의뢰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지명도가 있는 컨설팅회사에 우수한 컨설턴트들이 투입되는 것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고객의 사전 준비와 역할, 컨설팅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90년도를 전후해서 우리나라 기업에 물류의 개념과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할 무렵에는 물류현황을 진단하고 중장기적인 전략방향을 수립하는 것이 물류컨설팅의 주류여서 제안 요청도 구체적인 과제의 해결보다는 물류체계 전반의 개선방향을 개념적으로 요구하는 수준이었다. 반면에, 최근 들어서는 그 동안 기업물류체계의 운영과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서 다양한 이슈들을 경험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물류컨설팅을 통해서 특정한 과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수립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컨설팅 결과의 구현을 전제로 수행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객이 컨설팅 결과로 기대하는 수준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컨설팅을 의뢰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사후의 이행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한 점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첫째, 물류컨설팅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한다. 어떤 제안요청서를 보면 물류현황이나 제안서의 구성 요건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설명이 되어져 있으나, 정작 중요한 결과물에 대해서는 애매한 표현으로 제시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는 그 동안 대부분의 기업들이 물류업무를 주로 현장 운영위주로 간주하여 왔으므로 기존 운영체계를 잘 이해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노하우와 물류관리 인력을 갖고 있으나, 급변하는 기업환경 및 물류기술의 변화가 물류운영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물류체계를 점검하고 기획하고 이행을 체계적으로 경험한 물류전문 인력이 타 부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기업내부에 부족해서 기인하는 것이라고도 생각이 된다. 예를 들어, “물류거점체계 합리화”라는 표현과 같이 물류센터와 관련하여 무엇인가 이슈가 있지만 그것이 센터의 수·입지·규모·담당권역·기능, 제품의 공급경로·재고배치·운송방식, 물류센터 현장 Operation·아웃소싱 등 어떤 부문을 어떤 수준에서 해결 방안을 얻고자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비록 제안 요청과 컨설팅 회사 선정 과정에서는 과제를 구체화 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컨설팅 착수를 전후해서 세부 추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SOW (Scope of Work)를 반드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컨설팅 과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할지라도, 이에 대한 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일례로 물류센터 건립을 위한 레이아웃, 설비, 건축에 대한 상세 설계 컨설팅을 받는다면, 취급 품목(재고보유 혹은 Cross docking), 품목의 물류적 특성(중량, 부피, 적재패턴 등), 취급단위(파렛트, 박스, 낱개 등), 입출고 물동량 패턴, 재고보유 수준, 소분 여부, 입출고 차종, 센터 운영 시간대, 입출고 시간대, 향후 변화 요인 및 수준(품목 수, 물량, 센터 기능 등), 편익시설 유형 등과 같은 사항들이 사전에 정의 되어 있거나 적어도 컨설팅 수행과정에서 신속히 의사결정이 될 수 있어야만 센터의 상세설계가 주어진 일정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컨설팅
과정에서 이와 같은 전제 조건들을 분석하고 규정할 수 있지만, 이는 예상외의 시간과 공수가 소요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내부적으로 최대한 설정을 하고 컨설팅 과정에서 리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는 반드시 Full time의 내부 인력을 참여시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에는 TFT를 구성하여 전담인력을 배정하고 있으나, 경험자가 없다거나 인력이 부족하여 컨설턴트에게 모든 업무를 맡겨 놓고 산출물만 기다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최근 물류컨설팅의 주류가 전략 부문이라 할지라도 컨설팅 결과를 적용할 수 있는 실행 과제를 전제로 한 것이 대부분 이므로 컨설팅 과정에서 고객의 인력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추진 과정을 주도하거나 follow-up하는 데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심지어는 다시 새로운 사람이 결과를 review 함으로써 추진이 지체되거나 컨설팅 결과가 사장되기도 한다. 또한, 컨설팅 과정의 참여를 통해서 내부인력의 물류체계 분석, 개선안 도출, 성과 평가 등의 관리 skill을 습득함으로써 물류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넷째, 물류체계를 분석하기 위해서 물류업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계획이나 실적 등의 기초 자료가 준비되어야 한다. 물류부문은 기업 내의 가장 많은 transaction을 발생시키는 업무 중의 하나로 물류컨설팅 과정에서 다양한 차원의 대용량 데이터를 분석하게 되므로 과제와 연관된 자료의 가용여부를 사전에 점검해 두어야 한다, 부득이 하게 이러한 자료가 축적되지 못한 기업의 경우에는 해당 물류업무의 현상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대표성을 갖는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사이트, 시점, 대상 물품 등을 설정하여 컨설팅 과정에서 샘플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사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물류 전략 및 운영체계 구상에 영향을 미치는 영업이나 생산 부문에서의 전략, 계획 혹은 방침 등에 대한 사항도 점검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컨설팅 결과의 이행을 위한 부서간 협의체 및 추진주체가 구성되어야 한다. 물류업무가 기업의 조달, 생산, 판매의 인프라로서 물자의 흐름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개선방안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관련 부서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의사결정체계 및 추진 조직 하에서 관련 부문의 업무 및 의견 조율과정을 거쳐서 컨설팅 결과가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기업의 대부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물류부서의 권한과 책임만으로는 현업 수행 경험과 지식을 기여할 수 는 있어도 주도적으로 과제를 추진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를 갖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한시적이라 할지라도 조직적인 조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17년 가까이 물류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얻은 경험에 비춰 보면, 프로젝트의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는 고객의 컨설팅에 대한 대응태세가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컨설팅을 통해서 얻을 것을 분명히 규정하고, 이를 철저히 업무적으로 관리하되, 컨설턴트와 동반자 적인 팀웍을 이루면서 상호 신뢰를 갖고 수행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방관자적이고 비판적인 입장에서 컨설팅 과정을 지켜보고, 관리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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