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28 11:38

기획/항공포워더, 대형하주와의 물류 계약은 ‘양날의 劍’

대기업 항공화물 운송의 허와실
기업이미지 제고·현금유동성 확보위해 대형하주 거래 절실
턱없는 운임으로 자금사정 악화초래…사고나면 포워더 책임


한국의 5대 주요 수출품목은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 선박 등이다. 이 중 무선통신기기, 반도체, 컴퓨터 등의 품목은 주로 항공기를 통해서 운송된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등 소형 첨단제품의 수출증가에 힘입어 전국 공·항만중 인천공항이 부산항을 제치고 수출입(금액기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공항의 지난해 수출은 33% 증가한 828억달러, 수입은 22% 증가한 678억달러로, 부산항의 수출 821억달러, 수입 624억달러보다 각각 7억달러, 54억달러를 상회했다. 이로써 인천공항은 수출에서 부산항에 이어 만년 2위를 차지하던 기록을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무역의 최대 관문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같은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증가에 따라 공항을 통한 수출비중도 지난 2001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교부는 최근 고유가의 지속과 내수침체에도 불구하고 금년도 1/4분기 국제선 화물수송은 작년 동기대비 4.3% 증가한 62만2천톤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적항공사의 수송실적으로 보면, 전년 1/4분기보다 화물에서 대한항공이 5%, 아시아나가 7%증가한 29만6천톤, 13만톤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렇듯 항공을 통한 운송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가는 가운데 현재 항공포워더의 최대 관심사는 대형하주의 물류계약사가 되느냐 못되느냐 하는데 있다.

사업성패, 대형하주 유치에 달려

항공포워더 실적 상위 20위권에 랭크돼 있는 업체는 거의가 대형하주의 물량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실적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대형하주의 물량을 운송해야한다.

국내 항공화물 제조업체중 단연 선두로 꼽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이 두 업체가 매년 수출하는 물량은 국내 총 항공 수출물량에 30~35%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포워더 관계자는 “이 두 회사의 물량이 전체의 5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물류업체들이 생각하는 두 회사의 물동량이 막대함을 단적으로 나타냈다.

이 두 업체는 자체 물류회사를 두어 자가 물류를 하고 있는 형태지만 매년 일부의 화물을 물류계약사에게 아웃소싱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물류계약사는 매년 초 심사를 통해 약 13~14개 업체가 선정된다. 삼성전자의 물류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로지텍 관계자는 “우리가 선정하는 계약사 기준은 빠른 리드타임, 가격, 서비스, 업체의 인프라 등”이라고 말했다. 각 포워더별 물량기준처리량, 운임수준을 평가한 후 선별한다는 것.

삼성전자로지텍은 세계 각 지역마다 다른 포워더를 두고 있는데, 매년 계약사 변동률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물류업체들이 이들의 계약업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까닭은 꾸준한 물량 확보, 기업이미지 개선, 현금유동성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복합운송업체 A사 관계자는 “이들 기업이 대기업이다 보니 자금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도산의 위험이 있지만 이 업체들은 그럴 위험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대기업은 운임을 미루거나 하지 않고 제때 지불하니 현금유동성이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대형하주, 꾸준한 물량확보 강점

B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대기업이라서 좋은 점은 언제든 물량이 확보된다는데 있다”며 “비수기 때나 성수기 때나 일정하게 나와주니 우리로서는 비수기때 항공사에 물량을 확보해 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스페이스가 부족한 성수기 때는 스페이스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이득이다”고 말했다.

같은 관계자는 “대기업의 물량을 취급하면 기업 이미지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며 “다른 하주와 계약할 때 우리가 대기업 계약사라고 하면 훨씬 믿음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대기업 물류를 취급하는 물류업체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많은 물류업체들이 물량확보를 위해 삼성과 LG등 대기업의 물량을 확보하려고 하지만 정작 실속이 없을 수 있다.

“대기업과의 거래 자금사정 악화시킬 수도”

현재 포워딩을 운영하고 있는 K씨. 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견 항공포워딩업계 간부였다. 그는 “대기업의 물량을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자금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고 주장한다. 그가 전에 다니던 회사는 한 대기업과의 거래로 인해 자금사정이 많이 악화됐다는 것.

K씨는 주위에서 보면 대기업과 거래를 하기 때문에 운임을 좋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고 강변했다.

대기업의 경우 포워더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의 최소 운임만 책정해두고 있으며, 지금은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트럭킹 차지, 핸들링 차지 등 부과할 수 없어 고스란히 포워더에서 떠맡아야 했기 때문.

또 그는 “몇 년 전만해도 대기업이 매년 초 계약사를 선정할 때 비수기때의 운임으로 장기계약을 해 성수기때 수익은 커녕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가 지적한 기업의 경우 현재는 분기마다 물류업체와 운임계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분기마다 재계약을 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변동없을 것”이라며 “그들은 마켓 운임을 책정해 주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또 요즘엔 대부분의 대형 하주가 물류까지 맡다보니 복합운송주선업체들의 수익구조에 변화가 왔다고 지적했다. 예전 같으면 포워더는 하주에게 받은 물건을 환적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주가 급한 운송을 요청할 때도 중소기업의 경우 다이렉트 운송은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하주에게 추가운임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더구나 대기업의 경우 계약사 선정의 기준이 빠른 리드타임이어서 모든 물건이 다이렉트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동안 포워더가 해오던 수익 경로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항공복합운송업체 C사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항공사와 대형하주들의 직계약이 이루어지는 형태”라며 “이는 하주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항공사와 직계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동안 포워더의 고유영역으로 인식돼 오던 하주와 항공사 사이에서의 역할이 사라지게 돼 수익창출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형편이다. 앞으로 자구책으로 트럭킹이나 창고업쪽으로 개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대기업과 물류계약을 맺었던 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기업들이 주는 운임은 매우 적지만 그거라도 하려고 하는 업체들이 줄을 섰다”며 “현재 포워더들이 제살 깎아먹기 식으로 덤벼드는 거다”며 성토했다.

갑을 관계라 어쩔 수 없다지만...

하주와 포워더의 관계는 “갑을 관계일 수 밖에 없지만 대기업의 경우 워낙 큰 물량을 움직이다 보니 포워더로서는 부당한 처우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만일 사고가 발생한 경우 하주에게 일정부분 책임 소지가 있는 문제인데도 전부 포워더에게 떠넘기려 할 때도 있다”며 “포워더로서는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재계약을 못할 판이니 어쩔 수 없이 돈을 물어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으로서 물류비를 아끼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들의 경우는 좀 심한 것 같다”며 “분기별로 몇 조씩 벌어들이는 기업들이 너무 아끼려고 하니까 물류기업들만 점점 힘들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임이 아무리 낮다고 하지만 그 물건들을 잡아야지 국내 물류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포워더들이 몰려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수출항공화물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들의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당연히 업계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하나의 대기업 물량만 가지고는 수익을 낼 수 없으며 그 이외 하주들의 짐을 반드시 취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형하주와의 거래는 현금 회전률면에서는 이익이지만 항공사에서 주는 원가보다 싸게 운임이 책정돼 있고, 부대요율에 대한 보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 물량은 일단 운임은 적더라도 물량은 많아 항공사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며 따라서 본격적인 수익창출원이 아닌 성수기를 대비한 스페이스 확보의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의존도 높으면 위험할 수도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포워더는 서비스에 합당한 운임을 받길 원하지만 대기업 운임은 그렇지 못해 대기업만 상대하다가 만일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위험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기업과 계약한 물류기업들 중 대기업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은30~70% 정도로 다양하지만 거의 100% 물량을 취급하는 업체도 몇몇 있는 상황.

그는 또 “여러 포워더의 경우 대기업물량을 유치하려고 하나 조건에 부합되기 위해서는 인력, 장비, 비용 등 여러면에서 걸림돌이 많다”며 “대기업화물 유치가 겉모습처럼 그렇게 알찬 거래가 아닐 수도 있으며 물량은 많지만 그에 비례하는 수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수의 포워딩업체들은 포워더나 하주나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이둘의 관계가 갑을 관계이기 때문에 불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 포워딩업체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업체선정의 권리가 있고 대기업의 경우 물류비의 비율이 크니까 물류업체들에 큰 이익을 남겨주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업들이 운송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달라져 예전엔 모든 운송을 포워더에 일임했지만 현재는 자체물류 자회사를 소유하면서 물류 전반을 콘트롤하기 시작했다”며 “어차피 갑을 관계이기 때문에 포워더들의 불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항공사 관계자는 “포워더의 역량문제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포워더들이 서비스 질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운다면 외국의 글로벌 물류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대형하주와도 동등한 입장에서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로컬 포워더 입지 좁아져

한편 대기업의 계약사로 선정된 업체 대부분이 외국계 글로벌 업체인 것으로 나타나 국내 로컬 포워더들의 입지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계약사에 포함돼 있는 몇몇 국내 포워더의 경우도 유치 물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대기업화물유치에 국내 로컬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외국계 글로벌 업체들과 대결하기에는 자본력, 인프라 등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중견포워딩업체 관계자는 “앞으로는 로컬 포워더들이 대형하주물량을 유치하기는 더욱 힘들어 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경쟁력있는 포워더를 선택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에 뒤지는 국내 업체들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로컬 포워더가 살아가기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며 “국내에 글로벌 포워더가 없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포워더들이 힘을 가져야하는데 국내 포워딩 업체의 경우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해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항공포워더 운송실적 상위에 랭크된 업체 대부분이 외국계 글로벌 업체들로 이들이 대기업물량의 대부분을 취급하고 있다.

한 포워딩 업체 관계자는 “다국적 물류기업은 수출시 운임이 적어 큰 이익을 보지 못하더라도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도착지에서 수입을 볼 수 있지만 국내 로컬 포워더는 여건상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조씩 이익내도 물류비는 아까워”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 대부분은 대기업물량을 유치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국내 로컬 포워더의 경우는 대기업의 물류계약사가 되더라도 큰 수익을 내긴 힘들다는 얘기다. 앞으로 국내 포워딩 업계가 경쟁력을 키우지 않는 한 커져 가는 항공화물시장에서 설 자리를 계속해서 잃어갈 수 있다는 지적.

그는 또 “대기업이 어렵다면 물류업체들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낮은 가격으로 운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분기마다 수조씩의 수익을 내는 기업들이 물류업체에 사용하는 물류비를 너무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기업들이 물류업체들에 합리적인 운임을 책정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상황은 물류기업 자체가 취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뒤 “특히 국내 로컬 포워더들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우리 항공포워딩 업계도 어서 글로벌 물류업체에 버금가는 인프라와 자본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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