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4-13 14:07

부산항, 배후수송체계 저비용·고효율화 화급하다

중국 항만에 오히려 수도권 및 충청권 화물 잠식될 수도


부산항은 지리적으로 동북아 지역의 관문으로서 남북간의 철도가 연결될 경우에는 육지와 바다가 연결되는 동북아 중심항만으로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지리적 잇점으로 인한 풍부한 환적화물과 함께 수출지향의 우리 경제 구조상 연간 700만 TEU 이상의 풍부한 수출입 화물을 배후에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항만발전에는 매우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또 오늘날 3세대 항만 개념의 도입과 함께 초대형선에 의한 항만선택현상이 극명해지고 있는 세계 해운의 조류에 비추어 중심항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충분한 항만시설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점은 누누이 강조돼 왔다.

그러나 기존의 우리 항만 정책이 지나친 물량 위주의 경쟁에 치우치지 않았는가 하는 점과 이러한 개념 하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효할 것인지에 대해선 상당한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이미 2003년에 경험했듯이 상하이항과의 물동량에 의한 순위 경쟁에서 부산항은 5위권으로 밀려 났는데, 그 해 하반기까지도 무리한 상하이항과의 순위경쟁에 지나치게 매달리다가 상하이항은 물론 선전항에도 순위를 내어 주게 됐다. 또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과 함께 중국 항만들이 시설을 확장하고 있는 점도 부산항의 미래에 명암을 동시에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부산항 목표…여전히 동북아중심항인가

한국해양대 정영석교수에 따르면 처리물동량 중심으로 보면 세계 10대 컨테이너 처리 항만 중 아시아 지역의 항만이 1위에서 6위까지 상위권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화물 처리량으로는 이들 6대 항만이 모두 거대항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지만, 처리하는 화물을 내용별로 분석하면 환적항과 자국화물을 주로 처리하는 로컬항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중 싱가포르항과 홍콩항은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 지역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환적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상하이항과 선전항은 중국의 로컬 화물을 처리하는 항만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부산항의 경우에는 처리된 화물 중 환적화물의 비중이 2003년말 현재 34.9%를 차지하고 있다. 또 카오슝항은 과거 환적화물의 비중이 60%가량 되다가 지금은 50%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들 두 항만은 기본적으로는 자국의 로컬 화물이 상당한 주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환적화물의 물량이 항만의 규모를 더 크게 하고 있는 양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홍콩항과 싱가포르항의 경우에는 환적화물의 처리에 항만의 운명을 모두 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부산항이나 카오슝항은 자국의 수출입 화물이 주된 기능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항의 환적화물 중 주 대상이 되는 북중국의 칭다오항, 텐진항, 다렌항 등이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는 시점에서 여전히 환적화물에 의존한 중심 항만 정책이 실현가능한 것인지를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불과 2년 전에도 부산항은 상하이항과 경쟁해 환적화물 유치와 세계 3위의 컨테이너항을 지키기 위한 순위 경쟁에 전력을 기울여 왔지만, 상하이항은 물론이고 선전항에도 뒤쳐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공허한 목표를 설정한 것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도 중국의 칭다오항이나 텐진항은 향후 컨테이너 처리량을 700만 TEU, 1,000만 TEU를 목표로 하여 확장하고 있고 있다. 물론 이들 항만이 지리적으로 부산항에 비해 환적화물을 유치하기에는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이들 항만 주변의 중국 자체 물동량 만으로도 700만 TEU, 1,000만TEU라는 거대항만의 조건을 갖추는 이상 과연 선사들이 단순히 중심항-지선항 정책(HUB-SPOKE PORT)에 따라 이들 항만에 기항하지 않고 중심항에만 기항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는 부정적인 답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부산항에 버금가는 물동량을 가진 칭다오항이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다고 하여 선사들이 기항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부산항에서 이들 환적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한 선사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 될 수밖에 없다.

그 보다는 칭다오항에 직기항하여 화물을 우선 확보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것. 결국 장기적으로는 치들 항만의 화물은 부산항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이들 항만에서 처리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최근 칭다오항이나, 텐진항 등의 북중국 항만에 직기항하는 선박회사들이 늘어난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부산항이나, 상하이항, 칭다오항, 텐진항, 다렌항등이 동북아의 중심 항만은 되기가 어렵겠지만, 동북아의 거대 항만으로는 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개관적 기준에 의하여 부산항의 주된 기능과 보조적 기능을 재정립하고 이에 따른 발전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환적화물의 비중이 높을 뿐만 아니라, 국내 화물 중에서도 수도권화물이 31.3%, 충청권화물이 6.9%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산항과 이들 지역간의 내륙운송비를 절감하지 못하면, 오히려 중국의 칭다오항이나 텐진항, 다렌항 등으로 역이동할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점.

최근 부산항과 광양항 배후지에 일본의 물류센터의 유치 활동이 있었다. 이는 우리 항만당국의 활발한 마케팅 활동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일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값싸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선호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미 항만시설사용료 총액에 있어서는 중국의 항만들이 부산항보다 저렴하게 공급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중국의 환적화물 유치에 앞서 부산항의 화물 중 38.2%에 달하는 수도권 및 충청권 화물을 확실하게 부산항으로 계속 확보하는 정책이 우선 필요한데, 이는 결국 칭다오항 등 중국으로 이동하기 보다 싼 가격으로 부산항을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국내 물류비의 확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해륙을 연결하는 종합적인 물류 정책의 확립이 필요하다. 또 연안운송, 철도운송, 도로운송이 효율적으로 배분돼야 할 것이다.

항만산업은 값싸고 질 높은 서비스 수준과 함께 빠르고 효율적인 항만행정이 경쟁력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중심국가를 지향하는 국가 정책은 물류의 중심인 부산항의 활성화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국내외 기업과 선박이 부산항을 활동의 중심으로 삼기 위해서는 빠르고, 정확하고, 값싼 서비스의 제공이 무엇보다 필요한데, 이는 효율적이고 신속·정확한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항만 및 물류배후부지의 관리조직이 단순하고 명확하게 정립돼 있고 그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부산항의 경우에는 항만과 배후부지를 관리하는 행정조직이 해양수산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등 여러 조직으로 분산돼 있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이들 기관 사이에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기업, 특히 외국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도대체 어느 기관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관장하고 집행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행정조직으로는 동북아중심국가의 중심에 부산항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해양산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강화

세계화와 지방화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변화의 기류라고 볼 수 있다. 가장 세계화된 산업이라면 단연 해운물류 산업을 들 수 있다. 또 항만과 같은 물류산업은 지역의 발전과 연계하여 계획되고 이를 추진하지 않으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이와 관련된 많은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스스로도 해양산업과 관련된 자신의 역할을 확립하고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바다를 접한 지방자치단체들의 힘을 모으고, 공통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제1의 무역항과 수산항을 가진 부산의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역할을 인식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가칭 “해양도시협의회”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결집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것.

세계적인 규모의 항만도시로서 부산항만큼 물동량 유치 및 항만의 자연적·지리적 여건이 유리한 곳은 드물다.

그러나 부산항이 중국의 인접항만과 경쟁하며 그야말로 동북아의 중심항만으로 거듭 성장하여 세계적인 항만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물리적·자연적·지리적 여건 이외에 부산항이 좀더 편리하고 부산항이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인적·제도적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즉, 항만산업은 가장 개방적·국제적인 산업이라는 면에서 항만도시에서 금융시장과 국제적 법률시장이 성장하기에 좋은 여건은 없다는 것.

특히 국제적인 통일 규범이 지배하는 선박의 해상활동과 관련된 해사법의 시장은 부산에서 충분한 인적 자원과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과 교육특성화를 이룬다면 어느 지역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일본, 중국의 칭다오, 다렌, 텐진항에 앞서서 국제화된 법률체계를 구축하고, 변호사 시장을 개방하고, 우리나라의 해사법의 체계를 국제적 통일법 체계로 인식시키고,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면 우리나라는 영국의 런던에 이어 가장 큰 규모의 해사법 분야에 있어서는 준거법약관, 중재지약관을 이용하여 해결의 중심적 시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영국 런던의 예에서 보듯이 국제적 항만도시의 잇점을 살려 일찍이 개방된 법률시장, 해사법의 중심지로서의 노하우를 금융·보험시장에 연결함으로써 금융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해사법과 금융시장의 특징은 영어라는 국제적 언어의 사용이 용이하고, 이러한 언어를 사용한 법률문서 및 소송, 중재 등의 서비스가 원활하다는 공통점에서 출발했다는 것.

부산이 이러한 관점에서 인적,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 국제화·개방화된다면 역으로 부산항을 동북아의 물류 중심으로 삼는 국제적 해운기업이 증가하게 되어 오히려 부산항의 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부산항은 우리나라 컨테이너 화물의 78.9%, 전국 수산물 생산량의 42%를 처리하는 최대의 항만이다. 천혜의 지리적 위치와 우리나라의 수출입 물동량에 힘입어 급성장한 부산항이지만,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중국 북동부 항만들의 성장으로 인한 위험요인 또한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여건에서 현재와 같은 단순한 물동량 예측 중심으로 항만시설만을 늘리는 것으로는 동북아 중심항만의 실현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 질 수 있을 것으로 정교수는 언급했다.

정영석교수는 21세기 부산항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의 물류 정책을 몇가지 관점에서 다시 한 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부산항이 환적중심항인지 아니면 로컬화물 중심항인지에 대한 부산항의 주된 기능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두가지 개념이 양립할 수는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주된 기능이 어느 것인가에 따라 부족한 재원의 효율적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배후수송체계를 저비용·고효율화 하지 못한다면, 환적화물의 유치가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항만에 수도권 및 충청권의 화물을 빼앗길 지도 모른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셋째, 분산된 항만관련 조직을 단순화하는 항만관리조직의 정비가 필요하다.

넷째, 해양산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강화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가칭 “해양도시협의회”와 같은 지방의 목소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체제가 필요하다.

다섯째, 부산을 해사법과 금융·보험의 국제적 중심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인적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부산항을 동북아중심항만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한단계 발전된 발전 전략, 즉 국제화된 도시로 발전시킬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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