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6 16:45

환율 1천50원 붕괴..산업계 '초비상'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의 마지노선인 1천50원선이 붕괴되면서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산업계가 연말을 앞두고 긴급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중소업체들이 수출에 직격탄을 입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도 채산성 악화에 대비한 내년도 경영계획을 다시 짜고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일일 환율 변동폭이 급격히 확대되자 기준환율을 정하지 못한 채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달초만해도 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자 서둘러 내년도 경영계획 수정에 나섰으나 최근 환율이 바닥을 찾지 못하고 급락세속에 예측이 불가능해지자 기준환율을 확정하지 못하고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로선 삼성의 경우 내년도 새 기준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 수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내년도 사업계획 중 환율과 관련되지 않은 부분만 확정해 놓고 환율이 안정되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의 총 수출이 377억달러에 달해 환율이 1 00원 떨어지면 3조7천700억원의 수입이 줄어드는 셈이다.

삼성전자[005930]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프리미엄 가전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만큼 환율하락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비상대책을 세우고 있다.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수출이 1조2천억원 가량 줄어드는 만큼 1달러당 1천원에 서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서 환율 부분은 일단 손을 놓은 채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도 사업계획의 원.달러 기준 환율로 잡았던 1천50원선이 무너짐에 따라 기준환율 하향 조정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환율급락에 맞춰 이달 중순부터 이미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 현대차그룹은 제조업 중심의 사업 구도상 환율 하락에 대한 직접적 대응은 어렵다고 보고 생산, 영업, 일반 관리 등 분야별로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최근의 달러화 약세 흐름을 감안할 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원.달러 환율 1천원선도 불안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1천50원을 기준으로 작성된 부서별 내년도 사업계획이 거의 다 취합됐지만 이미 환율이 1천50원선 밑으로 떨어진 만큼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사업계획 기준환율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아온 전례에 비춰 내년도 기준 환율이 세자릿수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년이면 11월말까지 부서별 사업계획이 취합된 뒤 전체적인 조정을 거쳐 12월 중순께 확정되곤 했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내년 사업계획 확정 시점이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LG는 환율이 예상보다 훨씬 큰 폭으로 떨어지자 사내외 전문가들로 짜여진 금융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헤지비율 및 유로화 결제비율 확대, 외화예금.매출채권 축소, 외화수입 시기 조정 등 환리스크 대책을 크게 강화했다.

또 당초 12월이나 내년초 환율이 1천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마련한 대응책을 서둘러 재조정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수주 호황속에서도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선가 하락에다 환율마저 급격히 하락하자 채산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자 선물환을 통해 환위험에 노출되는 금액의 50% 이상을 헤지해뒀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보유 외환을 100% 헤지해두고 원화강세에 대비하고 있지만 수익감소는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섬유 부문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효성과 코오롱은 환율급락에 따른 당혹감을 감 추지 못하고 있다.

효성은 올해초 환율 기준을 1천120원으로 잡았으나 1천100원선에 이어 1천50원선마저 붕괴되자 내년 사업계획에서 기준환율을 얼마로 잡아야될지 재검토하고 있다.

환율 기준을 1천100원-1천150원으로 잡았던 코오롱[002020]은 수출 채산성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반면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단가 하락과 이로인한 원가절감 및 외상구입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고 있고 지출에서 차지하는 달러화의 비중이 60%에 달하는 항공업계 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어 타 업종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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