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0 17:02

친목모임을 찾아서/ 바다를 인연으로 동고동락한 모임 ‘해동회’

대한해운공사 출신 모임으로 20년 넘은 역사…끈끈한 ‘정’ 자랑
해운업 종사자는 여타 다른 업종의 사람들보다 정이 두텁고 그 인연도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 만큼 한번 맺은 인연은 모임을 통해 시간이 흘러도 더욱 돈독해 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이런 자리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업계 돌아가는 사정 등에 대해 대화의 시간을 갖는다. 본지는 해운업계의 모임들을 찾아 소개하고 업계에 대한 그들의 진솔한 생각을 들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순서로 결성한지 20여년이 넘는 ‘해동회(海同會)’라는 모임을 소개한다.

‘바다를 인연으로 동고동락해 왔다’는 뜻의 ‘해동회’는 1981년 6월 대한해운공사출신의 ’61년 동기생들이 주축이 돼 만든 해운업계 원로들의 모임이다.

현재 모임인원은 하영규 뉴욕뉴저지항만한국대표, 김유연 범진상운 사장, 이회승 KMI연구위원, 김병만 동주용선 회장 등 총 15명으로, 결성당시 그 인원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전정중 범아상사 회장, 고병우 오사카항만한국대표, 원찬희 RCL라인 동북아 지역 대표 등이 새로 입회했다.

20여년의 세월이 말해주듯 ‘해동회’의 회원들은 대부분 해운업계를 떠나 현재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해운업계 원로들로 모임에 소홀할 듯도 하지만 2개월에 한번씩 있는 모임에 대부분 회원들이 참석한다고 한다.

현재 해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전정중 범아상사 회장은 “우리 모임은 선후배 사이로 묶여 있지만 전혀 허물없이 서로를 대하며 20년 동안 모임을 하는데 아무 의견충돌이나 탈없이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모임이 오래도록 지속해 오는 이유를 그때 그 시절 한국해운업 대표회사인 대한해운공사의 자부심을 함께 느꼈던 동기들로 구성돼 일체감이 커 결속력을 다지게 됐기 때문이라고 전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는 일하는데 있어서도 인간적인 면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서로간 끈끈한 정으로 묶이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는 기계적, 사무적, 경쟁적으로 일이 처리되는 경향이 많다”고 안타까운 듯 말했다.

대한해운공사출신, 자부심 대단

해동회는 모임 결속력을 다지고 영속하기 위해 입회에 엄격한 자격요건을 두고 있다. 회원들은 물론 대한해운공사출신이어야 하며 거의 같은 시기에 근무(전후 3~4년차)해야만 한다. 하지만 이것이 입회 조건의 전부는 아니다. 전회원이 투표해 만장일치로 찬성해야만 최종적으로 입회가 허용된다. 이렇게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입회원을 선발하기 때문에 모임이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입회에는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지만 원래 모임의 시초가 입사 동기들끼리 소주 한잔에 회포를 풀며 만나던 것이 계기가 된 모임이니만큼 모임은 부담없이 이뤄진다.

대한해운공사 재직당시 선후배사이인 이들은 그 관계가 돈독하다. 전정중 회장은 기자의 사진촬영 요청에 거듭 손사래를 치며 “제가 이 모임에서 거의 막내급에 속합니다. 아무리 모임 회장이라고 하지만 제 독사진이 나가면 선배님들보기 민망하죠”라고 말하며 사양한다. 이 모임의 특징 중 하나는 나이순대로 회장직을 1년에 한번씩 돌아가며 맡는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회장이라는 직책에서 오는 권위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며 평등한 관계가 성립될 수 있다.

선후배 사이 각별해

모임에서 오고가는 대화는 주로 서로의 근황이나 대한해운공사 시절 추억 그리고 현재 해운업계의 사정, 업계 후배들 지원에 관한 것들.

전 회장은 “지금까지 해운업이 유럽, 일본 등을 중심으로 발전돼 왔다. 앞으로 한국을 제치고 중국이나 동남아 지역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말한다. 해운업계 원로로서 한국이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에 해운업계의 위상을 뺏기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나타내는 것. 그는 “한국은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운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해운업은 조선산업, 항만산업이 함께 발전돼야 하며, 전문인력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재는 해운업 일선에서 떠난 회원들이 많아 해운업계 돌아가는 사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나 업계에 특별한 역할을 행사할 목적으로 모임이 이뤄지진 않는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발전을 생각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결성된 지 20여년이 넘은 해동회. 지금은 해운업계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처음 가졌던 해운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끈끈한 동료애로 뭉친 그들은 현재 해운업계 원로의 위치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국내 해운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정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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