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25 16:42

해양경찰청, 국고낭비 10년 방치

창고 방치한 채 유지 보수비만 수백억 낭비




해양경찰청이 검증되지 않은 고가 첨단장비를 도입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막대한 국민세금을 낭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홍수 의원은 “지난 94년 3월 침몰선 인양 구난함으로 건조됐던 해경 3001함(3,268톤)의 경우 외국에서 도입된 고가 장비를 거의 사용해보지 못한 채 지난 10년 동안 창고에 방치했으며, 선상에 설치한 장비도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않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며 “이와 관련된 많은 의혹들에 대해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대로 추가로 밝혀 국민의 세금이 헛되게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수 의원실에 따르면 외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알려진 고가 장비는 자동선위 고정시스템(DPS-고장), 해저탐색기(SONAR-운용요원 부재), 무인수중카메라(ROV-고장), 살베이지(SALVAGE-작동 불가), 포화잠수장비(작동 불가), 유압강색인장기, 선체 고정 장비, 각종 와이어 커플머시인 기계 등이며, 함정 건조 이후 유지·보수비만 수백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

박홍수 의원은 14일 부산 다대포항에 위치한 3001함 장비 보관창고를 불시에 방문해 방치된 고가 장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창고 속 고가장비를 씌웠던 비닐이 삭아 만지면 부서질 정도로 오랫동안 방치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사실이 10년 동안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연근해에 침몰되어 있는 선박은 1,498척으로, 이 중 각종 유류 유출 등으로 해양오염이 예상되는 관리선박만도 16척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침몰 선박을 인양해야 할 3001함이 제 역할을 못함에 따라 해양오염과 그 위험성은 그만큼 높아진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해 해경의 한 관계자는 “3001함의 경우 할 말이 없다”며 “당초 준비되지 않은 계획을 무리하게 진행시키면서 검증되지 않은 고가 첨단장비를 장착했고, 이 첨단장비를 운용할 인력마저 제대로 양성하지 못한 결과가 예산낭비로 이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3001함은 침몰선 인양이라는 구난함의 목적을 상실함에 따라 사실상 수백억원 이상의 장비 손실액과 함께 이후 10년 간 운영 등 손실액을 보태면 함정 본래 목적에 대한 손실액은 1,000억원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홍수 의원실은 3001함과 관련해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94년 취항 이후 예산 집행 현황과 수리 내역 등에 대한 근거자료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확한 예산 낭비 내역을 산출하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해경의 한 관계자는 “3001함은 현재 본래 목적과 달리 경비 임무를 맡고 있으나, 이는 고육지책이기 때문에 그 위험성과 유지 보수비 등으로 인한 국가적 부담과 손실만 늘어날 뿐”이라며 “이번 기회에 특단의 조처를 내려 더 이상의 국고 낭비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수 의원은 “보안이라는 이유로 조직의 비밀을 감추려 했던 오랜 고질과 타성을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내면서 새로운 미래 해양경찰상을 정립해 나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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