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1-04 10:34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나는 물류인!”

(사)한국물류협회 서병륜회장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나는 물류인!”

우리나라를 물류선진국으로 만든다는 자부심
죽어서 물류인들의 묘역에 묻히는 것이 꿈

‘物流之道’

서병륜 한국물류협회 회장이 그의 저서 ‘물류의 길’에서 밝힌 것처럼 이 말은 지난 20여년동안 물류라는 외길을 걸어온 서 회장의 좌우명이다.
1984년 9월 1일, 당시 잘나가던 대우중공업(주)에 사표를 내고 서 회장 홀로 외로운 물류의 길에 들어선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에게 물류가 중요한 분야로 많이 인식되어 있지만, 당시 물류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은, 그야말로 ‘덤’의 개념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9년이 지난 2003년 10월 16일, 그는 코엑스 컨퍼런스 센터에서 개최된 제 4회 아시아·태평양 물류연맹 총회에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아시아태평양 물류연맹 회장으로 피선됐다.
피선후 서 회장은 ‘아시아 물류발전을 위한 노력은 물론, 한국이 동북아 물류중심국가의 리더로 아시아 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물류발전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2년 임기동안 회원국과 함께 한번 열심히 일해 볼 것’을 천명했다. 맡은 임기동안 APLF총회의 홈페이지를 새롭게 구축, APLF상임 사무국을 신설, 유럽·미주지역과 함께 Global Triangle Logistics System을 구축하고 신규회원국 확대사업에 힘을 쏟아 직책뿐인 회장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물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 물류업계의 창시자 등으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리고 있는 서병륜 한국물류협회 회장을 만나 그가 갖고 있는 우리나라 물류에 대한 생각, 현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 계획 등을 들어봤다.

APLF 회장으로 당선

물류와경영: 우선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APLF(아시아·태평양물류연맹) 회장으로 이번에 당선되셨는데요, 앞으로 APLF 회장으로서의 각오와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서 회장: 예, 감사합니다. APLF의 사명은 회원국 상호간의 정보공유와 기술이전입니다. 그런데, 회원국마다 물류전문인력이라던지, 물류관리·교류 수준의 차가 크다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물론, 한·일도 차이가 있습니다. 또 중국은 그것보다 더 차이가 나지요. 전체적으로 회원국들 중 한국이 2번째에 속하는데요. 역시, 이의 해결을 위해 보다 지속적인 교류를 추진하는 방법을 생각 중입니다. 물류가 발전할수록 물류교류가 확장, 공유되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이것은 기술을 전수받는 쪽은 물론, 전수하는 쪽에서도 충분히 얻는 것이 있습니다. 따라서 양쪽의 교류는 될 수 있는 한 많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아시아 공동 컨퍼런스, 아시아 전시회 등 앞으로 APLF 주관행사를 많이 늘려나갈 생각이며, 이와 동시에 웹을 통한 지원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물류와경영: 우리나라가 이번에 회장국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서 회장: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고속도로망이나 해운산업, 철도망을 볼 때, 물류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또 ‘IT강국’이라는 이미지도 이를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역동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강조할 생각입니다.

물류와경영: APLF회장국에 바라는 다른 회원국들의 기대는 어떠합니까?

서 회장: 일본 같은 경우는 우선, 회원국 수를 늘리고, APLF를 통해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연결하는 물류의 3각구도를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보다 선진화되어있는 일본물류협회에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이런 삼각구도를 해 나가자고 주장해 회원국들의 많은 주목을 끌었는데, 앞으로 사무국을 운영해 APLF 창립 초기부터 논의됐었던 물류교육과 공동연구를 차츰 실시해 나갈 생각입니다. 현재까지 중국과의 교류는 어느정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요청으로 한·중교육(교육, 커리큘럼)은 이루어졌으며, 제가 쓴 ‘물류의 길’ 책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 중국어로 번역해 관심있는 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물류와경영: 이번 물류혁신대회를 나름대로 평가해 주시죠.

서 회장: 우선, 물류 컨퍼런스가 물류에 관심있는 여러분의 참가로 성황리에 끝난 점은 성공으로 꼽고 싶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극단적으로 빈 컨퍼런스룸도 있었는데 이번엔 사람들이 많이 참석해 그만큼 높아진 물류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다만 국제물류산업전시회가 실패를 끝난 점은 좀 아쉽습니다. 매년 그래왔지만, 올해에만 적자가 한 6천만원 정도 났었는데요, 결국 이유는 제품 수준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시회는 신제품, 신기술이 나오는 자리인데, 매 같은 제품들이 출시돼 참가자들의 관심을 못 끌기 때문이지요. 적어도 매 3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시행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또, 전시회 기간을 줄이고 신제품과 외국기업을 많이 끌어들이는 것도 검토중에 있고요, 선진 외국 문물을 들여와 교육의 장을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는 등 종합적인 발전방안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일본의 경우 이 전시회가 제일 큰 수입을 차지할 만큼 대단합니다. 장차 물류산업전시회가 성공하는 시점이 바로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성공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류와경영: 물류혁신대회는 계속 이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서 회장: 매년 1년에 한번 시행하는 혁신대회를 봄, 가을 두 번으로 나눠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좀 더 시기를 두고 생각해야 하나 전체적인 계획은 그렇습니다. 내년으로 물류협회 창립 20주년이 되는데, 봄에는 물류컨퍼런스를, 그리고 가을에는 물류대상과 20주년 기념행사 등을 위주로 행사를 꾸려갈까 합니다.

물류와경영: 이번에 아시아·태평양 물류연맹(APLF) 총회가 역시 같은 기간동안 개최되었는데요.

서 회장: 아시아·태평양 물류협회 대표자 회의는 우리의 물류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가 회장직을 맡은 것도 사실은 마지못해 맡은 것인데, 그래도 이 사실 자체가 개인적 영광이자 우리나라 물류업계의 수준이 어느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임기(2년)내에는 회원국들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공동물류현안과 물류사업 발전에 대해 자주 만나 얘기할 생각입니다.
이번 총회에도 회원 9개국 중 6개국만 참석했는데요, 회원국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까지 총 3개국을 추가해 12개국으로 늘리는 것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는 돌아가자마자 물류협회를 만들겠다고 바로 약속을 하는 등 분위기가 매우 좋았습니다.

물류와경영: 회장님의 물류분야 경험을 토대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물류분야업계의 문제점과 그 해결책이 있다면 제시해 주시죠.

서 회장: 우선 가장 큰 문제점은 화주기업들의 자가물류 의존비율이 너무 높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또 화주의 발전이 곧 물류의 발전을 가능하게 합니다. 결국 물류분야가 바뀌려면, 화주기업의 인식전환이 우선인데요, 이러한 인식전환을 가능하게 하려면 물류업 종사자들이 화주들에게 자사에 물류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줘야 합니다. 보다 경쟁력을 강화해 물류서비스산업으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물류전문 컨설턴트의 양성이 필수적이겠고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 실력있는 물류전문 컨설턴트가 한 100명 정도가 양성된다면, 이 문제는 컨설턴트들의 활발한 컨설팅 활동에 의해 풀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3자물류가 어떻게 추진되었나하는 점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3자물류’의 탄생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류업계를 따라잡기 위한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지말았으면 합니다.

물류와경영: 한국 물류산업분야에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죠.

서 회장: 물류표준화를 진행한 10년동안 물류표준화가 10%에서 30%로 무려 20%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쉽게말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가고 있는 물류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이지요. 한국의 제조업은 이미 양적으로 팽창단계에 있습니다. 서비스업 즉, 산업의 서비스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저는 물류분야가 차후에 이러한 서비스인 다리(Bridge)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물류센터가 많이 지어져야 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우리나라는 독특하게 정부에서 이 물류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인 물류협회가 이러한 일들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민간단체라는 측면에서 민간교류의 주도적인 역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요. 다만, 정부에서 규제장벽을 좀 철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 외의 다른 역할은 그렇게 정부가 나서야 할 필요까진 없다고 봅니다.

물류와경영: 물류산업분야 인력의 수급방안에 대해 요즘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물류협회는 물류관리사협회와 함께 지난 5월, 건교부에 물류관리사자격제도 제도개선방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물류산업분야의 효율적 인력 수급방안이 있으시다면요?

서 회장: 아무래도 저도 이쪽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 관심이 가고, 열심히 노력하는 부분 중에 한 분야입니다. 전에는 건교부와 얘기가 잘 진행되어 고용의무제도를 추진하는 방안까지 검토되었는데요, 형평성을 고려한 법제처의 반대조치로 도중탈락하는 좌절을 겪기도 했었습니다. 물류전문인력 양성은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라 시일을 두고 장기적인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 전 국민이 물류분야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화물연대 파업을 통해) 따라서, 중·고등학교 경제과목에 물류분야를 넣어서 어려서부터 물류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도 필요합니다. 즉, 생활물류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그 다음에 물류부서(혹은 청)를 정부에 만들고 현재 산자부, 해수부, 건교부로 분리되어 있는 물류 관련 업무를 하나로 통합해 나가야 합니다.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물류분야 인력 수급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선 우리나라의 물류관리인력이 그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류관리사가 되는 것이 다가 아니라 현장경험과 또 이를 토대로 한 기초소양 TEST를 거쳐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최소 현장에서 10년 정도가 되어야 물류에 관한 고급 기술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험을 가진 이들을 특히, ‘물류기술사’로 인정하고 이들을 정부나 물류협회가 인증, 발표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류와경영: 회장님 개인적으로 활동하시는 분야가 상당히 넓은데요. 활동분야가 넓으신 만큼 그에 비해 얻게되는 장점이랄까, 혹은 단점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서 회장: 지금까지 중국어판, 영어판 그리고 한글판으로 ‘물류의 길’이란 책을 냈고, 현재 가지고 있는 직책은 Logistics All을 구성하고 있는 한국파펫트풀(주), 한국컨테이너풀(주), 한국로지스풀(주) 등 3개회사의 대표이사와 물류협회 회장, 파렛트협회 부회장, 로지스틱스학회 부회장, 농식품 신유통연구원 감사 등을 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직책들을 맡고 있는 이유는 순수히 물류에 대한 강한 애정 때문입니다. 책에도 썼듯이 한국물류연구원 그리고 이후의 물류협회 일들, 모두 제가 마냥 좋아서 시작한 사업들입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이제 물류에 대해 뭔가가 보인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물류분야를 바라보는 눈이 생긴 것이지요. 이런 것에서 느끼는 보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물류를 장차 세계적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합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처음 물류협회 소속이 경제기획원에서 시작되었었는데 지금은 교통부로 이관되어 그 분야가 좁아진 점,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물류 관련 일들로 바쁘다보니 가족들한테 시간을 많이 못냈다는 점등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물류와경영: 끝으로 회장님 자신의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은데요. 일적으로나 개인적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서 회장: 예전에 제가 물류분야에 처음 뛰어들었을 때, 저와 함께 뜻을 같이 했고, 지금도 같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물류동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동지들과 함께 충북 충주에 2만평의 부지를 공동으로 마련, 한국물류아카데미를 설립하였습니다. 저는 그 곳에서 물류분야에서 퇴임한 이들이 쉴 수 있는 물류사랑방, 인터넷 연계해 후배들과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나아가 물류박물관, 물류기념관, 물류전시관 그리고 물류인들의 묘역까지 추진한다고 하면 큰 욕심일까요? 그러나 꼭 이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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