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0-02 18:02

중국진출 국내해운기업 ‘중국내 각종규제’ 벽에 수익성·서비스 한계 드러내

공컨테이너 검역비 선사들 비용부담가중시켜...자국선사는 유리, 외국적선사는 차별
중국 해운통관관련 법령 숙지 필수



중국이 우리에게 그 문호를 개방한 지 10여년이 흘렀다. 지난 92년 한중수교가 공식 체결되면서 시작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교류는 위해라는 산동성의 자그마한 어촌을 성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관광산업도시로 탈바꿈시키기에 이르렀다. 주변 연태나 청도, 대련 등 산동 여러 도시들이 중국산업의 메카로 부상한 것도 한중교역의 결과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제조업체들의 활발한 중국진출과 양국선사들의 정기선 취항, 중국진출 포워더들의 삼국간 운송 및 핸들링 등 양국은 과거 이념대립을 무색케 할 만큼 10년새 둘도 없는 무역파트너로서 성장했다.
한편 한중교역에 따라 서비스가 시작된 한중항로는 부산~중국간 컨테이너선 취항에 이어 올해는 카훼리선의 독무대였던 인천항마저 컨테이너선이 취항하는 등 지속적인 서비스 증설과 선복투입으로 양국 선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다.
비록 물량에 비해 선복이 많다는 취항선사들의 속앓이는 있지만 세계의 생산기지인, 우리 제조업체들의 제1의 투자국인 중국의 넘쳐나는 물량을 비춰서 생각해볼 때 한중항로는 풍성한 잔칫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잔칫상을 마다할리 없는 운송사들의 속 마음을 반영하듯 선사들은 고질적인 선복과잉에도 불구, 신규서비스에 대한 의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매달 20%씩의 지속적인 물량증가에 힘입어 한중항로 서비스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북중국항로 취항 러시

인천/중국서비스는 범양상선이 인천∼청도간 항로에 ‘스티머스 프로그레스호’를 취항시키면서 본격적으로 그 닻을 올렸다. 범양상선은 20피트 컨테이너 445개를 선적할 수 있는 프로그레스호를 지난 6월 23일부터 매주 월ㆍ목요일 인천에서 출항, 수ㆍ토요일 청도 출항 방식으로 주 2회 정요일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뒤를 이어 한성선박이 그간 추진해왔던 인천~위해항로에 뱃고동을 울렸다.
한성선박은 인천~위해 컨테이너 정기항로를 7월 4일부로 개시했으며 화ㆍ토요일의 주 2항차 정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항로에 투입되고 있는 선박은 최신형 410TEU급 컨테이너 전용선인 ‘MV Tong Xin Quan’으로 안전성과 컨테이너 적ㆍ양하가 신속하게 처리되도록 설계돼 있다. 인천~위해항로는 한성선박 외에 장금상선, NBOS, 위동해운 등이 슬롯 차터(선복일부용선)형식으로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8월부터 한·중합작 상인훼리가 인천~상해항로(고려해운외 4사, 주1항차)에 250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해서 카훼리선사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국적선사들이 한중항로 서비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점검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해운시장에서의 중국도 우리에게 ‘둘도 없는 파트너’일까?”란 물음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아직까지 명쾌한 단언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이 취항선사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조심스럽게 ‘NO’라고 대답해야 한다는 선사들도 상당수 보인다. 아니 ‘NO’라고 대답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선사들이 현 시점에선 더 많을 듯 싶다.
지난달 25일 한국선주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한중 해운현안 개선을 위한 대책회의’ 결과를 보면 해운시장에서 중국은 아직까지 우리의 둘도 없는 파트너라고 말할 수 없다는데 무게중심을 두게 한다.

중국은 해운시장에서 ‘최고 파트너?’

이달 말에 있을 ‘한중해운회담’ 안건을 채택하기 위해 열린 이번 선주협회 대책회의에서 황해정기선사협의회를 비롯한 한중항로 취항 14개 선사는 현재도 중국항만이나 지자체에서 각종 규제로 영업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는 이날 회의에서 취항선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 중국항만에서 실시되고 있는 각종 규제의 벽에 대해 발표했다.
황정협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공컨테이너에 대한 통관비 부과문제, 공컨테이너 검역비 부과문제, 중국내 항만검수업의 독점, 통관 후 미선적 컨테이너 재통관 문제 등 중국항만은 아직도 개선해야 할 많은 잘못된 관행이나 규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기된 문제점들은 취항선사들이 현지 주재원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것으로 주재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면서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현안들인 것이다.
한때 조출료라는 것이 있어 취항선사들의 폐지요구에 따라 사라진지 2년여가 흘렀지만 아직도 여러 부당한 제도들이 계속 남아있는 것. 조출료 제도는 벌크선을 조기 출항시키기 위해 선사들이 지불하는 비용으로 중국은 정기 컨테이너선에도 이를 징수해 선사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한 항차당 몇 백 만원까지 징수되는 일도 있을 정도라 조출료 문제는 한때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에게 가장 악의적인 제도로 인식됐었다.
공컨테이너 통관비 부과는 선사가 외국에서 중국으로 공컨테이너를 반입할 경우 중국 항만에서 B/L건당으로 통관비(Custom Clearance Fee)를 징수하는 제도다.
국제교역화물 적재를 위해 중국에 반입되는 공컨테이너에 대해 반입시마다 통관비를 징수하기 때문에 비록 적은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선사들에겐 부담이 되고 있다. 현재 통관비는 B/L건당으로 징수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하지만 성(城)마다 규정이 달라 컨테이너당 징수된다면 선사들에겐 더 큰 비용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선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음으로 공컨테이너에 대한 검역비 부과문제도 들 수 있는데, 공컨테이너에 대한 검역비 부과는 통관비와는 달리 컨테이너 갯수당 징수가 되기 때문에 선사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야기하고 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검역비의 경우 실제 검역(방역) 여부와 무관하게 일괄적으로 검역비를 부과ㆍ징수할 뿐만 아니라 검역이 이뤄졌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므로 더욱 부당한 제도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검역비는 대련에서 처음 생긴 것으로 대련으로 반입되는 공컨테이너 중에 일부 오염된 찌꺼기가 발견됨으로써 항무국이 이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처음 도입된 대련의 경우 TEU(20피트 컨테이너)당 7위안, FEU(40피트 컨테이너)당 14위안의 검역비를 받고 있으며, 천진이 10위안/15위안을 TEU/FEU당 각각 징수해 가장 많이 부과하는 항만으로 조사됐다.

하자 컨테이너로 잘못 걸리면 큰코 다친다

검역비의 경우는 검역비 부과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추가로 예방성 검역이라는 것이 있어 선사들의 물류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청도에서 4년간 주재원 생활을 한 범주해운 한 관계자에 따르면 작은 벌레 한마리라도 발견될 시 그 선사 소유 컨테이너는 모두 일괄 훈증소독을 하게 된다.
이때 TEU당 150위안의 추가비용이 발생된다. 또 훈증처리를 위해 컨테이너를 리프팅하게 되는데 이때 리프트 온/오프비용이 발생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로 TEU의 경우 49.5×2위안, FEU의 경우 73.2×2위안이 현재 온/오프비용으로 징수되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현지 주재원들은 공컨테이너 반입시 해당 B/L을 각 컨테이너마다 작성해줄 것을 본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컨테이너 하나라도 하자가 발견될 경우 B/L상의 모든 컨테이너가 올-스톱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범주해운 관계자는 일례로 100개의 컨테이너를 하나의 B/L로 묶을 경우 하자 발생시 한화로 1000만원이 넘는 검역비를 징수해야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프랑스 모선사의 경우 대규모의 공컨테이너 반입 도중 중국 항무국에 오염컨테이너가 발견돼 큰 액수의 검역비를 징수당했다는 후문이다.
중국은 또 항만 검수업체의 독과점에 따라 선사들이 많은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중국은 전지역 각 항만관리기관 산하에 한두개의 검수업체가 항만 검수를 맡고 있다. 대련이나 닝보의 경우 시노트랜스 독과점으로 검수가 실시되고 있으며, 준화나 페나비코가 그 외 지역을 독과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주재원들 사이에 ‘중국 검수제도는 개판’이라는 거친 말이 나올 정도로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재원들은 간혹 검수과정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해 찾아가서 따져보지만 그래봤자 돌아오는 건 그들의 업그레이드 된 횡포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의 막강파워 앞에서 외국적 선사 직원들은 그저 묵묵히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재 중국내 검수업의 현실인 것.
독과점의 폐해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독과점 천국, 중국항만

중국은 항만쪽에서 독점 아닌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검수뿐만 아니라 파레트나 CY, 하역 등 모든 항만관련 부분이 독과점업체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역비나 각종 부대비용에서도 이해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취항선사측은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하역비 중에 포괄비란 것이 있는데, 항만에서 진행되는 모든 하역을 포함해서 일괄적으로 받는 비용이다.
그런데 선사측에서 개개의 내역을 통보해 달라고 요구해도 하역업체에선 말을 못해 준다고. ‘관례적으로 징수하는 것인 만큼 너희들도 내야한다’는 식인 셈. 또 TEU/FEU당 40/80위안씩 징수되는 서류발급비(D/F)의 경우도 국적선사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선사엔 B/L건당, 혹은 반입건당으로 징수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통관 후 미선적 컨테이너에 대해 재통관을 실시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국항만에선 컨테이너터미널 반입 후 통관을 마친 컨테이너가 선박 적재 스페이스 및 기타 사유로 선적을 못해 다음 항차로 선적하려할 경우 보세구역의 같은 장소 터미널에 이동하지 않고 대기중인 컨테이너를 재통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제도도 일부 중국선사에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천진항에서 컨테이너 lashing/unlashing비를 별도 청구하는 것도 한중해운회담 안건으로 제기됐다. 천진항은 입항하는 컨테이너선에 대해 항차당 9000위안의 래싱/언래싱비를 별도로 부과하고있다. 그러나 중국 태리프 제39조에 따르면 선박운임(lump-sum) 기본 하역비에 래싱/언래싱 서비스가 포함돼 있고 기본하역료 이외에 추가징수는 불허하고 있다. 천진항은 이런 태리프에도 불구, 별도의 추가 하역비를 부과하는 것.
한편 장금상선의 경우 중국의 연안간 공컨테이너 운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그간 외국적선사에게 금지됐던 연안간 컨테이너선 운송이 허용됐음에도(현재 부산~광양간 허용중) 중국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허용여부가 불투명한 것. 장금상선은 현재 각 항만 주재원을 대상으로 공컨테이너 연안운송에 대한 요청을 계속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교통부(MOC)가 외항선을 이용한 중국내 항만간 공컨테이너 운송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중국은 각 성의 독자적인 지자체가 확립돼 있어 각 항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MOC의 허용발표는 무용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
장금상선의 경우 공컨테이너 중국내 연안 운송에 중국 선사를 이용하는데 자사선 이용시보다 두배 이상의 운임이 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장금상선의 요청을 받은 청도항만청은 풀컨테이너의 연안 운송도 외국적선사에게 허용해 줄 것을 MOC에 요청했으나 이 또한 각 메인포트별 선사들의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문제라 결정여부가 불투명하다.

복운업체들도 힘들긴 마찬가지

복합운송업체들도 중국에서의 부당한 규제로 피해를 입고 있기는 마찬가지. 제조업체의 대규모 중국 이전에 따라 우리 포워더들도 현재 산동성을 비롯해 중국내 여러 지역에서 운송업을 진행 중에 있는데, 아직도 각종 불합리한 규정이나 일처리로 업무상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세관은 그야말로 ‘급행료의 본산’이라고 복운업체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통관절차가 한국에 비해 유난히 까다로운 중국 세관당국의 특징에 힘입어 급행료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각종 뒷돈 개념이 횡행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업계관계자는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말한다. 중국의 각종 제도적 규제는 너무나 엄격해 외국계 회사들의 진출이 무엇보다 까다로운데, 중국 관리들의 급행료 관행에 따라 이런 절차를 완화할 수 있는데 따른 말이다. 이처럼 중국의 까다로운 통관절차의 도입은 각종 특혜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색됐는데, 가공무역 관련화물의 통관에 특별히 엄격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세관이 보세창고와 보세공장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엄격히 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에 따라 임가공무역기업들은 세관에 등록되지 않고는 원자재 및 부품을 수입하거나 가공한 제품을 재수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 기업들이 등록을 받기 위해선 먼저 업종별 주무기관이 발급한 임가공허가서, 임가공계약서 등 관련서류사본을 세관에 제출하고 세관이 발행한 등록수첩을 받아야 한다. 등록된 기업들은 또 외국으로부터 원자재, 부품 등의 수입과 가공품을 재수출 때마다 그 내용을 등록 수첩과 임가공 수출 화물보고서에 기록하여 세관에 보고해야 한다. 가공목적으로 수입된 물자의 재수출기한은 원칙적으로 1년이며 세관의 승인으로 기한연장이 가능하다.

양국 호혜중심관계 맞나?

이렇듯 특혜의 악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일련의 조치들이 실제 적용에서는 업무편의비를 조장해 제도도입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한중간 교역이 원ㆍ부자재 수출과 그에 따른 중국진출 한국제조업체들의 역수출 혹은 제3국간 거래 즉, 임가공 무역이 대부분인만큼 하우스포워딩을 전담하는 포워딩업체들이 체감으로 느끼는 세관당국의 부당성은 더욱 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또 각 포트에 따른 통관 절차가 상이한 것도 중국만의 특색이다. 청도와 연태 지역은 그 어느 곳보다 까다로와 관련서류의 원본을 반드시 요구하며, 화물검사시 개봉검사를 원칙으로 한다. 한편 대련ㆍ위해 지역은 이보다는 덜 까다로와, 화물의 미개봉 통관이 원칙이며, 급행료에 대한 관행도 좀 덜한 편이다.
이런 포트별 통관 특성에 따라 진출 포워더들은 지사가 있는 지역에 따라 통관에 대한 견해가 다르게 분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중국측 통관시스템에 대해 절차와 과정의 엄격함을 들어 옹호하는 업체가 있는 반면, 아전인수식 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불합리한 각종 중국항만내 규정들에 대해 취항선사 한 관계자는 “애로사항이나 피해사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불공정한 규정들은 양국의 무역교류나 해운서비스 협력이 활성화되고 있는 최근의 현실에서 호혜중심의 관계를 해치는 것”이라고 힐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한중해운회담을 통해 매해 중국내 규제나 제도들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중국은 외국적선사에겐 그다지 열린 시장은 아니다”며 “외국선사들의 취항을 유인할 정책은 없을지언정 기존 선사들을 힘들게 하는 제도는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글·이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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