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05 19:34

해기사 병역대체복무제도 폐지시 해운기반 와해 우려

한국선주협회·해양연맹, 해운력 강화 심포지엄 개최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 실현과 세계 5대 해운강국 진입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운인력의 양성 및 수급체계를 대폭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해운력의 제4군화를 통한 국가안보 증강측면에서 해운인력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시급히 강구되어야 함은 물론, 해기사에 대한 병역대체복무제도인 산업기능요원제도가 2005년 철폐될 경우 우리나라 해운산업 기반이 급속도로 와해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선주협회(회장 장두찬)와 대한민국해양연맹(총재 유삼남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수산부, 목포해양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 한국해기사협회의 후원하에 지난 2일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공동개최한 「국가안보를 위한 해운인력의 제4군화 정책」심포지엄에서 한국해양대학교 김시화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이를 위해서는 병역제도의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해운은 ‘국가기간 산업’

김교수는 “21세기 ‘신 해양의 시대’에서 해양력이 곧 그 나라의 국력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면서 해운은 이제 국가안보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국가기간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히고 “해운력은 해군력과 함께 국가 해양력의 양대축으로서 ‘잘 훈련된 상선사관’을 육성하여 해운력을 강화하면 유사시 국가안보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는 국가에 부를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의 안보와 해운력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예로 걸프전쟁이 세계해운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19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함으로써 발발한 걸프전쟁은 대규모 병력의 원거리 수송 및 우회기동 등으로 유례없는 육·해·공군의 종합적인 현대전으로 기록됐다. 미국 부시 대통령은 그해 연말까지 52만 5,000명의 군대, 1,050만 중량톤의 물자를 수송하는 ‘강철의 다리’라는 수송작전을 강행했다. 이 전쟁 중 미국방성 산하 미군수송사령부의 MSC(Military Sealift Command)는 군사물자의 29%를 민간 해운회사에 의뢰했으며 그 중 컨테이너에 적입된 중추화물은 미국적선으로만 수송했다. 또 우리나라가 걸프전 중 해상교통로 안전비 명목으로 부담한 5억달러의 비용은 우리 해군의 경 항공모함 한 척을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한편 걸프전은 세계해운의 유조선 운임, 건화물선 운임, 정기선 운임뿐만 아니라 선박용 연료유가도 급등시켰다.
해운력이 유사시의 국가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확실한 예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또 “건국초 해운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 해운력이 오늘날 세계 8대 해운세력으로 성장한 것은 오직 인적자원, 즉 우수한 상선사관의 배출을 통하여 이루어진 결실이며 금세기 해양부국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한 해양인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며, 해기사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는 전문화된 해운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수단인 만큼 반드시 유지·존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기사 대체복무제도 유지돼야

그에 따르면 국가 안보를 위해 군대를 유지하는 안보정책의 수행은 직접적으로 ‘국가의 부’를 가져오지 않지만 ‘국가의 부’에 우선하는 ‘국가의 일’이며 ‘잘 훈련된 우수한 상선사관’을 육성해 해운력을 강화하는 ‘국가의 일’은 유사시의 국가안보를 준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화시에는 ‘국가의 부’를 축적해준다. 국가 해운력 강화를 위하 상선사관 병역제도는 국가안보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국가에 유익을 주는 제도다.
그는 또 “평화시의 국가 해운력 강화는 물론 전시 또는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적정수준의 상선대를 유지해야 하며 특히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환경,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구조, 부존자원의 절대부족 등으로 전시 또는 국가 비상사태시 국가 안보상 해운이 담당하는 역할은 지대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전액 국비지원으로 양성되는 고급인력인 상선사관이 의무복무기간(5년이내 3년 승선)이 끝나면 이등병으로 전역되는 현행 병역제도는 국가자원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유사시에 대비한 예비전력의 손실”이라며 “지난 1958년부터 33년간 시행한 바 있는 해군예비역복무제도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가 해운력의 기초가 되는 상선사관은 ‘국가의 사람들’로서 이러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긴 Lead time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한 번 허물어진 교육기반은 다시 복원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교수는 또 세계 해운력 5위권 진입을 통한 해양부국, 해양강국 건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제라도, 길게는 10년, 짧게는 7년동안 단절된 상선사관 제4군화 병역정책을 반드시 복원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삼남 대한민국해양연맹총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주제발표가 끝난 뒤 연세대학교 김달중 교수, 경기대학교 김현기 교수, 외교안보연구원 김태효 교수, 서강대학교 전준수 교수, 국방연구원 정주성 박사 등이 패널로 참석해 국가안보를 위한 해운력 강화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병역자원 감소를 이유로 오는 2005년까지 산업기능요원제도를 폐지키로 하면서 병역대체복무 대상 직종에서도 해기사를 제외함으로써 향후 해기사 수급난이 크게 심화돼 한국상선대의 정상적인 운항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지난 196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상선대규모가 10여만톤(총톤수 : G/T)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200여만톤으로 세계 상위권의 해운국으로 성장하였으며, 용선선박을 포함한 지배선단은 3,000만톤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 해운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오늘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고급교육을 받은 우수한 해기사와 양질의 부원선원 등 풍부한 해운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기사 수급불균형 날로 심화

그러나 지난 1980년대 후반이후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육·해상간의 임금격차가 좁혀지고, 선원직에 대한 3D업종 인식과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로 인해 해기사의 조기 이직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기사로 승선한 뒤 5년이내 이직률이 90%에 달하는 등 해기사 수급불균형이 날로 심화되는 추세다.
더구나, 오는 2005년 해기사에 대한 병역대체복무제도가 폐지될 경우 해기사의 수급난이 급격히 악화돼 해운산업의 존립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등 해양계 교육기관과 해운업계가 산업기능요원제도 폐지에 대해 이같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현재 외항해운업계에 종사(승선)하는 해기사 3,522명중 43%인 약 1,500명이 산업기능요원이며, 초급해기사 입사자 중 95% 이상이 산업기능요원으로 충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방부의 산업기능요원제도 철폐계획이 발표된 후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 운송학부 재학생들의 휴학 또는 자퇴가 부쩍 늘었으며, 해기사에 대한 병역대체복무제도가 계획대로 폐지될 경우 입시생들의 해양대학교 지원기피로 해기사 교육시스템이 와해되고, 해기사의 자질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함께 초급해기사의 수급난 악화로 우리나라 외항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이 크게 저하됨은 물론, 어렵사리 이룩한 세계 8위의 해운국의 신화가 일거에 무너지고, 세계 5대 해운강국 진입과 동북아물류중심국가 실현이라는 국가목표도 구호에 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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