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7-25 11:40
골드만삭스 “위안화 15% 저평가 됐다”
중국 자본수지 흑자규모 해마다 줄 것으로 전망
위안화가 평가절상을 시도한다해도 앞으로 1~2년 동안의 단기간에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또는 10% 이내 범위에서 소폭 절상되는 데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여부가 국제적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 LG경제연구원 김석진연구원은 ‘위안화 절상되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절상에 대한 주변국들의 주장과 그에 대한 중국의 대응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해 연말 이후 일본 정부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위안화 절상을 요구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까지 이에 가세해 위안화 절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중국에게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의 예를 따를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당시 엔화 가치는 1985년 9월에서 86년 9월까지 1년 동안 53%, 3년이 조금 지난 88년 12월까지는 무려 92% 상승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는 중국의 위안화도 크게 저평가되어 있으며 과거 엔화의 경우처럼 대폭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위안화 저평가 정도 크지 않아
지난 수년간 중국의 국제수지 상황을 살펴보면, 위안화는 확실히 저평가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은 막대한 무역수지(상품수지) 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에 힘입어 지속적인 국제수지 흑자(준비자산 증가)를 기록해 왔고, 특히 2001년과 2002년에는 자본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국제수지 흑자 규모가 급증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국제수지 흑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중국으로 유입된 달러가 유출된 달러보다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만약 중국 정부가 달러를 구매해 외환보유액을 늘리지 않았다면 위안화의 가치는 당연히 절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2002년 초 이래 달러가 약세 행진을 계속함에 따라 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위안화도 미국 외의 다른 교역상대국들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의 국제수지 흑자 및 외환보유액의 증가 속도가 지난 해 초 이후 급속히 빨라진 것은 이러한 위안화 약세에 힘입은 바 크다고 풀이했다.
위안화의 저평가 폭에 대해 보고서는 “시장환율의 적정성에 관한 어떤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라고 정확히 꼬집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적절한 추정모델을 이용해 개략적인 추정치를 제시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는 최근에 위안화가 15% 정도 저평가되어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은 바 있다. 이 추정치는 위안화 절상 압력이 존재하긴 하지만 절상 폭이 1980년대 중후반 엔화의 경우만큼 클 필요는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보고서는 그런데 적정 시장환율의 추정모델은 선진 시장경제를 전제로 개발된 것에 주의해야한다고 말한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에 대해 일반적인 판정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기 때문. 예를 들어 중국은 WTO 가입을 계기로 꾸준히 수입장벽을 완화해 왔는데, 이에 따라 무역수지 흑자는 점차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올해 1/4분기에는 7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앞으로 WTO 개방일정에 따라 수입장벽이 추가로 완화되면 무역수지 흑자 기조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중국은 자본시장을 자유화하지 않고 있고, 특히 자본의 유출에 대해서는 더욱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자본시장에 대한 통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해 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 계획이 실현될 수록 자본수지 흑자 규모는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 요인을 고려할 경우 위안화의 저평가 정도는 좀더 낮춰 생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향후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절상하더라도 절상 폭이 그렇게 클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중국발 글로벌 디플레 압력
미국ㆍ일본 등이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저평가된 위안화로 인해 글로벌 디플레이션과 미국의 막대한 무역수지 적자 등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일반적 여론은 “그러한 주장이 실은 논거가 취약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국제적인 위안화 절상압력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수출은 그 동안 급증세를 보여 왔지만, 세계 전체의 수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해의 경우 5.3%였고 올해는 6%대로 전망되는 등 아직도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또 2002년 對중국 수입이 미국의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8%, 미국의 GDP 대비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볼 때 중국이 저가 수출품 공세로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 아직은 과장된 것이라고 보고서는 풀이했다.
한편 2002년에 미국의 對중국 적자는 1천억 달러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對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가장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특정 국가와의 환율 요인보다는 투자율에 비해 저축률이 낮은 미국경제 자체의 구조적인 성격에 의해 형성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중국내 정치적 고려가 중요
현재 중국 정부는 당분간 현재의 환율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고 중국 국내 여론도 대체로 위안화 절상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이를 고려할 때 올해 안에 위안화가 절상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이후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허용할 경우에도 절상 폭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부실 국유기업과 낙후 지역 농촌·농업의구조조정을 원만히 실행하면서 이에 따른 거대한 실업 압력을 해소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유력한 방법 중 하나는 성장 잠재력과 고용 효과가 큰 수출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로서는 가능한 한 위안화 가치를 계속 낮게 유지하려는 정책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국 정부가 환율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 위안화를 대폭 절상한다면, 국내적으로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의 변경은 경제의 각 부문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위안화를 절상하면 수출가격은 올라가고 수입가격은 떨어지므로 수출기업과 수입경쟁 부문의 기업은 불리해지고 수입업체는 유리해진다.
또 위안화 절상시 외채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외채를 많이 지고 있는 기업도 유리해진다. 이처럼 환율의 대폭적인 변경은 국내 경제주체 간의 이익구조를 크게 변화시킴으로써 손실을 보는 부문으로부터 엄청난 불만과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는 WTO 가입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의 확대가 농업 부문에 미칠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의 농업에서도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앞으로 관세율이 점차 인하되는 데 더해 위안화까지 절상되면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크게 불리해질 수도 있다.
환율 변동폭 점진적 확대 가능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 안정을 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장기적으로도 현재의 고정환율을 유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중국은 1994년 환율제도 개혁 당시 관리변동환율제도를 확립했으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사실상 고정환율제로 전환한 바 있다. 그런데 중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리변동환율제도로 돌아갈 뜻을 내비치고 있다.
중국의 시장 개방 추세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고정환율제도는 너무 경직적이어서 보다 시장지향적이고 신축적인 환율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나치게 급격한 환율 변동도 역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소폭의 범위 내에서 환율 변동을 관리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가 유력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중국의 환율제도가 관리변동환율제도로 복귀할 경우 현재의 국제수지 상황에서는 위안화가 허용범위 내에서 소폭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994년 관리변동환율제도가 도입된 후 위안화는 1994년 1월에서 95년 6월까지 1년 반에 걸쳐 5% 가량 점진적인 절상을 했었다.
앞으로 위안화가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절상될 것인가 하는 점은 현재 위안화 환율의 기준이 되고 있는 달러의 움직임과 중국 및 주요 교역상대국의 물가상승률 추이에 달려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달러 약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위안화 절상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게 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게 되면 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위안화도 역시 다른 국가의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보이게 되고 그 경우 위안화 저평가 정도가 커지기 때문. 현재 달러화 환율의 향후 추이에 대해서는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 전망대로라면 위안화 절상 필요성도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각국의 통화가 갖는 수출가격 경쟁력은 자국과 교역상대국의 물가상승률 격차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 해 -0.8%였던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1~4월에는 0.6%로 상승하는 등 주요 교역상대국과의 물가상승률 격차는 다소 줄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통화정책을 비교적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는 점도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멈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 점과 관련해서는 단기적으로 위안화의 절상 필요성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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