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01 11:48

장보고 발자취를 찾아서

인천-석도간 카훼리 개설은 한국 3사(국제항운20%, 우림해운 15%, 두우해운 15%)와 중국측의 영성화동해운유한공사가 각각 50%씩 공동 출자해 이뤄졌다. 한국대리점은 화동해운유한공사로 인천-단동간 카훼리서비스를 통해 이미 대중국 카훼리운송노하우를 축적한 두우해운이 파트너로 선정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두우해운의 이상조 사장이 젊고 패기가 있으며 합리적인 사고의 탁월한 경영을 했다는 중국측파트너 윤원화 사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윤원화 부총경리의 선택이 맞아떨어진 것인지 현재 화동훼리는 3개월 새에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승객수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요즘 세관당국의 보따리상 규제가 엄격해 보따리상들의 중국왕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승객수의 증가는 곧 순수한 여객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에 대해 화동훼리 곽주철 이사는 “관광패키지는 석도에 장보고 사당인 ‘적산법화원’이 있는 점을 적극 활용, 우리 측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으며, 골프패키지는 해외관광과 저렴한 골프이용료라는 일석이조의 장점을 활용해 중국골프관광이 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여객선 본연의 임무는 어찌 됐던, 여객의 수송일 수밖에 없다”며 보따리상에 의해 좌우되는 현 대중국 여객서비스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화동훼리는 현재 주중을 이용한 관광, 골프 등 2개 패키지와 주말을 이용한 관광, 골프 2개 패키지 등 총 4개 석도관광패키지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패키지는 금요일 오후 6시에 인천항을 출발해 월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하며, 주중패키지는 월요일 오후6시에 출발, 금요일 오전 8시에 인천항을 도착하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세관규제에 허덕이는 민간무역 첨병, 보따리상

인천-석도를 운항하는 여객선 ‘화동명주호’는 지난 87년 일본에서 건조된 카훼리로 중간데크에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며, 그 위로 여객이 묵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뤄졌다. 객실은 2인용인 로얄스위트 12석과 4인이 이용할 수 있는 디럭스 96석, 4인에서 최대 26인까지 묵을 수 있는 이코노미급 등 총 3개 클래스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중 디럭스급이 승객들에게 내부시설과 비용 면에서 가장 선호되고 있다.
출항전 오후 6시까지 모든 승객들이 탑승을 완료하며, 그와 함께 화물칸의 컨테이너가 선적완료된다.
출항시간이 다가오면 정진구 선장의 ‘올스탠바이’란 안내방송과 함께 화동명주호 전체가 출항을 위한 준비태세로 돌입되고, 긴 고동소리와 함께 거대한 골리앗의 움직임처럼 인천-석도를 가로지르는 화동명주호의 힘찬 항해가 시작된다.
석도행 탑승객은 30명 남짓으로 150~200명 정도가 손익분기점이란 곽주철 이사의 설명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숫자였다. 이는 보따리무역상들의 감소와 맥을 같이 하는데 세관들의 강력한 규제로 사실상 보따리상들은 현재 현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보따리무역에 의한 수익성 측면이 담보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바 감소 추세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우리 측의 세관 규정은 보따리 무역상들에게 곡물에 한해 총 50kg의 중량제한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와 함께 품목당 5kg이라는 세부상한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보따리상들이 실제 반입하거나 반출할 수 있는 중량은 5kg씩의 10개 품목으로, 이는 사실상 보따리 무역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 이 세관규제는 8월경 보도된 모일간지의 보따리무역에 관한 기사로 인해 야기됐는데, 보따리무역이 밀수의 온상이란 추측성보도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보따리무역상들의 기자에 대한 반감과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상황은 인천제1터미널에서 만난 그들의 행동을 통해 분명히 느낄 수 있었는데, 기자의 질문과 촬영에 ‘대체 우리가 밥 벌어먹고 살겠다는데, 왜들 그러는 거냐?’는 어느 보따리상의 푸념어린 항의에서 현재 그들의 원망 섞인 심정을 엿볼 수 있었다. 또 석도행 화동명주호 로비에서 만난 보따리무역상은 “지금 보따리무역은 사향길이다. 90년대 중반까지는 사설학원까지 생길 정도로 왕성하게 따이공(보따리무역상)들이 활동했지만, 세관들의 강력한 규제가 실시되면서 하나둘 떠나가고 있다”며 이제 더이상 한중간 민간무역의 가교역할을 하던 예전의 그 보따리 무역이 아님을 설명했다.
보따리 무역을 한중 양국의 수익성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우리 측에서 나가는 물품들은 대부분 공산품(넥타이, 신발, 의류, 전자제품, 생필품)들로, 이는 중국 측에서 들어오는 농산물에 비해 고부가가치 상품이며, 따라서 한 상인이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수익성은 최고 5배까지 가능하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을 통한 수익이 대략 1.5배인 점을 감안하면 한중간의 보따리무역상황은 우리에게 분명히 유리한 입장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런 외화벌이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상품의 중국알리기 측면에서도 보따리 무역이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메리트는 충분하다는 것이 보따리 무역상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앞으로 세관 당국의 규제양태가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지 지켜봐야겠으나, 지금처럼 무조건적인 ‘따이공 죽이기’는 결국 민간무역과 여객산업 등에서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 맞춰 여객선사들도 고객유치를 위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화동해운의 패키지 상품도 그런 측면의 대고객 유인책인 것.

장보고의 도시 - 석도

기자가 10시간의 항해를 마치고 도착한 석도신항에서 느낀 첫 모습은 조용하고 깨끗한 이국항만의 이미지라는 것. 화동해운의 중국 측 파트너인 영성화동해운유한공사에 의해 개발된 사설항만인만큼 화동훼리 운항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컨테이너 야적장이 부두에서 불과 30여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어 컨테이너 선적이 용이하며, 또 언덕에 위치한 터미널에서 승객들이 카훼리의 입출항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부두가 눈에 띄었다.
터미널을 통제하는 중국 공안들의 일사불란한 제식동작과 함께 화동명주호는 석도신항에 접안을 완료했다.
입국수속은 석도터미널 직원들의 신속한 행정처리로 쉽게 끝날 수 있었다. 직원들 중 한국어를 구사하는 직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출입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인들의 불편사항을 처리하는 것이 이채롭게 느껴졌다.
석도를 도착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석도호텔. 석도호텔은 4성급 호텔로서 석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묵기에는 더할 나위없는 장소였다. 한눈에 들어오는 석도 앞바다와 주변 경관은 석도호텔만이 갖는 특징이라고 화동해운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석도호텔에 여장을 풀면 곧바로 주말패키지 코스가 진행된다. 조선족 출신의 전문가이드가 안내하는데, 여행사경력 10년에서 말해주듯 그의 가이드 실력은 입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관광객들의 각종 질문에 대해 척척 답변해주었다. 간략한 관광코스에 대한 설명서부터 중국의 역사와 정치, 지방색의 비교, 중국인의 성향, 경제사정 등 그의 설명은 가히 모든 부분을 아울러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첫번째 코스인 적산 법화원은 신라말기 인물로 청해진 대사로 임명돼 한중간 뿐 아니라 일본과 아라비아까지 그 세력권을 형성했던 장보고 대사를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사원이다. 장보고는 807년 당나라 장군직에 임명돼 우리민족의 저력과 기상을 당대 세계라 할 수 있는 중국을 포함한 아랍권까지 떨친 제일의 해상왕이자 무역상이며 군인으로서, 청해진 설치를 통해 신라가 해상을 장악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부연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만의 위대한 업적이다. 그의 족적을 이국땅인 중국 석도에서 찾을 수 있다는데서 법화원을 찾은 우리 관광객은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법화원주변은 중국인들의 관광지 복원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화동훼리 취항에 따른 석도시 당국의 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법화원에 이어 진행되는 코스인 성수관은 석도시내에서 한 시간 거리로, 옥황상제가 가뭄에 샘물(聖水)을 만들었다는 전설을 토대로 중국당국에서 120억위안을 들여 공원을 조성한 곳이다. 성수관은 해발 300m 정도의 낮은 산에 도인사상이 접목된 각종 구조물이 보는 이의 눈길을 끌었는데, 특히 정상에 있는 만수탑(萬壽塔)은 석도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다고. 또 여름엔 케이블카가 운용돼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즐겨 이용된다는 가이드는 설명이다.
가이드에 따르면 석도는 4계절이 분명해 우리와 비슷한 기후환경을 가지며, 사과와 땅콩, 대추, 고추 등이 많이 생산된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땅콩이나 고추의 70% 이상이 석도산일 만큼 석도산 농산물은 그 품질을 인정받는다고 한다. 또 석도사람들은 현재 우리에게 하나의 통념으로 자리잡은 사기꾼 근성의 중국인과는 거리 멀 정도로 순박하고 착하다고. 반신반의로 다가오는 이 설명은 석도관광 도중 곧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워 한국의 닭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우스개스런 전설이 전해지는 성산두는 첫날의 여독을 풀자마자 귀국준비를 해야하는 관광객들에게 그 아쉬움을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뛰어난 경관을 자랑했다. 우리나라와 가장 가깝다는 것은 곧 중국에서 가장 동쪽임을 시사하는 바, 이로 인해 일출을 구경하는 중국인 관광객도 끊이지 않는다. 성산두에서 바라보는 일출광경은 그 어느 곳의 일출광경과 비할 바 못된다고 가이드는 목 아프게 설명한다. 아쉽게도 일출광경은 보지 못했으나 드넓게 펼쳐진 수평선에 아롱거리는 햇살의 파장에서 그 일출의 장대함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성산두 관람을 마치면 마지막으로 서전구라는 중국 산둥성 제1의 야생동물원을 돌아보게 된다. 그곳은 넓은 돌산을 배경으로 조성된 동물원으로 우리나라의 동물원처럼 수평적인 관람이 아니라 동물우리 위에 설치된 계단식 관람코스를 통해 위에서 아래로 보게끔 돼 있었다. 총 관람시간이 한 시간을 넘을 정도로 큰 규모의 동물원으로 돌산을 타고 동물을 본다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새로운 컨테이너 관문, 석도- 통관절차 간소화해야

짧은 석도관광을 마치고 석도터미널에서 귀국행 카훼리 승선을 기다리면서 다시 한번 보따리상들의 행렬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기자에 대한 반감은 줄어들지 않은 모습. 그들의 지친 모습 속에서 요즘 보따리상에 가해지는 세관 측의 까다로운 규제를 읽을 수 있었다.
한편 화동훼리의 컨테이너 운송이 석도발 인천향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바 석도신항 CY(컨테이너 야적장)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의 물량을 체크할 필요가 있었다. 화동해운 인천지사의 김태균 계장에 따르면 현재 인천에서 석도로 나가는 컨테이너 물동량은 10~20TEU 정도 되며, 들어오는 물량은 70~80TEU를 기록하고 있다고. 산둥반도가 현재 중국진출 한국하주들의 거점이라는 현실에 비하면 아직 물량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닌데, 이는 석도세관의 까다로운 통관절차가 그 원인이라는 것. 실례로 전구 3만2천개가 석도로 통관한 적이 있었는데, 석도세관원 측이 전구 하나하나를 전부 센 적이 있었다고. 결국 100개가 부족해 통관이 거부됐는데, 이런 전례로 말미암아 하주들은 석도통관을 기피한다는 것이 화동해운 측의 설명이다. 석도세관의 이같은 까다로운 통관검사는 보다 통관 절차가 간소하고 쉬운 위해시나 영성시에 비해 형평성 면에서 어긋나는 것이며, 석도주변 하주들이 먼 위해시를 이용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석도CY는 카훼리 선적에 최상의 조건으로 적재와 선적이 아주 용이하게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트레일러를 이용한 컨테이너 선적은 한 시간 정도면 모든 과정이 완료된다. 기자가 취재할 당시 컨테이너 물량은 평소 때보다 많은 편으로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라고 현지 주재원 김영철 부장은 설명했다.
CY취재를 끝으로 기자는 귀국행 화동명주호에 몸을 실었다. 인천행 화동명주호의 총 승선인원은 120명 정도로 단체관광객들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단체관광객 유치가 승객수 증가에 많은 기여를 한다”는 화동명주호 이문식 사무장의 설명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비교적 짧은 취항기간이지만 화동훼리서비스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석도 주변은 위해시에 비해 개발이 많이 된 편이 아니며, 관광자원으로서의 자연경관이 비교적 잘 보전돼 있는 편이다. 따라서 보따리상이나 중국진출 하주들에게 신규개척으로서의 기득권이 예상된다. 하지만 세관이라는 걸림돌로 인해 외면당하는 현 시점에서 컨테이너선의 인천항 입항 추진은 어찌 보면 대중국 카훼리 서비스를 고사시키는 정책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카훼리를 통한 컨테이너 운송이 트랜짓타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안정적이란 특징에도 불구, 절반값도 안되는 컨터이너선의 운송비 메리트는 하주들을 컨테이너선으로 옮아가는데 필수요소로 작용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세찬 바다바람에 깃든 짠 소금내음은 강렬했고, 그만큼 석도에 대한 인상은 긴 여운을 남겼다. 먼저 가이드의 말대로 개발이란 문명의 허울에 때묻지 않은 석도시민들의 순박함이 좋았고,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어진 훌륭한 자연경관이 좋았다.
돌아오는 배속에서 짧은 여정의 아쉬움을 남긴 채 인천-석도간 카훼리서비스의 힘찬 고동소리를 들으며 귀국길에 올랐다.

글·이경희기자(khlee@ks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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