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30 09:09
조선업계 高부가선박 중심 ‘판도 변화’ 가속화
(서울=연합뉴스) 이광철기자= 세계 1위의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올해들어 단한척의 LNG선도 수주하지 못하면서 고부가가치선박을 중심으로 업계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들어 옵션을 포함해 모두 17척의 LNG선(27억달러 상당)을 수주하고 삼성중공업도 2척의 LNG선을 수주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LNG선은 선가(船價)가 다른 선박보다 배 가량 높고 영업이익도 3~5% 높아 향후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LNG선 시장 중심 새 판 짜기= 지난해 국내 조선 3사는 모두 9척의 LNG선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6척은 대우조선이 수주했고 삼성중공업이 2척, 현대중공업이 각각 1척을 수주했다.
LNG선 수주 물량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 까닭은 세계적인 흐름이 건조비가 적게 들고 운송 효율성이 높은 멤브레인형(型)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내업체들이 수주한 물량도 전부 멤브레인 형이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모스형 LNG선을 주력선종으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4분기 초대형유조선(VLCC), 컨테이너선 등 모두 10척(5억달러 상당)을 수주해 외형상 호조를 보였지만, 선가만으로 따지면 삼성, 대우보다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올 하반기 역시 세계적으로 10여척의 LNG선이 발주될 예정이나 현재 흐름대로라면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업체와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 일본업체쪽으로 물량이 몰릴 전망이다.
현대중공업도 멤브레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경험이 적어다는 게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독주하는 특수선 시장= 석유시추용인 드릴쉽 시장의 60%는 현재 삼성중공업이 차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8년에만 세계 최대 규모인 10만3t급(2억4천만 달러)드릴쉽을 건조해 미국 코노코사와 R&B 컨소시엄에 수출한 적이 있다.
지난 95년 이후 모두 13척이 발주된 드릴쉽 시장에서 삼성은 7척을 수주했지만 나머지 국내 업체들은 실적이 부진한 편이다.
유가(油價)와 석유사의 이익율에 따라 수요가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현재의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건조 경험이 풍부한 삼성중공업쪽으로 수주가 몰릴 전망이다. 특히 99년 이후 발주가 없었기 때문에 향후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계열사에 발목잡힌 현대중공업= 대우, 삼성은 현재 워크아웃 탈피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반면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문제로 발목을 잡혀있는 상태다. 올해 1.4분기 현대중공업은 작년대비 17.6% 증가한 1조8천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계열사 지분법손실로 2천6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작년에도 현대자동차, 현대하이스코 지분 매각과 현대석유화학의 영업적자로 2천50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 장사를 잘하고도 부실 계열사 문제로 생돈을 떼인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위기 상황을 인식한 듯 지난 21일 김병혁 회장 등 임원진이 모여 긴급대책 회의를 열고, 대우조선 등 경쟁업체의 공격적인 수주에 대응키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환율 등 외부 위험 요소를 고려해 적정 규모의 수주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며 "LNG선의 경우 수익면에서 우수한 모스형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어느 정도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컨테이너선이나 초대형유조선 분야에서는 우리가 건조 경험이 풍부한데다 최근 잇따른 업계의 과열 수주는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판도 변화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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