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31 09:10

시론/ 예측 가능한 바닷길에서 여객선 안전 시작된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이슬기 운항상황센터장
AI 기반 내일의 운항예보 플러스 100개 항로로 넓혀야

 

안전의 사전적 정의는 위험이 생기거나 사고가 날 염려가 없는 상태다. 여기서 위험은 즉각적인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상태(Danger)를 뜻하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결과로 해를 입을 가능성(Risk)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공공부문의 안전은 단순히 사고가 없는 상태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일 운항예보가 만든 편안한 바닷길

국민이 내일의 일상을 계획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수단이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 수 있게 하는 것 역시 안전의 중요한 조건이다. 달리 말해,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국민의 일상을 흔드는 위험 요인이며, 공공 서비스가 먼저 걷어내야 할 대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바닷길은 오랫동안 불확실성의 영역에 놓여 있었다.

공단 조사 결과 내항 여객선 이용객의 77%가 수시로 달라지는 해상 상황과 기상 여건 때문에 여객선 터미널에서 발길을 돌린 경험이 있다고 한다. 여객선 결항은 섬 주민에게 생업의 불안을 안겼고 여행객에겐 이동 계획의 차질과 불편을 초래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 속에 지난 2023년 ‘내일의 운항예보’ 서비스가 도입됐다. 여객선 터미널에서 당일 결항 통보를 받는 일이 흔했던 이용객들은 이제 하루 앞선 여객선 운항 정보를 토대로, 좀 더 안정적으로 이동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내일의 운항예보는 시행 2년 만에 이용자 만족도 92점을 받았다. 2024년 2월 기획재정부의 국민 체감형 서비스로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해양수산부의 혁신 우수사례와 해양수산 공공서비스 최우수상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다. 다음날 여객선 운항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국민 실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장의 기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국민은 하루 뒤를 넘어,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정보를 원했다. 이에 따라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은 기상청이 보유한 지난 10년간의 항로별 기상 데이터와 자체 보유한 내항여객선 운항 정보를 인공지능(AI) 기술로 결합해, 최대 3일 뒤까지 운항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내일의 운항예보 플러스’를 선보이게 됐다.

내일의 운항예보 플러스는 90%에 육박하는 예측 정확도를 바탕으로, 불확실한 바다를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장거리 항로 이용객들의 호응이 크다. 하루 일정도 쉽게 바꾸기 어려운 장거리 항로일수록, 더 이른 정보와 더 긴 예측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AI 예보서비스, 18개 항로에만 제한적 제공

그러나 이런 혁신이 전국 모든 항로로 곧장 뻗어 나가고 있느냐 하면 아직 그렇지 못하다. 현재 내일의 운항예보 플러스는 기상청 공모 과제의 시범사업으로 선정됐다.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신기술의 구현 가능성을 검증하는 개념증명(PoC) 사업 성격이 강하다. 그 결과 효용성은 입증됐지만, 서비스는 여전히 전체 100개 항로 중 장거리 18개 항로에만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이 시스템은 현재 공단 자체 서버가 아니라 PoC를 수행한 업체의 인프라를 임시로 빌려 운영되고 있다. 시범 단계라 해도, 국민의 이동과 직결된 공공 서비스가 외부 환경에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서비스의 안정성은 물론 향후 확대·고도화의 기반 측면에서도 뚜렷한 한계를 보여준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AI 대전환(AX)의 가치는 첨단기술 자체에 있지 않다.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스미고 삶을 실제로 바꾸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내일의 운항예보 플러스를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는 건 단순한 시스템 고도화에 그치지 않는다. 해상·기상 여건이 만들어 내는 불확실성을 데이터 기술로 해소하고 국민에게 예측 가능한 바닷길을 돌려주는 일이다. 해양교통 분야의 디지털 기반 서비스를 갖추는 일이기도 하다.

이제 이 서비스를 전국 100개 항로로 확대하고, 공단 자체 인프라를 구축해 정식 서비스로 전환하는 일은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시범사업으로 확인한 가능성이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멈춰서는 안 된다. 예측 가능한 바닷길은 단지 편의가 아닌 안전의 문제다. 우리는 바다 위에서도 내일을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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