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4-27 10:14

경기, 바닥 근접했나...생산.소비 호전 기미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 지난해 4분기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종합지수의 감소폭이 눈에 띄게 둔화됐고 생산과 소비 등 실물지표들도 호전 기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향후 성장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설비투자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내수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다 미.일 등 해외경기의 불안정성도 여전히 남아 있어 아직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올들어 3개월 연속 일부 청신호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경기 저점을 확인하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생산 전월비 3개월째 상승
산업생산은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산업생산 전월비 증가율은 올들어 3개월째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또 지난 1월 0.1%로 사실상 정체상태를 보였던 산업생산 전년동기비 증가율도 2월과 지난달 각각 8.8%와 6.2%를 기록,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특히 국내경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은 전월의 32.1% 증가에 이어 지난달에도 26.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출하는 섬유 등의 내수부진때문에 전년동기비 3.9% 증가,지난달(4.4%)보다는 다소 증가율이 줄었지만 두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내수 부진과는 달리 수출은 12.1% 증가,경기하강 국면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12.7%) 수준으로 회복됐다.
재고율은 재고 증가에 비해 출하 증가의 폭이 더 커 전월보다 낮아진 82.1%를 기록했다.
▲소매업 판매 회복세 '뚜렷'
자동차 판매 증가와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의 판매호조로 도.소매판매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소매업 판매는 지난달 전년 동기비 4.1% 증가,전월의 0.2% 증가에 비해 증가율이 높아졌다.
특히 자동차와 차량연료는 1.3%의 증가율을 기록,1월(-8.7%)과 2월(-6.3%)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경기동행지수 하락폭 크게 줄어
현재의 경기상태를 나타내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는 -0.1포인트로 1월(-0.9포인트)와 2월(-0.5포인트)에 비해 하락폭이 크게 줄었다.
마이너스이면 전월보다 경기가 나빠졌고,플러스이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만큼 지난달 수치는 경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또 경기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1.6%로 마이너스상태여서 향후 경기상태가 악화 될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지난 99년 11월 이후 16개월동안 감소하던 선행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가 2월과 지난달 연속 증가세로 돌아서 역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추세 반전' 단정 이르다
하지만 몇가지 실물지표는 아직까지 추세 반전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내수에서 회복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내수용 출하는 지난달 -2.0%로 2월(0.7%)의 상승세에서 도리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승용차 판매가 32.4%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용 전화기 등의 판매 부진으로 지난달 8.4% 감소,2월(-4.8%)보다 오히려 감소율이 높아졌다.
또 설비투자도 지난달 5.1% 감소,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더구나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점도 '복병'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이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지표를 잇따라 수정하고 있고 정부도 오는 6월 수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올해 초반의 어렴풋한 회복조짐만으로 추세 반전을 단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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