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14 16:31

‘해수비서관·톤세제 영구화’ 해양수산 총선공약 제안

30개 해양수산단체, 해양전문가 국회 진출 촉구


 
해양산업계가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해양수산 분야 공약 제안 발표회를 열었다.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와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도선사협회 강당에서 ▲해양수산비서관 복원과 국가해양위 설치 ▲톤세 일몰제 폐지 ▲해사전문법원 설치 ▲바다의 날 국경일 지정 ▲청색경제(바다경제)의 국민 산업 중심 육성 등 해양수산 5대 공약을 제시했다. 

이날 공약 제안 발표를 맡은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박인호 공동대표는 해양수산비서관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해양수산비서관을 설치해 관련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했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 농림과 해양수산을 통합하면서 사실상 해수비서관이 폐지됐다는 의견이다.

현 정부는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산하로 경제금융 산업정책 중소벤처 국토교통 농해수 등 5개 비서관을 두고 있다. 경제수석 산하였던 과학기술비서관은 올해부터 과학기술수석으로 격상됐다. 문제는 농해수비서관에 농림축산식품부 출신들만 기용되면서 해양 이슈 대응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박인호 대표는 “경제 부처 중에서 유독 해양수산 분야만 비서관이 없다”며 “지금의 대통령비서실 구조로는 복잡다단한 해양 현안들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고 해양강국 비전을 실현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주요 해양강국, 해양 총괄 조정기구 설치

박 대표는 또 대통령실 직속 국가해양위원회를 설치해 해양·수산·해운·항만·조선·국제물류·기후 등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해양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기능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정부 차원의 해양 협의체를 만들어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연안과 어촌 지역 재생을 위한 국가전략을 총괄하고 기후 변화, 재해, 해양 영토 분쟁 등 해양을 둘러싼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박 대표는 국가해양위의 구체적인 조직 구성도 제안했다.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로 국가해양위를 설치해 민간에 위원장을 맡기고 해수 기재 외교 행안 산자 과기 문체 환경 국방 해경 기상청 등의 중양행정기관장과 민간에서 25명 이내의 위원을 선임한다는 아이디어다.

 
▲박인호 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공약자료집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들은 해양 정책 통합조정기구를 설치해 해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미국 해양정책위원회(OPC), 중국 국가해양위원회, 일본 종합해양정책본부, 러시아 해양위원회(MB) 등 한반도 주변 4강이 모두 해양 정책 통합 조정 기구를 두고 있다.

지난 2022년 30년만에 해양부를 부활한 프랑스도 국가해양·연안위원회(CNML)를 도입했고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해 해수부를 설립한 인도네시아는 4개 부처를 총괄 조정하는 해양조정부를 신설했다. 

이 밖에 대만은 해양위원회, 필리핀은 해사해양위원회(CMOA), 브라질은 해양자원위원회(CIRM), 포르투갈은 해양위원회(CIAM)라는 이름으로 해양 총괄 조직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해양수산 업무가 (각 부처에) 분산돼 있어서 해양수산부의 힘이 없다. 해수부 예산이 부산시의 3분의 1밖에 안 돼 예전처럼 국토부에 다시 통합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강력한 해양수산 정부조직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두 번째 해양 공약으로 톤세제의 일몰 연장 또는 영구 법제화가 제시됐다. 우리 선사들이 신조선 투자 등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다가올 장기 불황에 대비하는 데 톤세제가 필수적이라는 게 해운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톤세제가 일몰되면 우리나라 해운 경쟁력이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4위에서 12위로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 주요 해운국이 톤세제를 영구화한 배경이다.

박 대표는 세 번째 해양 정책 공약으로 해사법원 설치를 꼽았다. 해사법원은 해상 사건 또는 선박 관련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법원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조선해운 강국인 데다 유수의 조선업체와 조선기자재업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사 사건을 처리하는 전문 법원이 없어서 영국 법원 등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가 해상사건 소송으로 외국에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3000억원에 이르는 걸로 추정된다.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로 현재 10개가 넘는 해사법원을 해안 도시에 설치하고 법관들의 해사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동아시아 해사법률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는 한편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지식산업 성장까지 꾀하는 산업적 선순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


박인호 대표는 바다의 날의 국경일 지정을 4번째 공약으로 들었다. 우리나라는 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달을 기리고자 5월31일을 법정기념일인 바다의 날로 정해 지난 1996년부터 매년 기념식을 열고 있다. 하지만 공휴일이 아닌 탓에 인지도가 많이 낮은 편이다. 반면 일본은 1996년부터 바다의 날을 국경일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박 대표는 “많은 국민들이 바다의 날이 있는지도 모른다”며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 국제 상황에 적극 대처하고 국민의 해양 인식을 제고하려면 바다의 날을 국경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해양 환경 시스템을 기반으로 세계 경제의 대세적 흐름인 청색 경제(바다 경제)를 국정 과제로 채택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수산업을 노르웨이나 캐나다 수준의 고소득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친한경 미래 해양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해 바다 산업을 미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일본은 해양전문가 국회 진출 활발

이어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해양수산 전문가, 테크 폴리티션(전문가 출신 정치인)의 등장은 시대적 요구”라며 “해양수산계를 대표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을 강력하게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에선 영국 블레어 총리의 오른팔이었던 존 프레스콧 부총리가 선원 노조 대표로 국회의원이 됐고 일본 스즈키젠코 총리는 수산인 대표로 국회에 진출했다.

한 교수는 “해양수산인의 국회 진출은 정치권에서 득표력에 대한 이해가 없고 이를 설득할 적절한 통계수치가 없어 한계가 있었다”며 “해양 정책의 영향을 받는 연안과 도서 지역 거주자가 1300만명이고 이 중 10%를 해양 관련 고관여자라고 추정하면 이들 해양 고관여자의 가족을 포함한 해양수산 득표력은 최대 450만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김영무 전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


김영무 전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해양수산 분야 전문가를 대표해 발표한 성명에서 “여야를 막론해 제22대 총선에서 해양수산 분야 인재를 비례대표로 영입해 해양·수산·조선·물류 산업을 중요시 여긴다는 걸 대내외에 천명하라”고 촉구하면서 “해양수산 분야 종사자들은 해양수산 전문가를 비례대표로 영입하는 정당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행사엔 해양수산부 출입 해운 기자단을 비롯해 부산항발전협의회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한국수산회 경북대게어업인연합회 대한보디빌딩협회 영덕군태백회 목포해양대학부모연합회 등 30개에 이르는 해양수산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해양수산 정책을 총선에서 공약으로 채택해 줄 것을 여야 각 정당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날 국민의힘에 해양 분야 인재로 영입된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행사에 직접 참석해 공약집을 전달받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정당이 바다와 친숙한 바다 프렌들리 정당이 될 수 있도록 국회와 바다를 연결하는 의미 있는 가교 역할을 하겠다”며 “해양수산 분야에서 제안한 공약을 최단시간 내에 당에 전달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하영석 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회장은 “발표회를 계기로 국회가 해양수산 전문 인재를 영입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인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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