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온 여파가 파나마운하 선박 통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파나마운하청(ACP)은 가뭄 장기화에 따른 파나마운하 수위 저하에 대응해 일일 선박 통항 척수를 32척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운하청은 7월30일부터 통항 가능한 선박 숫자를 파나막스 갑문 22척, 네오파나막스 갑문 10척으로 설정했다.
상한선은 6월 운하 통항량을 기초로 정해졌다. 컨테이너선에 예약 우선권이 부여되고 나머지 선종은 이용 실적에 따라 차등 배정된다.
파나마운하청은 해당 지역에 우기가 시작된 데다 지속적으로 물 절약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강수량이 줄고 파나마운하 중심에 위치한 가툰호 수위가 낮아지고 있어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항량 제한은 가툰호의 수위나 일기 예보, 선종 비중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파나마운하는 올해 들어 사상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자 선박 척수 제한에 앞서 선박 수심(흘수) 제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왔다. 기존 15.24m(50피트)였던 네오파나막스 갑문 수심을 지난 3월1일 15.09m(49.5피트)로 낮춘 데 이어 4월7일 14.63m(48피트), 4월27일 14.33m(47피트), 5월30일 13.41m(44피트)로 추가 제한했다.
파나막스 갑문 수심은 기존 12.04m(39.5피트)가 유지되고 있다. 운하청은 7월에 네오파나막스 수심을 13.11m(43피트), 파나막스 수심을 11.73m(38.5피트)까지 강화할 예정이었지만 가툰호 수위가 회복세를 띠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 계획을 연기했다. 기상 상황이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경우 향후 몇 달간 현재의 수심 상태를 유지할 방침이다.
파나마운하의 통항 제한 조치로 해운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36척 안팎이었던 일일 평균 통항량은 5월 이후 32척으로 줄어들었다. 네오파나막스 선박은 9척 안팎으로 비슷했지만 파나막스 선박이 최대 28척에서 22척까지 떨어졌다. 40척을 웃돌던 일일 최대 통항량은 36척 수준으로 줄었고, 30척 이상이었던 최저 통항량은 28~29척으로 감소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운하를 통과하려고 10일 이상 기다린 한 정유운반선 선주는 “경매로 (슬롯 예약을) 시도했지만 (낙찰가가) 35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넘어섰다”며 “이런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낙찰가는 운하청에서 제시한 기본 요율(10만달러)보다 3.5배 높은 금액이다.
운하 통과가 지연되면서 탱크선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플래츠에 따르면 7월25일자 미 동안-칠레 간 3만8000t급 정유운반선 용선료는 260만달러(약 35억원)를 기록, 4월11일 이후 최고치를 띠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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