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 물동량이 모처럼 성장 곡선을 그렸지만 운임은 약세를 이어갔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2월 한중 양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23만4000TEU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의 20만8700TEU에서 8.3% 성장했다. 수출이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수입화물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 올렸다. 수출물동량은 4% 감소한 9만200TEU, 수입물동량은 31% 늘어난 13만400TEU였다. 원양선사가 고객인 피더화물은 9.5% 감소한 1만3500TEU에 머물렀다.
지난해 물동량이 부진을 보인 게 기저효과로 작용한 데다 올해 설(중국 춘절) 연휴가 1월로 앞당겨지면서 2월엔 수입 수요가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중국에서 수입한 철강과 화학공업제품은 각각 86% 22% 늘어난 76만t 59만t을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주력 수출품목인 화학공업제품은 13% 감소한 127만t에 그쳤다. 철강 수출도 27% 감소했다.
이로써 한중항로는 7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이 항로 물동량은 지난해 7월 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가 8월부터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11월부터 3개월 연속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인 데다 1월엔 낙폭이 20%까지 확대되면서 업계의 우려를 키웠다.
수요 회복에도 운임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부산발 수출항로 운임(KCCI)은 20일 현재 40피트 컨테이너(FEU)당 250달러를 기록했다. 20피트 컨테이너(TEU) 환산 운임은 125달러 수준이다.
지난해 연말 247달러로, 단기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해 1월 말과 2월 초 280달러 선까지 올랐다가 6주 연속 하락했다. KCCI엔 280달러의 저유황할증료(LSS)가 포함돼 있어 기본운임은 사실상 마이너스 또는 제로운임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국적 근해선사들은 해양수산부에 부산-상하이 구간 기본운임을 TEU당 최소 1달러부터 최대 50달러까지 신고했다.
수입항로 운임도 내림세가 이어졌다.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발 부산행 운임은 17일 현재 TEU당 197달러를 기록했다. 수입화물 운임의 앞자리가 1로 떨어진 건 2021년 8월20일 이후 처음이다.
이 항로 운임은 지난해 1월 중순께 사상 최고치인 456달러까지 올라간 뒤 서서히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2월 말 400달러 선이 무너진 데 이어 8월엔 200달러대로 떨어졌고 이달 들어선 100달러대에 진입했다.
선사 관계자는 “춘절 연휴가 끝난 뒤 한중항로에서 수입화물 운송 수요가 가장 빠르게 회복했다”면서도 “하지만 전 항로에서 시황이 약세를 띠면서 운임은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선사 관계자는 “국적선사들은 최소 10달러라도 받으려고 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외국적 선사 중에선 터미널조작료(THC) 같은 부대운임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기본운임을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뜨린 곳도 눈에 띈다”며 “전 항로에서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한중항로도 수요가 살아나더라도 운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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