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6 09:05

세계물류산업 새 지평 열었다…부산 FIATA 세계총회 이모저모

전 세계 60개국 2600여명 참가…각종 만찬과 물류포럼 등 다양한 볼거리 제공
포럼서 각국 전문가들 국제물류산업 미래비전 공유


전 세계 물류인 축제의 장인 ‘부산 FIATA 세계총회’가 지난 9월 11일부터 16일까지 엿새간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국·내외 물류업계에선 세계물류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개최된 이번 총회는 FIATA 사상 최초 온·오프라인 동시 생중계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60개국 2600여 명이 참가했다. FIATA는 전 세계 120개국 4만여 회원사로 구성된 세계 최대 규모의 물류분야 단체다.

이번 행사에선 FIATA 회장단 회의, 이사회, 지역회의, 위원회 회의 등 FIATA 회원 대상 프로그램뿐 아니라 개막식, 한국국제물류포럼, 비즈니스 세션, 전시회, B2B(기업간 거래) 상담회, 차세대 미래물류리더의 날 등 등록절차를 거친 일반인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행사 첫날인 9월11일부터 3일간은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FIATA 회원을 대상으로 회장단 회의를 포함해 국제물류 이슈를 다루는 등 각종 내부 회의가 열렸다.

이후 14일부터 행사 마지막날인 16일까지 벡스코에서 FIATA이사회, 차세대 물류리더의날, 그랜드오프닝, 한국국제물류포럼 등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개 행사가 진행됐다. 아울러 전시회와 B2B상담회 등 이색적인 행사도 열려 참여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는 기회의 장으로도 활용됐다. 주최 측은 부산예술단의 개막공연을 비롯해 K-POP, 태권도 공연과 오케스트라 연주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총회 기간 동안 UN평화공원, 오륙도, 해운대 리버크루즈, 블루라인파크, 민락마켓 등 부산 주요 관광지와 경주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해외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반 페트로프 FIATA 회장 “부산총회 개최로 물류계 새로운 장 열었다”

15일 열린 포럼 개막식에선 이반 페트로프 FIATA 회장(사진)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병진 FIATA 조직위원장의 환영사 등이 진행됐다. 이반 페트로프 FIATA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세계총회가 재개되면서 FIATA는 물류계의 새로운 챕터에 들어갔다”며 “이번 총회를 계기로 국제기구를 비롯한 각국 기관에 FIATA를 널리 알리고 인식시키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페트로프 회장은 “최근 우리는 FIATA 전자선화증권인 eFBL을 도입해 운송료, 회원명부 디지털화 등 새로운 시스템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또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을 대응하고자 인터넷 세미나 시리즈를 출범하는 등 글로벌 물류 환경에 발맞춰 나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 시장은 “이번 FIATA 세계총회가 세계물류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글로벌 물류산업의 솔루션을 위한 통합이라는 주제에 맞게 대전환 시기를 맞아 글로벌 물류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뜻깊은 총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제물류는 무역을 통해 세계가 연결되고 서로 소통되게 하는 글로벌 경제의 혈관”이라며 “이번 총회에서 급변하는 물류 환경에 대응해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주제로 각 기업간 모범적인 사례를 공유하고 새로운 물류망 개발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져 실질적인 물류 대안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정부는 국내 주요 물류 거점에 물류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해운·항공 등 운송 역량을 높여 나가겠다”며 “올해까지 해외물류정보센터를 설립해 국제물류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창업 지원과 인재 육성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리쇼링 등 탈글로벌화 고려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

이날 열린 메인포럼에선 2개 주제의 글로벌 세션을 통해 FIATA 주요 인사와 해외 초청 연사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첫 번째 세션에선 B2B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을 주제로 진행됐다. 해양연구기관, 대학 교수, 물류 관계자 등이 발표자로 나서 세계 교역환경의 변화와 해양항만산업과 포워더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좌장을 맡은 권오경 인하대학교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따라 격변하는 물류 환경 속에서 해운물류업계 종사자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물류 현안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기열 해양수산개발원 항만수요예측센터장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점차 확대되면서 현 시점에선 자국 우선주의 기반의 리쇼링(reshoring) 또는 공급망 지역화 등 크게 두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한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 센터장은 “글로벌 공급망은 급속한 다자간 분업체계를 바탕으로 복잡성이 증가하고 국가 간 상호의존도가 심화된 형태로 변화해 왔다”며 “특히 고도화된 기술을 요하는 산업일수록 공급망에서 교역 참여율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우크라이사 사태, 미중무역분쟁, 중국의 일본 희토류 및 신소재가스 수출제한 등 각국은 이해관계에 따라 상호의존성이 심화된 공급망 자체를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리쇼링은 공급망 자체가 세분화되어 있고 분업구조가 국가별로 차이가 있다는 한계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에선 반도체 동맹 등 경제 주체들 간 공급망을 공유하는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까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이 공급망이 글로벌화 추세에서 벗어나 지역화 또는 리쇼링 형태로 분화된다면 수출입 물동량이 감소할 거란 전망도 내놓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공급망 지역화가 현실화될 경우 국가간 수출 제한으로 글로벌 국내총생산(GDP)는 5% 감소, 수입과 수출 물동량도 각각 18.1% 17.8%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전 세계 공장으로 알려 진 중국의 역할이 인도 또는 동남아 등 아세안 국가로 이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엔 경제성장률과 항만 물동량 증가율이 기존과 유사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센터장은 “현재까지 전 세계 각국의 제조업이 탈중국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중국은 세계 생산의 핵심이며 아직까지 그에 상응하는 마땅한 대안책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선 참석자들이 급변하는 물류시장 추세 속에서 유통·물류기업들이 직면한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두 번째 세션 좌장을 맡은 이헌수 항공대학교 명예교수는 “오늘날 제조·유통기업들은 온오프라인에 관계없이 공급망 리스크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지 못한 채 수요 예측이나 재고 관리의 불확실성이 직면해 있다”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기술을 활용해 전통적인 비용 절감형 '린 로지스틱스(lean logistics)'에서 신속 대응 능력을 대폭 강화시킨 '애자일 로지스틱스(agile logistics)'로 공급망 재편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철웅 고려대학교 교수도 AI 등 데이터 플로우의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능력과 예측능력을 강화시켜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올해 당면한 과제라고 당부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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