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경절에 앞서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8월 말엔 부킹(예약)이 꽉 차야 하는데 올해는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시황이 악화되고 있네요.” 평년처럼 성수기를 기대하는 한 선사 관계자의 넋두리다. 북미항로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구매력 감소가 수요에 영향을 미치며 운임 하락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운임은 서안이 14주, 동안이 13주 연속 하락하며 6000달러대 9000달러대가 각각 붕괴됐다.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8월19일자 상하이발 북미 서안과 동안행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5782달러 8992달러를 각각 기록, 전월 6883달러 9534달러와 비교해 서안은 16%, 동안은 6% 하락했다.
서안은 올해 2월 사상 최고치인 8117달러에서 29%, 동안은 지난해 9월 가장 높았던 1만1976달러에서 25%나 빠졌다. 해양수산부에 신고된 한국발 롱비치행 공표 운임은 8월22일 현재 FEU당 2900~7500달러로 전월 4500~7800달러 대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에 소비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아마존 월마트 타깃 등 대형유통기업의 재고는 쌓여만 가고 있다. 기업들은 의류와 가전제품의 재고가 상당해 빠른 소진을 위해 할인 판매에 나섰다. 선사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알라바마와 조지아 등에서 공장을 지으면서 동안은 선복이 타이트한 반면, 서안은 덜 그렇다”며 “결국 화물집화를 위한 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운임이 떨어지고 있고 평년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안은 내륙운송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동안은 일부 항만에서 적체가 매우 극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신에 따르면 7월 로스앤젤레스(LA)항 접안 대기 일수는 7.2일로 전월 8일 대비 개선됐다.
다만 트럭과 섀시 부족에 따른 내륙운송 정체로 항만에서 화물 반출이 늦어지고 있다. 동안은 항만 적체가 극심해 우리나라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배편을 잡는 게 쉽지 않다고 선사들이 입을 모았다. 서배너항은 40척 이상의 대기 선박이 있으며, 뉴욕항도 선박이 50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접안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뉴저지항만청은 화물 반출을 원활히 하고자 9월1일부터 장기 체류 컨테이너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물동량은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2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한편, 7월 실적으로는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미국 통관조사회사인 데카르트데이터마인에 따르면 올해 7월 아시아 10개국발 북미행(북미수출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4% 증가한 178만6000TEU로 집계됐다. 1위 중국발 화물은 11% 증가한 108만8100TEU, 2위 한국은 12% 증가한 18만2000TEU를 기록했다. 반면 3위 베트남은 5% 감소한 15만6700TEU에 그쳤다.
4위 대만은 9% 감소한 8만6500TEU인 반면, 5위 인도는 20% 증가한 7만4500TEU로 대조를 보였다. 6위 싱가포르는 7% 감소한 6만3300TEU, 7위 태국이 13% 감소한 4만3600TEU로, 동남아시아발이 모두 하락세였다. 일본발은 11% 감소한 3만5300TEU로 8위였다. 미국발 아시아 10개국(북미수입항로)의 6월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다소 감소한 45만1400TEU로, 12개월 연속 마이너스였지만 감소 폭은 줄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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