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취임해 임기 8개월차에 접어든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종덕 원장이 향후 현장과 소통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외항해운기업 권익단체인 한국해운협회에 공동사무소를 개설해서 업계의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논의하는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해운기자단과 만나 “(해운 대표 단체인) 해운협회와 해운조합은 서울에 있고 (항만 대표단체인) BPA(부산항만공사)와 (대표 해운연구기관인) KMI는 부산에 있는데 서울과 부산의 거리감을 줄여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향후 KMI의 연구 방향을 세 가지로 정의했다. ▲해수부와 관련 업단체의 고유 역량 강화 ▲해운산업 리스크 관리 ▲해운산업의 지속가능성 확보 등이다. KMI가 업계와 수시로 소통해 해운산업이 쇠퇴하지 않고 지속성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미래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발전해 나가는 전략을 제시한다는 구상이다.
물류대란 대응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 신설
김 원장은 해운협회와 손잡고 서울 사무소를 여는 계획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 공동사무소를 개설해서 연구진과 해운업계가 문제되는 이슈들을 수시로 상의하고 협의해 KMI의 연구 역량을 높이고 업계에서 고민하는 부분을 연구과제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한 달에 한 번은 김 원장 본인이 직접 서울사무소를 방문해서 현안을 챙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해운에서 현안들이 굉장히 많다. 연구자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대응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마음은 있지만 할 수 없는 부분은 협회와 터놓고 얘기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공개하거나 논의할 부분이 있으면 언론과도 즉시 공유하겠다.”
최근 단행한 조직 개편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원장 취임 이후 KMI는 9본부 2부 3개 위원회 5개 지원단 체제로 개편됐다. 보직을 맡지 않은 연구인력의 자발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지원하고자 8개 자율연구그룹도 설치했다.
특히 신설된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는 종합물류사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해운사들의 최근 경향에 대응하고 물류대란의 해법을 모색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장이 되고 나서 해운 항만 등 전통 연구분야에서 조금 더 확장성을 가져야 할 거 같다는 생각에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를 만들었다. 물류 일원화 측면에서 볼 때 물류와 해사는 따로 묶을 분야가 아니더라. 그 와중에 코로나발 물류대란이 일어나면서 두 분야의 통합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아울러 연구과제 예고제 도입 계획도 밝혔다. 연구 주제를 미리 공개해서 연구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본부별로 연구과제 선정이 마무리됐다. 해운연구본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해상물류비와 해운 시황을 예측하는 시스템, 해운 시장 변동을 반영해 선사 현금흐름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각각 개발하고 글로벌 해운 시장과 산업을 분석해 해운기업의 선대 포트폴리오 구축을 지원하는 내용을 연구과제로 제시했다.
또 항만연구본부는 ▲항만 데이터 고도화사업 ▲해외항만 투자 기반 조성을 통한 공급망 위기 대응 ▲고부가가치기업 항만배후단지 유치 ▲항만공간의 생활물류 거점화 방안, 물류해사산업연구본부는 ▲디지털 물류산업 육성 ▲자율운항과 친환경선박 기반 해사산업 육성·발전 ▲국제물류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 등을 주요 연구주제로 수립했다.
김 원장은 “조만간 각 본부별 업무계획을 보도자료로 발표하려고 한다”며 “내년 또는 내후년 연말에 연구 결과가 순차적으로 나올 텐데 어떻게든 답을 내려고 최선을 다할 거고 변경사항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밝혀 책임감 있게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해외터미널 확보하면 선박당 240억 절감
이와 관련해 김찬호 항만정책·운영연구실장은 “공급망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국적선사가 해외터미널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연구 주제를 제시했다.
김 실장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컨테이너 운송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항만 장치율과 선박의 항만 대기 등의 공급망 안정성 약화 현상이 나타났지만 대만 에버그린이나 덴마크 머스크, 중국 코스코 같은 터미널 운영까지 함께 하는 하이브리드형 선사는 자사의 터미널을 이용해 항만 내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운항 정시성을 확보해 서비스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맷슨은 100% 소유한 롱비치항의 SSA맷슨터미널을 이용하면서 항만 대기일수를 ‘0’으로 유지했고 에버그린도 로스앤젤레스(LA)항 에버포트를 기반으로 아시아-북미항로 운항시간을 17일로 앞당겼다.
에버그린의 운항시간은 업계 평균(47일)의 3분의 1 수준인 데다 팬데믹 이전(2019년 평균 19일)보다도 이틀 빠르다. 하이브리드형 선사들은 전 세계 122개국에서 240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고 물동량 처리능력은 연간 4.7억TEU에 이른다.
김 실장은 “국적선사가 해외에 터미널을 확보해 입항 대기시간을 줄일 경우 선박 1척당 연간 1882.4만달러(약 240억원)의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기업 신뢰도를 확보하고 공급망 위기에 대응한 국가경제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터미널을 새롭게 개발하는 그린필드사업과 기존 시설을 인수하거나 합작하는 브라운필드사업을 병용하는 해외터미널 확보 전략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책펀드 조성, 전문운영기관 설치, 투자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다자개발은행과의 협력네트워크 구축 같은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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