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 우호적인 시황에 힘입어 해운업계는 중단기적으로 유가 상승 부담이 크지 않을 거란 의견이 나왔다.
한국신용평가는 현재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이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 원유 도입 중단 조치가 현실화돼 유럽 주요 국가들이 2022년 말까지 러시아 원유 도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면 두바이유는 배럴당 평균 85~105달러 내외의 고유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고유가 기조에서 2022년 주요 선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7.3조원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훈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벌크선은 장기운송계약의 유류할증료(BAF) 조항으로 연료비 상승분이 대부분 보전되고 있다”며 “컨테이너선은 여전히 우호적인 시황으로 연료비 상승분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직간접적인 제재와 러시아 원유 회피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되며, OPEC과 미국 원유의 공급 확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 원유로 인한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글로벌 주요 해운사의 영업이익률 추이를 보더라도 유가와 영업실적 간 상관관계가 상당히 낮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김 애널리스트는 “2015년 2분기부터 선박유 가격이 크게 하락했음에도 해운 업황 저하로 마이너스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며 “반대로 2020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선박유 가격 상승에도 역대급 고시황을 맞은 해운사는 우수한 영업실적을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유가 기조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교역량 둔화와 화주의 물류 비용 상승에 따른 해상 물동량 저하로 해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컨테이너선 부문의 경우 유가 상승보다 컨테이너선 실질 선복량에 영향을 주고 있는 항만적체현상의 완화 속도가 더 중요한 점검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미국 서안 항만노조 고용 협상가 주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서안 항만은 선박회사들을 대표하는 태평양선주협회와 서부해안항만노조 간 고용 재계약 협상이 올해 7월 1일 만료됨에 따라 재협상을 앞두고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미국 서안의 극심한 항만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연중무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등 항만 노동자들의 근무강도가 높아져 자동화 설비 도입, 근로조건 개선 등 협상조건이 많아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전 협상일이었던 2015년에도 9개월 간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항만노동자들의 태업으로 물류난이 발생한 바 있으며, 2002년에는 직장폐쇄로 더욱 심각한 물류차질이 발생했던 이력이 있다.
유가변동성 취약한 항공업, 외부환경 변화 모니터링 필요
해운보다 유가 변동성에 더 취약한 항공업에선 유가 상승이 항공사의 수익성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류비는 항공사 총 비용의 20~30%를 차지하기 때문에 유가 변동은 항공사 수익성에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박종도 한신평 선임애널리스트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적 위험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함에 따라 2021년 평균 78달러였던 제트유가가 2022년 현재 110달러를 상회하고 있어 항공사 수익성에 실질적인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제트유가와 항공사 수익성 간에 일정 정도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애널리스트는 “다만 항공산업은 유가 이외에 사회적 이슈, 수급 상황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그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역의 관계를 보이는 사례도 종종 관찰되기 때문에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약 44%의 제트유가 급락에도 신종플루 펜데믹 상황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합상 EBITDA(상각전 영업이익)/매출액은 0.7%p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후 2010년엔 유가 상승에도 큰 폭의 여객수요 증가에 힘입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바 있다.
지난해의 경우 유가 상승에도 여객 운항편 축소로 벨리스페이스(여객기 내 화물 적재 공간) 감소와 공급망대란에 따른 해운화물의 항공화물로의 이전이 항공화물운임 급등으로 이어져 합산 EBITDA/매출액은 과거 20년 간 가장 높은 수준인 36%로 상승하기도 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