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10 13:07

“천장뚫린 컨운임 내년에 하향안정화”…변수는 공급망 혼란

‘컨’ 물동량은 전년比 4.5%↑ 관측, 공급 4% 웃돌아
내년 벌크선 기상도 ‘흐림’…탱크선은 ‘맑음’


지난해부터 폭등했던 컨테이너운임이 내년부터는 하향 안정세로 접어들 거란 전망이 나왔다. 다만 공급망 회복 지연과 탄소배출 규제 실시에 따른 공급조정은 운임 안정화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컨’ 발주량 80만TEU 전망…5분의 1 토막

지난 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KMI 세계해운전망 세미나’에서 최건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전문연구원은 2022년 기간항로 평균 운임을 아시아-북미서안 4000~5000달러(40피트 컨테이너), 아시아-유럽 4000~4800달러(20피트 컨테이너)로 각각 내다봤다. 

 


북미서안은 12월3일 현재 올해 평균 운임 5171달러와 비교해 소폭 하락하거나 최대 100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 역시 올해 평균 5991달러에서 최대 2000달러까지 하락할 거란 분석을 내놨다. 

북미에선 2022년 태평양해사협회(PMA)와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U)의 임금협상이 운임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았다. 북미항로는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이어진 서안항만 노사협상 장기화에 따른 항만 혼잡으로 체선이 극심했다. 특히 터코마와 시애틀 두 항만은 하역효율이 최대 50% 수준까지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최 연구원은 “과거에도 협상이 잘못돼서 물류대란을 겪은 경험이 있는데 이 부분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컨테이너 운임은 하향 안정화가 전망된다”며 “컨테이너 공급망 정상화로 인한 항만 정체 완화는 운임 안정화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유럽항로는 장기운송계약 비중이 확대되면서 운임이 급락하기보다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최 연구원은 예상했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는 실물경제에 부정적이겠지만 컨테이너 수요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사례가 있어 모니터링 요소로 들었다. 

최 연구원은 내년 북미항로 수요는 2021년 대비 3.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드류리 전망인 5.3%보다는 낮지만, 클락슨의 2.2%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양적완화축소 조기 실시가 물동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올해 증가율인 9%를 밑돌 거란 판단이다.

북미항로 공급 증감률은 수요 및 항만 적체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어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았다. 내년 신조선 인도량은 약 24만TEU(25척)로 예상을 밑도는 공급량을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KMI는 내년 아시아-유럽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이 올해 5.7%에서 1.2%포인트(p) 하락한 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미와 마찬가지로 드류리 6.3%보다는 낮지만, 클락슨 3.6%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위드 코로나 정책에 따른 투자 활성화는 수요에 긍정적이지만, 최근 감염 급증세는 재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유럽항로 공급 증가율은 전년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1만8000TEU급 이상 대형선 10척의 인도가 예고돼 있는데 신규 항로 개설보다는 기존 선대의 교체 가능성이 높을 거란 진단이다. 고운임이 지속될 경우 중국 CU라인 등 중소선사들의 신규항로 개설과 추가 선대 투입 가능성이 있겠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았다.

 

이 밖에 내년 아시아역내항로 평균 운임은 400~600달러(20피트 컨테이너)로 내다봤다. 과거 200달러인 수준과 비교하면 높은 운임을 유지할 거란 예상이다. 

다만 코로나19와 북미 유럽 등 원양항로 공급망 정상화는 운임 등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2022년 말 현존선에 대한 탄소배출규제(EEXI) 실시로 공급 조정 시 운임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아시아역내항로 물동량 증가율은 4.5%로 잡았다. 클락슨은 KMI보다 높은 4.9%를 예측한 반면, IHS는 0.6%를 제시했다. 백신 보급이 상대적으로 더딘 신흥개도국들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조치로 인한 제약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제로 코로나 정책 장기화에 따른 내수 회복 지연에 물동량 증가세가 주춤할 것으로 풀이했다. 

올해 3000TEU급 미만 약 100척의 인도가 예상되는 신조선의 40% 이상은 동남아항로에 투입될 전망이다. 북미 항만이 정상화될 경우 선대 공급은 예상을 웃돌 것으로 최 연구원은 예상했다.

내년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은 4.5%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글로벌 해운분석기관인 드류리 클락슨 IHS마킷은 각각 5.9% 3.9% 2.7%를 전망했다. 금리인상과 재정지출 축소로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세가 2021년 대비 둔화될 거란 분석이다. 

공급량 증가율은 4%로 수요를 밑돌 것으로 관측했다. 2022년 신조 인도량은 약 110만TEU, 해체량은 10만~15만TEU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신조 인도 선박은 3000TEU급 미만과 1만TEU급 이상으로 양극화를 띨 전망이다.

올해 400만TEU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내년엔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됐다. 최 연구원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총 선대의 3% 이상의 친환경선 교체 수요가 발생해 내년 80만TEU 이상의 신조선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 진정 시 보복적, 서비스 관련 수요 증가에 따라 운임 급등 가능성이 있다”며 “원양항로 운임은 얼라이언스 내 협력으로 과거와 같은 급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를 꼽는다면 공급망 정상화와 인플레이션, 코로나19”라고 덧붙였다.

 


내년 벌크선 시황 하락 전망

내년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시황은 소폭 둔화될 전망이다. 팬오션 윤석홍 실장은 ‘건화물선 시장동향과 전망(케이프)’이라는 주제발표에서 내년 케이프 물동량 증가율이 1.5%로, 선대 증가율인 0.9%를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윤 실장은 “물동량 증가율이 선대 증가율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나 선대 비효율성의 감소가 예상돼 시황이 소폭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해 글로벌 철강·철광석 물동량은 중국의 수요가 정체되지만 경제 회복에 전년 대비 1% 증가한 15억2400만t, 내년엔 올해와 비슷한 15억2600만t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케이프 벌크선은 전년 대비 40% 감소한 1070만DWT(재화중량톤수)가 인도될 것으로 예측했다. 더불어 IMO의 환경규제를 앞두고 폐선 역시 전년 대비 63% 급증한 580만DWT를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연말 케이프 선대는 전년 대비 1.3% 증가한 3억8140만DWT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 실장은 “2022년 케이프 전망을 보면 선대 증가율이 물동량 증가율을 하회하면서 펀더멘털 수급 상황이 개선되고 코로나19 영향력도 다소 완화되겠지만 시황은 올해보다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발표에서 ‘파나막스·수프라막스 건화물선 전망’과 관련해 황수진 KMI 전문연구원은 내년 파나막스 선복량은 전년 대비 2.3% 감소하는 반면, 수프라막스 증가율은 2%대를 기록해 대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파나막스는 올해 운임이 호조였음에도 IMO의 EEXI 대비를, 수프라막스는 환경이슈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불안 등을 선복 증가 제한 요인으로 각각 들었다. 올해 일일 평균 운임은 파나막스 수프라막스가 전년 대비 각각 198% 223% 급증한 2만5537달러 2만6386달러를 각각 집계될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수요 감소로 올해 하락세를 띠었던 유조선 운임은 내년에는 상승 반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류희영 KMI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글로벌 경기 부양책에 따른 경기활성화는 원유 수요 증가로 이어져 운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유조선 선대 증가율은 선사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3% 내외를, 수요는 위드 코로나와 각국 경기부양책으로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HMM 등 국적선사 향후 불황기 대응 역량 갖춰야”

유례없는 해운 호황에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인 국적선사들이 향후 다가올 불황기에 대비해 미래먹거리를 발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덴마크 머스크의 물류사업 강화, 독일 하파크로이트의 컨테이너터미널 투자, 프랑스 CMA-CGM의 항공기 구입 등의 사례처럼 국적선사들도 호황기가 지난 2~3년 이후 불어 닥칠 한파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철환 동서대학교 교수는 “다른 선사들을 보면 호황 시기에 벌어들인 수익을 수직적통합이나 터미널 철도운송 항공 사업 강화 등에 쓰면서 종합물류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데 HMM은 막대한 이윤을 주주가치 제고와 채무상환 등에 쓰겠다고 한다”며 “맑은 날에 우산을 미리 준비해 다가올 불황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교수는 국적선사들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디지털 마인드”라며 “해운업의 본질은 화물운송이 아닌 금융이다. 선사가 화물만 나르면 된다는 식의 논리를 펴선 안 된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해운업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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