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들의 동남아항로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국적선사들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정영두 부장(
사진)은 지난 3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 KOBC마리타임’ 세미나에서 ‘해운업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시장에서 국적선사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컨선시장 불확실성 매우 커 방향 제대로 잡아야”
이날 정 부장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해운 시황 변동성이 매우 커지고 있어 선사들이 리스크 대응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컨테이너선 시황이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전력난과 미국 항만 체선 등을 잠시 지켜본 뒤 방향성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 부장은 6600TEU급 중고선 가격이 신조선가를 추월한 점을 들며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고선 계약을 잘못하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가 급등 후 나타나는 급락에 대비하고 선박 투자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도 시황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글로벌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전년 102만TEU 대비 4배 가까이 증가한 390만TEU에 달한다. 재작년 78만TEU와 비교하면 5배 폭증한 수치다. 올해 발주된 선박이 2023년에 대부분 인도되면서 공급과잉이 나타나 시황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부장은 “신조선이 대거 인도되면 과잉공급이 나타나고 시황이 급락해 장기불황으로 이어지는데 공교롭게도 2023년엔 에너지효율지수(EEXI) 규제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엄청나게 커졌다”며 “(선사들은)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 친환경선박 도입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남아항로에서 외국적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고 있어 대응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국적선사들의 동남아항로 시장 점유율은 14.4%로, 지난해의 17% 대비 2.6%포인트(p) 하락했다. 이 항로 전체 선복량은 전년 대비 10%(12만7000TEU) 증가했다.
덴마크 머스크의 자회사인 씨랜드, 스위스 MSC, 일본 ONE(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 대만 에버그린 등을 중심으로 점유율이 늘었다. 특히 MSC는 전년 대비 2.7%p 상승한 3.6%를 기록, 1년 새 상승 폭이 가장 큰 선사로 꼽혔다. 반면 대만 완하이라인의 점유율은 전년 대비 0.6%p 하락한 7.6%에 그쳤다.
정 부장은 “수출입 물류 지원을 위해 원양노선으로 임시선박이 투입되면서 국적선사들의 점유율이 줄었다”며 “글로벌 선사들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공사와 정부가 추진하는 케이얼라이언스를 통해 대응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벌크선의 경우 2020년 이후 컨테이선시장과 마찬가지로 시황 변동성이 매우 커지고 있어 리스크 관리 강화와 유연한 선대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부장은 “코로나가 종식되면 건화물선 운임지수(BDI)가 다시 1000포인트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오는데 시황 변동성이 커질 때 (선사들이) 한쪽으로 가는 것보다는 롱·숏 포지션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 들어 벌크선 발주가 저조한 이유로 선주들이 수소 메탄올 암모니아 LNG 등 친환경 기술 방향성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따라서 향후 친환경선박의 공동발주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국내 조선사들과의 공동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그는 호황기엔 원가경쟁력, 불황기엔 시장정보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해양진흥공사의 시황정보서비스와 컨설팅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주문했다.
정 부장은 “올덴도르프는 한 회사에만 전문 인력이 16명인 반면, 우리는 시황 리서치팀을 보유하고 있는 선사가 단 한 곳밖에 없다”며 (해양진흥공사의) 시황정보서비스를 많이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벌크선시장 회복 중국에 달려”
건화물선 시황 분석과 전망을 주제로 발표한 SSY의 데릭 랭스턴은 내년 벌크선시장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거란 진단을 내놨다. 시황 회복 여부는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과 철광석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라질에 달릴 거란 분석을 내놨다.
긍정적 요소로는 2022년 우리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다소 낮겠지만, 인도 유럽 등의 철강 수요가 많다는 점을 들었다. 더불어 브라질의 대두, 호주의 밀이 강세를 보이며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곡물 수요가 전반적으로 강세일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케이프시장이 브라질의 철광석 생산에 의해 달라지고, 중국에서 수요가 하락하면 시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세계 경제 및 원자재 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중국의 성장률 둔화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수요 위축 우려가 상존한다”고 전했다.
‘컨테이너 물류 공급망 분석’ 세션을 담당한 베스푸치마리타임의 라스 얀센 대표는 항만에서 나타나는 물류 적체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송능력이 떨어져 컨테이너운임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선박의 3분의 2가 물류 지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현재 약 12%의 수송능력이 선사들의 스케줄 지연으로 사라져 고운임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스 대표는 “올해 말까지 컨테이너 선사 및 물류업체들의 기록적인 수익 행진은 지속될 것이며, 지금의 공급망 병목현상의 해결은 과거 북미 항만노조 파업 당시를 회상했을 때 최소 6개월 이상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해운환경규제정책 동향과 대응을 주제로 발표한 DNV 이화룡 부사장은 “탈탄소화의 추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선사들은 이제 환경규제 준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고 강조했다.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은 개회사에서 “팬더믹 이후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패턴으로 해운산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므로, 지금 우리가 마주한 전환기에 해운산업의 미래를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변화에 대한 준비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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