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해운물류 시장에서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전환이 업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제15회 세계해양포럼(WOF)에서 우수한 중앙대학교 국제물류학과 교수는 “해운물류업계의 디지털 전환 선도주자인 머스크 등 주요 기업들과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비주류 기업들과의 격차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우 교수는 “아직까지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해운기업들이 얻는 이득이 무엇인지 불명확해 보인다”며 “디지털 전환을 꼭 해야 하는 동기가 무엇이며 발생 이익이 무엇인지도 정확하지 않아 그 활용도는 기업마다 차이가 큰 편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정부가 기업을 지원할 때 세밀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포럼은 12개 세션과 2개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으며, ‘축의 대전환,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주제로 전 세계 21개국에서 97명의 연사와 토론자들이 참가해 해운 항만 조선 등 여러 물류 산업 등에 관한 폭넓은 토론을 벌였다.
이 중 해운항만 세션은 마틴 스토포드 클락슨리서치 이사, 크리스 그레일링 전 영국 교통부 책임장관, 남기찬 전 부산항만공사(BPA) 사장 등 주요 해운·항만업계 전문가들이 한자리 모여 ‘환경규제와 디지털화’라는 주제로 향후 해운·항만업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좌장을 맡은 전준수 서강대학교 명예 교수는 “최근 해운경기 호황이 이어지면서 환경 규제 등의 문제에 선주들의 경각심이 적은 편”이라며 “이러한 이슈는 앞으로 다가올 해운물류업계의 실제적인 위협이기 때문에 이 자리를 통해 선주들이 보다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스마트 자동화가 꼭 무인화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종철 HMM 해사총괄전무는 "스마트 자동화는 적정 인원이 효율적으로 일할 때 훨씬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형태의 유인화를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전무는 LNG 연료 추진 선박을 예로 들면서 “LNG선을 수십년간 연구해 본 입장에선 LNG가 얼마나 위험한 물질이고 이를 운영하는 데 얼마나 많은 직무 지식과 역량이 필요한 지 절감한다”며 “LNG 연료 추진선박의 운영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필요한 직무 지식과 경험을 지닌 선원 확보”라고 설명했다. 최 전무는 향후 암모니아, LNG 등 연료를 운영할 수 있는 선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어떤 교육을 통해 양성해야 하는 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영세 해운항만기업들을 위한 공공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남기찬 전 BPA 사장은 “부산항에는 현재 수많은 영세 기업들이 존재하고, 이들을 위해 BPA는 현재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현황 과제들도 발굴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 나아가 영세기업들을 위한 공공 플랫폼 구축을 통해 기업들이 가진 디지털화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대기업들과 함께 동참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무인화에 따른 항만 일자리 감소 문제에 대해선 “노사정이 힘을 합쳐 대체 일자리를 찾아내고 거기에 필요한 전환 교육 등이 구체화되서 기존의 근로자들이 불안해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체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부산항 친환경 정책에 관해선 부산시청과 항만당국이 공동으로 수립할 수 있는 친환경 정책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윤수 부산연구원 기획조정실장도 부산항이 단지 기존의 컨테이너 중심의 항만에 머무를 게 아니라 더 나아가 부산시의 에너지 관련된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부두 설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허 실장은 “앞으로 부각되는 CCUS 등 탄소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친환경적 부분들이 항만을 통해 내륙과 연계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 설립된 부산 가덕도 신공항에도 향후 전기 등 친환경 에너지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부산 신항의 LNG 벙커 터미널을 기반으로 LNG 쪽에서 수소를 채취해 수소연료발전소를 통해 신항과 신공항에 전기를 공급한다면 현지에서 자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홍광의 기자 kehong@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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