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공항의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시앤드에어) 실적이 전년 대비 20% 성장한 11만8000t을 기록했다. 인천공항 개항 이래 역대 최대 실적이다. 종전 기록은 전년도의 9만8000t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복합운송화물 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전자상거래 산업의 성장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시앤드에어는 주로 중국에서 생산된 전자상거래 상품이 인천까지 해상으로 운송된 뒤 인천공항에서 항공편으로 환적돼 전 세계로 배송되는 물류 체계다. 인천공항은 중국과 지리적 접근성이 우수한 데다 전 세계 192개 도시를 연결하는 강점을 바탕으로 허브 네트워크로서 유리한 입지를 지니고 있다.
인천공항을 거쳐 간 시앤드에어 화물의 최종 목적지는 북미와 유럽 등 원거리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약 5만t 3만4000t의 화물이 각각 인천공항을 거쳐 갔으며, 지역 점유율은 42% 28%였다. 다만 화물량으로는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의 지역이 2만1000t에서 3만5000t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하면서, 북미와 유럽의 평균 성장률인 7%를 크게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발 전자상거래 수요처가 다변화하면서 최종 도착지 국가 수도 2023년 35개국에서 지난해 47개국으로 대폭 늘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화물이 도착 항구는 인천항, 평택항, 군산항 순으로 나타났다. 무역통계진흥원의 시앤드에어 환적화물 통계 기준에 따르면 각각 물동량 4만3000t 4만1000t 3만3000t으로, 37% 35% 28%를 차지했다. 2023년에는 군산항(3만9000t)이 가장 많은 화물을 처리하며 40%를 점유했으나 한-중 카페리 항로와 인천공항과의 접근성이 부각되면서 인천항이 2년 만에 다시 순위에서 앞섰다.
지난해 인천공항의 전체 화물 물동량은 294만7000t으로 집계됐다. 전년 274만4000t 대비 7.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수출화물은 75만5000t, 수입화물은 89만5000t을 처리하면서 각각 전년 대비 8.8% 9.5% 늘었다. 가장 많이 수출된 화물은 화장품으로, 1년 전 5만3000t에 견줘 48% 늘었다. 지난해 한국 콘텐츠 열풍이 불면서 K-뷰티 제품도 덩달아 호조를 띠었다.
국가별 화물 실적은 대부분 여객기 공급이 증가한 데 따랐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전년 23만2000t에서 15% 늘어난 27만1600t의 화물을 날랐다. 일본의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의 지역은 늘어난 여객편 공급을 활용해 여객기 화물 운송을 진행했다. 반면 미주 지역은 전년보다 화물기 운항이 감소했으나 탑재율(L/F)을 높이며 5% 증가한 52만4900t의 물동량을 기록했다.
성수기·비수기 사라져…트럼프 정책은 변동요소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14일 열린 ‘2025년도 인천공항 항공화물 전망 세미나’에서 최근 항공화물은 변동성이 감소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성수기의 상승 폭은 감소했지만 반대로 비수기의 감소 폭도 줄면서 비수기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항공화물의 월 평균 변동성은 2020년 대비 30% 감소했다. 공사는 홍콩공항의 화물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트렌드는 항공사의 기재 운용과 물류기업의 연간 계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역시 항공화물 수요는 견실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으로 관세정책이 변하면서 전체 교역은 일정 기간 둔화하겠지만 전자상거래로 운송되던 중국발 미국행 항공화물의 운송 총량은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 판단이다. 미-중 갈등이 이어져도 전자상거래 화물은 규제가 덜한 소비재에 집중돼 있으며, 중국산 소비재는 화물 단가가 낮아 면세가액 조정 영향이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 기업인 테무는 올해 2월 초부터 자사 미국 사이트에서 알고리즘을 변경해 관세를 내고 정식으로 수입된 상품부터 표시되게 해 관세 부과에 따른 판매 영향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앤드에어도 미국의 규제로 단기적인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성장세를 띨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인 펜타닐의 원료가 중국에서 들어온다며 그 배후로 중국발 전자상거래를 지목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공사는 국내의 항만-물류단지-공항 등 3회에 걸쳐 실시되는 철저한 화물검색 체계를 강점으로 활용하면 이 같은 이슈에도 대응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이 재편되고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이 리뉴얼 되면 공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유럽 경쟁당국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승인을 위한 선결 조건을 요구하자 이에 대응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사업을 에어인천에 매각했다. 아시아나는 여객기 화물사업을 포함한 여객사업을 2026년 10월까지 독자 운영하고, 화물기 사업은 올해 6월10일부로 에어인천에 넘기게 된다.
공사는 이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공급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나는 기존에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여객기를 활용한 화물 운송 비중이 컸는데, 현재 에어인천이 보유한 B737-800F 항공기로는 이 지역을 모두 커버하기 어려워 네트워크 재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기존 시설 노후화, 아시아나 여객기 화물 조업 처리 등을 위해 기존 제1화물터미널을 리뉴얼할 계획을 밝혔다. 이 또한 내년 8월까지 화물터미널 처리량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 박한솔 기자 hsol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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