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이 한 달 만에 세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다. 새해 첫 달 월간 수주 실적에서 23개월 만에 1위를 차지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2월엔 다시 중국에 밀렸다.
다만, 한국 조선은 이미 넉넉히 확보한 일감을 바탕으로 건조 단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선별 수주해 질적으로는 중국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글로벌 LNG 수요가 2040년까지 크게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 조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韓 척당 환산톤수는 4만1000t…中보다 많아
영국 조선해운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월 선박 수주량은 29만t(CGT·수정환산톤)으로, 135만t을 낸 중국에 크게 밀리며 세계 2위를 기록했다. (
해사물류통계 ‘최근 5년간 국가별 2월 선박 수주량’ 참고)
한국 조선은 올해 1월 LNG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등의 선종을 중심으로 수주량을 늘리며 모처럼 정상에 올랐지만 내수 위주의 선박 발주를 앞세운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한 달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만, 우리나라의 척당 환산톤수는 4만1000t으로 중국(3만6000t)에 비해 1.1배 많았다. 선박당 수주 톤수가 더 높다는 것은 그만큼 대형선박, 고가의 선박을 많이 수주했다는 의미다.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국내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외에 셔틀탱크선, 초대형에탄운반선(VLEC) 등 건조 단가가 높은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
일본은 2월 한 달간 따낸 건조 계약이 전무해 수주 부진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새해 첫 달 확보한 선박도 6만t(5척)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달 우리나라 14척 93만t, 중국 37척 51만t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2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전년 541만t 대비 62% 감소한 207만t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5만t보다 87% 줄었으며, 중국은 지난해 281만t 대비 52% 감소했다. 일본은 전년 13만t에서 100% 급감했다. 수주 점유율은 중국이 65%로, 14%에 그친 우리나라를 압도했다. 3위 일본은 0%였다.
누계(1~2월) 수주량에서도 중국이 우리나라를 크게 앞섰다. 중국 185만t, 우리나라 122만t으로, 전년 625만t 348만t 대비 70% 65% 각각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점유율은 중국 한국이 각각 48% 32%로 집계됐다. 3위 일본의 수주량은 전년 55만t 대비 89% 급감한 6만t이었다. 점유율은 1%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글로벌 발주량은 전년 1111만t 대비 65% 줄어든 384만t이었다.
2025년 2월 말 현재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년 1억3457만t 대비 16% 늘어난 1억5634만t을 기록 중이다. 국가별로는 중국 9075만t, 한국 3667만t, 일본 1324만t 순이었다. 전년에 비해 중국은 35% 일감이 늘어난 반면, 우리나라는 7%, 일본은 8% 감소했다. 2024년 2월 중국 한국 일본은 6721만t 3938만t 1445만t의 수주잔량을 각각 기록했다.
2월 말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88.36포인트를 기록, 전월 189.38포인트 대비 1% 떨어지며 보합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 2월 181.39포인트에 비해 4%, 2021년 2월 128.43 대비 47% 상승했다. LNG 운반선, 초대형 유조선(VLCC)의 건조 단가가 떨어지며 신조선가 하락을 주도했다.
선종별 선가 추이를 살펴보면, 17만4000m³급 LNG 운반선은 전년 2억6500만달러 대비 3% 하락한 2억5600만달러, VLCC는 1억2800만달러에서 2% 떨어진 1억2600만달러에 그쳤다. 반면, 2만2000~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전년 2억6450만달러 대비 4% 오른 2억7500만달러로 나타났다.
셸 “2040년까지 LNG 수요 60% 급증” 전망
전 세계 LNG 수요가 오는 2040년까지 약 60%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건조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에너지기업 셸은 최근 발표한 ‘LNG 전망 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LNG 수요가 연간 6억3000만~7억1800만t에 이르며 현재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시아의 경제 성장, 중공업 및 운송 부문의 탈탄소화 움직임, 인공지능(AI)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LNG 수요가 크게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특히 중국은 폭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고자 LNG 수입을 가장 크게 늘릴 것으로 관측됐다. 2030년까지 약 1억5000만명이 필요한 가스를 공급하고자 파이프라인 증설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 역시 향후 5년 동안 약 3000만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한 가스 배관 시설을 확보하고자 천연가스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운 부문에서도 LNG 수요가 2030년까지 매년 1600만t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2024년 전망 대비 약 60%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전망에 조선업계에선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LNG 운반선 수주량이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NG 공급은 카타르와 미국에서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2030년까지 연간 1억8000만t의 LNG를 수출하며 전 세계 공급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LNG 수출국으로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톰 서머스 셸 LNG 마케팅 및 트레이딩 부문 수석 부사장은 “전 세계는 개발 및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전, 냉난방, 산업 및 운송 부문에서 더 많은 가스를 필요로 할 것”이라며 “LNG는 증가하는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안정적이고 유연하며 적응 가능한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선호되는 연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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