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6 16:23

‘배달통 물러가고 NHN 들어오고’

요동치는 배달앱 시장 승자는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인수를 위해 요기요의 매각을 추진 중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또 하나의 배달 앱인 ‘배달통’사업을 접었다.

DH의 한국법인 DH코리아는 6월24일 배달통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음식배달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배달통,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선발주자를 시작으로 쿠팡이츠를 비롯한 다양한 배달앱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급기야 모바일 플랫폼 최강자 카카오모빌리티가 퀵서비스 론칭을 앞두고 픽커(라이더) 모집에 가세하면서 음식 배달시장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독일기업, 요기요 팔고 배달통 접고

지난 201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한 배달통은 2015년 DH에 인수됐다. 이후 DH코리아는 배달통과 요기요 등 2개의 배달 앱을 운영했다. 하지만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배민이 6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가운데 배달통은 요기요에 이어 3위를 유지했다.

국내 음식 배달시장은 10조원에 이른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2001년 6000억원 수준에서 16배 급증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음식주문이 늘어나면서 배달 앱 시장도 급격히 커졌다. 일반적으로 배달 앱 업체는 음식점으로부터 결제금액의 13~16%의 수수료를 받고 있음으로 10조원에서 15%의 부분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래서 시장크기는 약 1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그래서인지 애플리케이션 안에서 더 상위에 업체를 노출해주는 광고 집행 중심의 메커니즘을 통해 추가로 시장을 키우는 전략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오프라인으로 제공되는 배달서비스가 오프라인 스마트폰 서비스로 옮겨오면서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각종 온라인 배달 앱 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특히 배달의민족은 ‘우아한 형제들’이라는 회사에서 운영 중이다. 정보통신업계(NHN)에서 유명한 디자이너였던 김봉진 씨가 회사 대표로 있는 회사다. 일반식당들이 전단을 뿌리지만 대부분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뿐 돈을 들인 만큼 효과를 못 얻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창업한 회사로 영세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본질에 집중한다.

‘요기요’는 ‘알지피코리아’의 소유로 독일계 벤처 창업보육 회사 ‘팀유럽’이 한국에 세운 법인이다. 독일 영국 호주 등에서 서비스 중인 ‘딜리버리 히어로’를 ‘요기요’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한국의 상황에 맞게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이다. 매켄지 앤 컴퍼니 컨설턴트 출신으로 소셜커머스 회사 ‘슈거딜’을 창업해 위 메이크 프라이스에 성공적으로 매각했던 나제원 대표가 2012년 10월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컨설턴트 출신의 대표 때문인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도 정보제공 측면에서 다각도로 꼼꼼하고 치밀한 부분이 있다. 자본금은 6000만원으로 시작했지만 투자를 255억원까지 받았다. 직원 수는 약 70명 정도 된다.

배달 서비스업 시장은 소셜커머스 시장 이후 새로 떠오른 서비스 관련 애플리케이션 시장으로 나란히 시장 1, 2위인 우리나라 토종 스타트업과 독일계 스타트업의 대결로 볼 수 있다.

 



레드오션으로 치닫는 음식 배달시장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출혈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 59.7%, 요기요 23.8%, 쿠팡이츠 15.2% 등 사실상 3파전으로 압축됐다. 배민 인수 조건에 매각을 준비 중인 DH의 요기요를 제외하면 배민과 쿠팡이츠 양강 체제로도 볼 수 있다.

배민은 지난해 10년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마케팅 및 프로모션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은 112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이츠의 경우 실적이 공개된 적은 없다. 누적 적자 폭이 상당할 것이라고만 관측되는 상황이다. 다만 쿠팡이츠는 쿠팡과 마찬가지로 적자를 감수하는 동시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쿠팡이츠는 거래액 및 이용자 확대를 위해 이달부터 ‘배달비 무료’라는 기간제 프로모션과 하루에 한 번씩 최대 4000원 쿠폰을 지급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막대한 비용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광고노출을 많이 한 배달 앱에 관한 인지도는 어떨까.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7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과반수(59%)가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로 배달의민족(53명, 59%)을 꼽았다. 기억에 남는 이유로는 ‘특이하다’, ‘흥미롭다’와 같은 답변이 가장 많았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은 배달의민족 광고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지만, 텔레비전(47명, 45%)에서 봤다는 응답수가 가장 많았다.

배달의민족 광고와 요기요 광고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결과, 총 63명의 사람은 배달의민족 광고 중에서 류승룡이 출연하는 명화 편을 봤다. 이 중 57명이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했고 55%의 사람들이 광고를 접한 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았다. 반면 배달의민족과 비슷하게 62명의 사람이 요기요 광고를 봤다. 요기요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59명이 이해했지만,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사람은 17%에 그쳤다. 그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사람들은 배달의민족 광고가 요기요의 광고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고 답변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배달의민족이 외국의 유명한 명화들을 패러디하고, 유머 있게 표현함으로써 더 효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소비자들은 배달의민족 광고를 더 잘 기억하고 더불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는 행동까지 이어졌다.

두 업체의 광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실제 광고를 제작하는 이들이 생각한 전략과 콘셉트, 목표 등을 파악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들과 직·간접적인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면 더 명확한 분석이 됐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모두 전 세계적인 배달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그 영향력은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두 업체 모두 나름의 고유의 강점(Unique Selling Point)이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요기요 광고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광고 시청이 연이은 앱 다운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실패했다. 반면 ‘배달의민족’은 그들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를 USP로 승화시켜 적절한 모델 선택과 유머 소구로 소비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광고가 되게 했다.

이어서 앱 다운로드로도 직결시켰다. 따라서 기업 본연의 장점과 이미지가 적절히 녹아들 수 있게 해야 이윤 달성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향후 치열한 배달 앱 시장에서 위의 두 업체도 역시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자산을 명확히 보여 줄 수 있는 전략과 콘셉트를 가지고 마케팅 전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공공 배달앱이 독과점 문제 대안될까?

DH가 배달의민족까지 흡수할 경우 시장은 독과점 상태가 된다.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경기도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공공배달 사업에 NHN이 모두 참여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5월25일 제로페이 기반의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시켰다.

이 협약은 제로페이와 민간 배달업체 10곳(띵동, 리치빔, 만나플래닛, 먹깨비, 위주 등)의 결합으로 이뤄졌으며 NHN페이코는 10곳 중 가장 몸집이 크다.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은 제로페이 가맹점들의 제로배달 앱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 마케팅에 힘쓰고, 제로페이를 단계적으로 결제 수단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배달 앱 최저 중개 수수료인 2%를 선언하며 가맹점들 사이에서 제로배달 앱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또한 NHN페이코 컨소시엄을 공공배달 앱 구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배달 앱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논란은 지난해 12월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의 1, 2, 3위인 배민, 요기요, 배달통이 모두 딜리버리히어로의 소유가 되며 사실상 독점 시장이 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해 현재까지 결합 심사 중이다. 심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지난 4월 배민이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발표했고, 소상공인들에게 수수료 인상과 마찬가지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경기도와 서울시에서 배달 앱 독점 시장을 막기 위해 공공 배달 앱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독과점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직접 개입에 찬성하는 입장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등 현재 배달 플랫폼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존 앱들은 중개 수수료가 높다.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기업, 소비자, 소상공인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낸다면 공공개입의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 찬성 측 의견의 골자다. 전북 군산시가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해 소비자와 소상공인 양측의 호응을 받으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한 공공배달 앱 ‘배달의 명수’가 공공개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지난 5월7일 기준 ‘배달의 명수’의 가맹점 신청 업소는 870곳을 넘어섰고, 가입 회원도 9만여명에 이르러 군산시 인구의 3명당 1명꼴이 가입하는 성과를 이뤘다. ‘배달의 명수’는 가맹점에 이용 수수료와 광고료를 한 푼도 받지 않으며, 소비자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할 수 있어 음식값의 최고 10%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가맹점들이 소비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할인 혜택을 내놓는 등 앞으로의 시장 점유율 향상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배민의 독과점을 견제하고 가맹점주, 그중에서도 소상공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사용해 진행되는 사업에서 배민보다도 더 큰 몸집의 NHN페이코가 혜택을 받게 되는 양상 또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NHN은 2013년 네이버와 분할되어 페이코, 한게임, 벅스뮤직 등의 사업을 거느린 매출 약 1조5000억원의 기업이고 페이코는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카카오페이와 함께 국내 간편 결제 서비스를 이끌어가고 있는 4강이다. 세금을 이용하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공공배달 사업에 NHN이 모두 참여하게 되자 독과점 규제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데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박재형 기자 jhpark@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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