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선주사보다 (해운산업에서 배출된) 일반 선주사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금융권 선주사가 나오면 금융권에서 (해양진흥공사 같은) 금융선주사에만 자금 지원하고 일반 선주사엔 지원을 안 할 거 같은 우려가 있다. 한 군데로 (선주 역할까지) 몰리는 건 위험 부담이 있다.”
한국해운협회 김영무 부회장은 협회 창립 67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해양진흥공사에서 선주사 기능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토론을 해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현재 해진공은 법무법인 광장에 5억원 규모의 선주사업 검토 용역을 발주했으며, 본사업에 앞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와의 TF(전담조직) 구성 같은 의견 수렴 절차는 밟지 않고 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선사들 의견을 들어본 결과 금융권에서 자회사를 만들어서 선주사업을 하는 것보다 그리스 선주나, 일본 이마바리 선주, 국내 시도상선 창명해운 같은 일반(기업형) 선주사를 육성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견해가 우세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해진공 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해진공 황호선 사장과 컨테이너선사 대표가 모인 간담회에서 선사들이 700~1000TEU급 컨테이너선 신조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을 두고 “폐선보조금(노후선을 매각하고 친환경 신조선을 지을 때 지원하는 정부보조금)을 지원받고 산업부와 협의해서 표준선형을 만들면 국내 중소형 조선소에서 지어도 가격경쟁력이 있을 거라 판단해서 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TF를 만들어서 중소 컨테이너선 신조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의 신조 가격차가 15~20% 정도 나는데 우리가 표준선형을 개발해서 공동발주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될 거”라며 “국내 선사들이 국내 조선소에 발주하면 해진공뿐 아니라 산업부에서도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선령이 15년을 넘긴 국내 노후 중소 컨테이너선은 15척이고, 선사가 필요로 하는 중소선박은 1000TEU급 5척, 700TEU급 14척 등 총 19척으로 파악된다.
김 부회장은 최근 선사들이 해운업에 대한 전문성 없이 고수익만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에 잇따라 팔리는 상황에 대해선 “해양진흥공사에서 폴라리스쉬핑의 영구전환사채 500억원을 인수한 것처럼 (선사들이 사모펀드의 도움 없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만 자본금이 부족해서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해진공 자본금을 10조원으로 늘리는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에이치엠엠알헤시라스>호가 독일 함부르크항에서 화물을 하역하고 있다. |
세계 3대 해운국 도약 목표
김 부회장은 또 한국해운협회가 4월20일부로 67번째 생일을 맞았다고 소개했다. 협회는 지난해 11월 임시총회를 열어 단체 명칭을 바꾸는 한편 창립일도 한국선주협회 출범일인 1960년 6월20일에서 대한선주협회가 설립한 1954년 4월20일로 소급 적용했다. 이날은 협회 역사를 확장한 뒤 맞는 첫 창립기념일이다.
지난 67년 동안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은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정부는 지난 1958년 해기사 병역특례제도를 도입해 우수 해기인력을 배출하는 토대를 마련한 데 이어 1961년 우리 화물은 우리 선박으로 수송하도록 한 웨이버(국적선 불취항 증명) 제도를 시행했다.
1965년 대일청구 민간상업차관 3억달러 가운데 3000만달러를 해운업계에 배정해 중고선을 도입하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1975년엔 계획조선제도를 도입해 국적선사가 신조선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텄다.
이 밖에 1997년 국제선박등록제도 제정 및 선박도입관세 철폐, 2002년 제주선박등록특구제도 도입, 2003년 수출입은행 자금을 활용한 선박금융 지원, 2005년 톤세제도 도입, 2018년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과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발주 등도 한국상선대의 국제경쟁력 제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정부 정책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대한선주협회 출범 당시 8만t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외항상선대는 67년이 지나 세계 5위 수준인 8300만t까지 성장했다.
정태순 해운협회 회장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오랜 한국해운 역사에서 19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와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7년 한진해운 파산 등 여러 차례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우리나라가 세계 3대 해운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한국해운 발전의 원동력이 된 정부당국과 국내 해운업계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이경희 기자 khlee@ksg.co.kr >
0/250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