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5 09:12

기고/ 북극항로특별법과 북극항로 시범 운항의 의미

변호사가 된 마도로스의 세상이야기(89)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 성우린 변호사


21세기판 실크로드로 불리는 북극항로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북극항로 활용 촉진 및 연관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북극항로 특별법)이 지난 5월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는 9월에는 부산의 대표 선사인 팬스타그룹이 북극항로 컨테이너 시범 운항의 닻을 올릴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신항로 개척을 넘어 수에즈운하에 의존해 온 기존 글로벌 물류 체계의 대안을 확보하고 대한민국 물류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전환점이다.

이번에 제정된 북극항로 특별법은 그간의 산발적인 노력을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전략으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북극항로 특별법 법안의 핵심은 해양수산부 장관이 5년 단위의 ‘북극항로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안 제5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북극항로 위원회’를 설치해 범정부 차원의 정책을 조율하며(안 제8조), 이번 시범 운항과 같은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을 포함해 북극항로 연관 산업을 영위하는 자인 ‘북극항로 사업자’에게 재정 및 금융 지원을 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를 마련했다(안 제11조).

더 나아가 연구개발, 전문인력 양성, 국제 협력은 물론 운항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북극항로 종합지원센터’의 지정 근거까지 둬(안 제14조), 북극항로 특별법은 북극항로 연관 산업을 영위하는 북극항로 사업자에게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 기반을 마련한 것만으로 거친 북극의 얼음 바다를 헤쳐 나갈 수 없다. 시범 운항의 중책을 맡은 팬스타그룹은 사실상 막대한 초기 비용과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북극항로는 쇄빙선 도입 시 재정적인 지원 문제, 높은 보험료, 상업적 운항 데이터가 부족해 화주로부터 화물을 확보하는 문제,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에 필자는 법적 근거까지 마련된 현 상황에서, 정부가 적기에 상기한 여러 문제에 관해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올해 예정된 이번 시범 운항조차도 무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는 특정 기업의 단기적 이윤 추구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공익적 투자’의 성격이 짙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인 이유가 명확해진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아래와 같다. 우선, 북극항로 개척은 특정 기업의 이익을 넘어 국가 전체의 물류 경쟁력을 좌우할 ‘공공재’적 성격을 띤다. 시범 운항을 통해 축적될 데이터와 노하우는 대한민국 해운업계 전체의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기에 민간기업 하나에 그 비용과 위험을 모두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북극항로 특별법이 북극항로 사업자에 대한 재정·금융 지원(안 제11조)과 데이터 구축을 위한 ‘북극항로 종합지원센터’의 설립(안 제14조)을 명시한 것 역시 이러한 공공재적 가치를 입법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국가의 지원은 미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로 볼 수 있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중국, 러시아 등 경쟁국에 북극항로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게 될 수 있다. 북극항로 특별법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북극항로 위원회’(안 제8조)를 통해 국가적 전략을 수립하도록 한 것은 이 사업이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안보, 외교적 사안임을 방증한다. 과거 우리가 조선, 반도체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했듯이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국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극항로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와 팬스타그룹의 북극항로 시범 운항은 대한민국이 해양 강국으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역사적 기회다. 이 담대한 첫걸음이 성공적인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항해의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수한 선구자에 대한 국가의 확고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의 과감한 결단과 체계적인 지원이 북극의 얼음을 녹이고 새로운 번영의 항로를 여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 코리아쉬핑가제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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