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3 10:12

설자리 좁아지는 중견조선, 13년새 수주액 ‘31조→1조’ 곤두박질

국내 전체조선시장 수주 비중 역대 최저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국내 중견조선사들이 지난 한 해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한 선박 수주액을 기록했다. 2016년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낸 이후 불과 3년 만이다. 중견기업들은 일감을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와 달리 수주 부진에 시달리며 국내 조선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STX조선해양 연수중공업 등이 포진해 있는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지난해(1~12월) 선박 수주량은 전년 대비 23.2% 급감한 49만CGT(수정환산톤수)에 그쳤다.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침체됐던 2016년 19만5000CGT 대비 156.4% 폭증했지만 전년과 비교해 두 자릿수 후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3.6% 급감한 10만9000CGT에 그쳐 연말로 갈수록 수주가 더욱 축소되는 양상이다.


선박수주액 전년比 25% 급감

조선사들은 지난해 수주척수 21척 중 16척을 탱크선으로 채웠다. STX조선해양 대한조선은 각각 6척 10척의 탱크선을, 대선조선은 피더컨테이너선 3척, 여객선 1척, 소형액화석유가스(LPG)선 1척 등 5척을 수주고에 올렸다.

선박 수주액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실적을 냈다. 지난해 중형조선사들의 수주액은 전년 대비 25% 감소한 9억1000만달러(약 1조1000억원)로 추정된다. 4분기 수주액이 전년 대비 55.6% 급감한 2억달러로 쪼그라들며 전체 실적 악화를 이끌었다. 연간 수주액이 10억달러를 밑돈 건 역대 두 번째다.

국내 중견조선시장은 지난 2016년 3억7000만달러(약 4400억원)의 수주액을 기록,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침체된 바 있다. 수주가 정점을 찍었던 2007년 262억1000만달러(약 31조원)에서 무려 96.5%나 급감한 것. 한화로 따지면 13년 만에 수주액이 31조원에서 1조원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중형조선이 국내 전체 신조선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주액 비중 역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0년 10%를 웃돌았지만 2017년 7.2%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 4.1%로 곤두박질쳤다. 국내조선시장에서 차지하는 중형조선사의 입지가 과거에 비해 좁아졌음을 알 수 있다.

남은 일감도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며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102만1000CGT에 그쳤다. 2016년 1분기 400만CGT를 웃돌았던 수주잔량은 2016년 4분기 말 201만CGT로 반 토막 난 데 이어 재작년 101만9000CGT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건조실적은 총 177만DWT(재화중량톤수)로 전년 대비 50.4% 증가한 실적을 신고했다. 건조 척수는 전년 31척 대비 6척 적은 25척이었으나 대한조선의 대형선박 수주로 톤수는 증가했다고 수출입은행은 전했다.
 

글로벌 중형선박 발주량 ‘반토막’

지난 한 해 전 세계 발주량도 두 자릿수 급감했다. 탱크선을 제외한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에서 발주 감소가 표면화됐다. 2019년 중형선박 발주량은 전년 대비 46.7% 후퇴한 719만CGT로 집계됐다. 4분기 발주량은 70.4% 급감한 105만CGT로 실적악화를 견인했다.

전체 신조선시장에서 차지하는 3대 선종 및 액화석유가스(LPG)선 등 중형 선박비중은 2019년 중 28.4%로 축소됐으며, 4분기에는 14.7%까지 하락했다. 수출입은행은 전체 신조선시장에서는 크루즈선과 LNG선 등이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인 반면, 중형 선종에서는 부진을 보완할 선종이 없었던 점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중형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66% 감소한 81만CGT로 집계됐다. 총 55척 중 3000TEU급 이상급 선박이 단 한 척도 발주되지 않았고 수요는 1000~2000TEU급에 집중됐다. 20만DWT급 미만 벌크선은 51.5% 급감한 332만CGT, 탱크선은 15.8% 감소한 284만CGT로 컨테이너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반면 LPG선 발주량은 21.% 증가한 22만CGT를 기록했지만 중형조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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