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4 09:07

푸드톡앤톡/봄 바다에서 건진 조개

비스트로 도마 우정호 셰프


누구나 좋아하는 감칠맛 가득한 조개, 수산시장에 가면 그 종류도 다양한데 드라마 ‘응답하라 1988’ 그리고 강릉지역 비빔밥으로 큰 이슈가 됐던 꼬막부터 고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가리비까지 크고 작은 조개들이 어항에 가득하다. 조개를 먹을 때 가장 큰 원칙은 산란기에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자신을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독소를 만드는 시기이기 때문에 탈이 날 가능성이 높다. 조개마다 산란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특히 조심해야 하는 시기는 4~5월이고 바다수온도 상승해 패류독소가 발생한다. 서양에서는 알파벳’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5월부터 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속담도 있다.

‘베네루핀’ 이라는 어패류의 독소는 열에 안정해 장시간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아 여름철에는 조개류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짠물에 강한 비브리오균은 흐르는 수도물에 씻는 것만으로 예방할 수 있다. 반면 조개는 산란기 직전 바로 3월에 최고의 맛을 내니까 이번 달에 맛있는 조개를 많이 먹어두자!!!

조개를 먹을 때 가장 짜증나는 경험은? 아마도 맛있게 먹다가 마지막에 모래와 뻘을 씹었을 때 일 것이다. 그렇다면 해감을 가장 잘 하는 방법은? 우선 3% 정도의 소금물을 만든 후 조개를 채반 위에 놓고 물에 넣는데 조개가 뱉은 모래를 다시 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에 쇠붙이를 넣고 검정비닐로 2~3시간정도 덮어 주면 해감에 더 효과적이다. 

이제 맛있는 조개를 소개할 시간이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국민조개 ‘바지락’, 원래 이름은 ‘바지라기’ 였으며 호미로 갯벌을 긁을 때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바지락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국물요리내기에 최적이고 번식과 성장이 빠르고 이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양식하기에 좋아 가격 또한 저렴하다.

문어바지락이라고 불리는 왕바지락은 산란을 앞둔 3월에 가장 맛이 좋고 간단한 조미료 만으로 칼국수, 무침, 된장찌개, 전, 찜 등 여러 가지 맛있는 요리가 가능하다. 프랑스 남부지역 가정식인 ‘바지락 토마토 볶음’은 올리브유에 편마늘을 볶다가 향이 올라오면 바지락과 토마토를 넣어주고 바지락에서 물이 생기면 화이트와인을 부어주고 신맛을 날린 후 신선한 올리브오일로 마무리 하면 된다. 새우를 넣어 주면 맛이 더 좋아지고 바지락 대신 홍합으로 만들어도 맛있다.

키조개는 곡물에서 돌 등을 거르는 도구인 ‘키’를 닮아 붙여진 별명이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이 특징이고 특히 두꺼운 관자부분은 양식재료로 많이 쓰인다. 서해, 남해뿐만 아니라 동해에서도 서식하고 있으며 다른 조개와 다르게 4~5월에 제철이다. 키조개 관자는 부드러운 가리비관자에 비해 쫄깃한 맛이 강하다. 비교불가 둘 다 엄청 맛있고 각 면을 센 불에 1분씩만 익히고 2분 레스팅하고 먹으면 질기지 않게 먹을 수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키조개 관자요리는 전라남도 장흥의 ‘장흥삼합’을 빼놓을 수 없다. 소고기(등심 이나 차돌박이)를 한면 익히고 뒤집어서 위에 향이 좋은 표고버섯과 얇게 썰은 키조개 관자를 올려서 한입에 먹으면 된다. 버터, 소금, 후추만으로도 간단한 관자구이를 해 먹어도 너무 맛있다.

모시조개도 바지락과 더불어 가장 인기가 높은데 파스타에서 빠질 수 없는 ‘봉골레파스타’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조개의 특유의 비린내가 없고 국물이 깔끔하고 시원해서 조개를 넣는 것 자체로 육수가 자연스레 발생된다. 봉골레 파스타에 알맞은 면은 ‘링귀니’라는 약간 납작한 면을 쓰는데 육수와 소스를 잘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의 면이다. 1인분 기준으로 링귀니면 100g, 모시조개 20개, 애호박 1/3개, 마늘 4개, 파슬리 2줄기, 방울토마토 5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 필요하다.

먼저 소금을 넣은 물을 끓여 파스타면을 삶는데 회사에 따라 틀리겠지만 링귀니면은 9~10분정도 시간이 걸린다. 후라이팬에 슬라이스한 마늘 2개와 애호박을 약한 불에서 올리브유를 두르고 타지 않게 볶다가 다진 마늘 2개와 조개를 넣고 뚜껑을 닫고 센불에서 1분간 익히면 조개육수가 생긴다.

조개를 너무 익히면 질겨지므로 조개는 따로 건져내고 면을 넣고 육수와 마늘의 향이 잘 배도록 볶아준다. 모시조개는 비린 맛이 없어서 화이트와인은 안 넣어줘도 된다. 꺼내두었던 모시조개와 다진 파슬리, 방울토마토를 넣고 볶은 다음 불에서 내려 올리브유를 한번 더 뿌려준 뒤 플레이팅 하면 된다. 방울토마토는 모시조개에 없는 비타민 A, C를 보충해 주는 역할과 먹기 좋은 색감인 빨강색을 넣을 수 있다.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여름에 독소를 품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지만 영양소 함량이 높아서 겨울철 보양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싱싱한 굴은 살색이 검정색과 흰색의 구분이 뚜렷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청포도, 방울토마토, 양파 그리고 질 좋은 올리브유만 얹어서 서양식 굴회를 먹으면 반드시 시원한 화이트와인 한잔이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굴은 익힌 것보다 생굴이 가장 맛있다.

그밖에 비린 맛이 없는 칼조개는 날카롭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으로 접시조개가 정식명칭이다. 달고 연하며 비린내가 적기 때문에 회로 먹기 좋고 껍질이 얇아서 금방 익는다. 갯벌에서 맛소금을 뿌리면 올라오는 맛조개가 있고 동죽은 부드럽고 시원한 맛 때문에 육수 내기에 가장 적합하다. 단점은 빨리 죽어서 시장에서 없을 때가 가끔 있다는거~ 조개는 자체로 시원하고 맛이 좋기 때문에 굳이 복잡한 양념을 하지 않아도 푸짐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를 만들 수 있다. 오늘 당장 마트 또는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조개를 사서 맛있는 조개요리에 도전해 보자! 
 

< 물류와 경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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