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안전운임제의 법안 내용을 개정하기 위해 6월1일 부산신항 삼거리 일대(신항1부두 부산신항국제터미널·PNIT 초입)로 집결한다.
화물연대 윤창호 사무국장은 30일 기자와 만나 “17년을 노력해 법적 최저 운송요율을 보장받는 안전운임제를 마련하게 된 건 큰 성과다”라고 해석하면서도 “(법안에) 독소조항이 있어 이번 집회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최 측 추산 집회 참가 예정인원은 5000여명이며, 화물차 500대 전국 화물연대 참가버스 100대 등이 운집할 예정이다. 기사들은 삼거리 일대 인도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약 600대의 차량들이 길게 늘어설 것으로 보여 1일 신항 5개 부두에서 화물을 반출입해야 하는 화주와 트럭기사들은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가지 독소조항 탓에 법안 실효성의문
윤 사무국장은 "안전운임의 수혜는 컨테이너뿐 아니라 철강이나 다른 품목을 취급하는 기사들도 함께 누려야 한다"며 집회 배경을 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연대가 주장해온 옛 표준운임제의 대안으로 지난해 마련됐으며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화물자동차사업법엔 법적 운송료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나 징역 등의 처벌규정을 담고 있어 화물차업계가 사실상 ‘최저운임’을 보장받게 됐다.
앞으로 운송사(대표 3명) 차주(3) 화주(3) 공익위원(4)으로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가칭)가 내년도 안전운임과 안전운송원가를 산정하며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월 말까지 내년도 운송요율을 공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법안이 3가지 독소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 3년 일몰제 ▲컨테이너(수출입·환적)·시멘트(BCT)에 한정된 품목 ▲안전운임제위원회 구성멤버의 부적합성 등이다. 구조적으로 화물운송시장이 바닥운임을 형성하는 만큼 품목에 상관없이 높은 운송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적화물 운송은 당초 법안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부두 내 셔틀운송업계가 운임 현실화를 주장하면서 현재 수출입화물과 함께 연구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연대가 첫 번째로 지적한 3년 일몰제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 끝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가결한 데 따른 것이다. 여야의 절충안은 계량이 수월한 컨테이너와 시멘트로 안전운임제 적용대상을 한정짓고, 제도 시행 기간은 3년으로 하되 법안 만료 1년 전 연장여부를 검토한다는 내용이었다. 화물연대는 운임 현실화를 위해서는 3년에 그칠 게 아니라 계속해서 법안을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안전운임제 수혜 품목이 두 가지로 제한돼 있어 수혜를 누릴 기사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편다. 화물연대 측 추산에 따르면 40만 화물차 기사 중 컨테이너는 전체 기사의 10%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화물연대는 지난 4월13일 5000여명의 조합원을 동원해 서울 종로타워 앞에서 안전운임제 전 차종·전 품목 확대와 일몰제 폐지를 위한 집회를 가졌다. 5월13일엔 서울 포스코센터 앞에서 철강화물을 주력으로 운송하는 기사들이 운임현실화를 주장했다. 주최 측은 6월1인 부산신항 집회 후 7월 충북에서 시멘트운송 집회를 갖고, 9월엔 안전운임 공표를 앞두고 서울에서 총력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외에도 화물연대는 적정 안전운임을 책정하는 위원회의 회원 구성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익위원 4명을 제외한 차주 운송사 화주 중 화주와 운송사가 합치면 6:3의 대결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차주 대표 3명 중 1명이며, 차주 대표를 실질적인 운송업무를 맡는 기사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셔틀운송기사, 화물연대 집회 환영
부산항에서 환적화물을 주력으로 운송하는 셔틀기사들도 화물연대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셔틀기사들도 운송요율 현실화를 위해 1일 집회에 동참한다는 입장이다.
부산항운수협동조합 이길영 위원장은 “외국적선사들이 타부두환적보다 자부두환적의 비중을 높이면서 우리의 일감은 줄어들었고, 터미널들은 처리능력 이상의 화물을 취급하고 있다”며 “터미널 혼잡 여파로 운송기사들의 컨테이너 상하차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적선사들이 환적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부두환적 비중을 높이면서 기사들의 일감이 크게 줄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터미널들은 공급능력 이상의 화물을 장치장에 쌓아두면서 자신들의 일감확보가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셔틀운송 기사들은 신항-신항 신항-북항 북항-북항 구간에서 운송하며, 통상 TEU당 2만원이 채 되지 않는 요율로 운송을 맡고 있다. 일반적인 수출입화물 운송기사보다 시간이 금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최근 타부두환적 비중은 30%에서 10%까지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장은 “선박이 접안하면 장비의 70~80%를 본선 하역작업에 투입하고 나머지 20~30%를 내륙운송에 투입하다보니 적체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며 “터미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외국적 선사로부터) 환적화물을 대거 받는 건 이해하지만 처리능력에 맞게 화물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항4부두 적체문제도 표면화
화물연대는 신항 주요 부두들 가운데 4부두인 PSA현대부산신항만(PSA HPNT)의 적체현상이 심각해 길거리에서 버리는 시간이 많다며 대책마련을 주장했다. 터미널업계에 따르면 HPNT는 최근 야드장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주중 터미널 혼잡이 심각한 수준이다.
또 현대상선이 터미널 지분을 확보한 후 메인 터미널로 이용하면서 수출입화물 비중이 타 터미널에 비해 높다보니 상하차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화물 과다로 장치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운송기사들의 화물 확보시간도 길어져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터미널 진입 후 나가는 시간(턴타임)은 평균 15~20분, 늦어도 30분 내로 이뤄져야 하지만 HPNT는 보수공사까지 겹치면서 타 터미널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윤 국장은 “컨테이너는 선사 자산이기 때문에 수입화물을 운송한 후 공컨테이너를 반납해야 하는 데 터미널 혼잡으로 2~3시간씩 터미널 입구에서 허비한다”며 “터미널 측 대안이 일단 8월까지 기다려라는 건데, 길에서 버려야 하는 시간과 기름값을 터미널이 보장해줄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터미널업계 “하역작업 차질 없을 것”
다행히 이번 집회가 수출화물 운송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거로 보인다. 터미널업계는 토요일에 반출입되는 화물이 주중보다 많지 않아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국내 주요 수출화주(공장)들이 주말에 휴업하고 있는 데다, 코피노(운송목록전송)업무를 맡는 운송사들도 주말에 출근하지 않다보니 화물반입마감(카고클로징)이 토요일인 화물은 늦어도 금요일까지 반입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행 화물은 모선 입항 2일 전까지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가 AMS(사전세관신고) 업무를 마무리해야 해 화물을 일찍 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행 수출화물도 적하목록사전신고(CCAM)를 선적 하루 전까지 마무리해야 하다 보니 주말에 출항하는 선박은 주중에 반입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한 터미널업체 관계자는 “트럭기사들의 운송요율이 낮다는 건 어느정도 공감대가 있다”며 “이번 집회로 일대 혼란은 있겠지만 혹시 모를 혼잡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화물연대 윤창호 사무국장
Q. 왜 부산신항에 집결하나?
컨테이너의 중심지가 부산이고 부산신항이 가장 큰 곳이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조합원만 참석하는 게 아니라 철강 등 다른 화물을 취급하는 기사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많은 조합원들이 참석할 것이다. 이번 결의대회로 1일 신항 1~5부두 진입은 영향을 받을 거다.
Q. 신항4부두는 왜 지적했나?
신항4부두는 상하차시간이 너무 길다. 컨테이너는 선사 자산이라 수입화물을 내려주고 돌려줘야 하는데 이 과정이 2~3시간 소요된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최근 한 달 이상 그렇다. 터미널 측 대안은 8월까지 기다려라는 건데 기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날 참석하는 조합원 중 상당수가 부산항 조합원으로 1000여명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4부두가 진정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을 거다.
Q. 안전운임위원회 구성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위원회는 차주대표 3명, 운송사대표 3명, 화주대표 3명, 공익위원 4명으로 구성된다. 차주가 3명이라 하지만 나머지 두 곳은 용달협회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연합회(화련)다. 용달협회는 화물차 번호판만 빌려주고 실질적인 운송업무는 맡지 않기 때문에 차주 대표로 권리를 가지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 화련은 개인차주들로 구성돼 있지만 사실상 운송사로 보는 게 맞다고 본다. (차주가 생각이 다르다보니) 공익위원 4명을 제외하고 화주와 운송사가 힘을 합치면 의결정족수 기준으로 밀릴 것으로 본다. 사실상 우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다고 본다.
Q. 적정 안전운임은 어느 선이라고 보나?
조합원들의 하루 근로시간이 순수 운전시간만 10시간이 넘는다. 대기시간까지 합치면 14~15시간이다. 월매출 1000만원이라 해도 각종 비용과 차량유지비용을 우리가 지출해야 한다. 실제 가져갈 수 있는 돈은 100~200만원 남짓이다. 운임현실화는 트럭의 수요공급 문제가 아니다. 컨테이너는 일반화물처럼 모든 화주를 대상으로 직접 교섭할 수 없는 만큼 법제도로 강제화 해야 한다.
Q. 안전운임을 적용받는 컨테이너와 시멘트도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수출입컨테이너는 수혜차종이 제한돼 있다. 근거리 셔틀운송용으로 20피트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카고트럭이 있는데 이 차량은 제외된다. 오직 트럭 헤드에 섀시가 장착된 로드트랙터만 적용받는다. 시멘트는 순수시멘트만 안전운임 적용 대상이다. 순수 시멘트에 어떤 첨가물을 넣느냐에 따라 20가지가 넘는 시멘트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첨가물이 들어가면 적용을 못 받는다. 사실상 반쪽 법안 아니냐.
Q. 정부나 업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입법과정이나 입법취지를 볼 때 (안전운임제는) 안전한 도로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므로 적정 수준의 운송비가 책정돼야 한다고 얘기했다. 최종 운전자의 적정 근로시간 8시간은 바라지도 않는다. 우리 소망은 최소한 잠은 제대로 자고, 끼니를 거르지 않으면서 집에 생계비를 가져다 주는 것이다. 그 정도의 운임은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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