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30 16:17

푸드 톡앤톡/오감으로 느끼는 크리스마스

비스트로 도마 우정호 셰프

누구나 12월이 되면 마음이 뭉클해 진다. ‘벌써 한 해가 다 갔구나~ 한 살 더 먹겠네!’ 걱정하는 노총각 노처녀들이 있는 반면 이제 미성년자 딱지를 떼서 신난 개구쟁이 청소년들도 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하면 가장 떠 오르는 것은 추운 겨울날씨 속에서 크리스마스트리의 형형색색 꼬마전구에서 퍼지는 따스한 불빛, 여기저기 울려 퍼지는 캐롤, 벽난로가 있는 카페에 여기저기 붙어 있는 사슴과 눈결정 모양의 펠트조각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의 특별한 만찬이 아닐까?

전 세계에 나라별 크리스마스 음식의 특징이 있다. 필자가 요리를 배우러 유학했던 캐나다의 경우 거대한 크리스마스 칠면조 통구이를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소박한 파티를 여는데 먼저 그릴오븐을 예열하고 칠면조 안에 들어갈 ‘stuffing’을 만든다. 베이컨, 이탈리안 소세지를 함께 다지고 식빵을 물에 불린 뒤 물기를 짜내서 사과, 자두, 밤, 양송이 버섯을 같이 섞어 버터를 고루 바른 칠면조의 뱃속에 채운다. 칠면조의 크기에 따라 틀리지만 190도 온도에서 140분 가량 구워줘야 한다. 물론 중간중간에 자연스럽게 나온 육즙을 끼얹어 가며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소스는 간단히 칠면조 육즙, 밀가루와 버터를 이용하여 간단히 그레이비소스(gravy sauce)를 만들어 달콤한 아이스와인과 곁들인다.

이탈리아에서는 ‘카폰 마그로(Cappon Magro)’라는 크리스마스 전통음식이 유명한데 이 명칭은 ‘금식날에 먹는 수탉’이란 뜻으로 원래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의외로 육류를 금하거나 금식을 하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이다. 그래서 실제로 육류가 들어가지 않고 해산물과 여러 가지 야채를 수북히 쌓아서 만드는 요리로 알려져 있다.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특별하고 새로운 메뉴의 개발도 필요하겠지만 기존의 메뉴를 잘 가다듬고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정매장이 고객에게 익숙한 메뉴라는 미각적 장점과 겨울이라는 계절의 새로움을 더해 시각적인 즐거움 까지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이 고기요리인데 스테이크가 가장 중심에 있지 않을까 한다. ‘비스트로 도마’는 판교스테이크 전문점으로 매년 크리스마스 특식 스테이크 2종을 코스요리로 준비해 고객들을 맞이한다.

올해 크리스마스 특식의 첫번재 메뉴는 ‘가지크림 스프’로 시작하는데 가지를 싫어하는 사람까지 사랑에 빠질 수 있게 만드는 맛있는 음식이다. 만드는 방법은 먼저 가지의 특유의 쓴맛을 제거 하기 위해 가지를 절반으로 잘라주고 소금을 뿌린 후 30분 정도 두면 삼투압현상으로 물이 생긴다. 키친타월을 이용하여 깨끗하게 물기를 잘 제거해 준 후 올리브오일과 굵은 후추를 뿌려서 230도 오븐에서 10분정도 노릇하게 잘 구워준다. 냄비를 준비하고 얇게 썬 양파의 매운맛이 날라가도록 버터에 잘 익힌 후 베이컨을 넣고 다시 한번 감칠맛 나게 볶아낸다. 구운 가지를 더하고 정성스럽게 끓인 닭육수를 넣고 모든 재료의 향이 잘 배도록 은근한 불에서 익히고 마지막에 생크림을 더한 후 블랜더로 곱게 갈아 체에 거르면 완성된다. 서빙 할 때에는 말린 토마토 껍질을 올려 색감을 더 할 예정이다.

첫번째 애피타이저는 ‘과카몰리에 프로슈토와 쵸리조를 올린 브루스케타’로 잘 구운 바게뜨 위에 아보카도를 이용해 얼음물로 매운향을 제거한 다진 양파, 새콤달콤한 화이트 발사믹 식초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그리고 레몬즙을 더한 ‘과카몰리소스’를 듬뿍 얹고 토마토를 올리는데 일반 토마토가 아니라 끓는물에 데쳐 껍질을 제거한 방울토마토에 매실향을 입힌다. 껍질을 제거하는 이유는 식감 뿐 만 아니라 토마토에 향을 쉽게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포도와 올리브오일에 재운 프로슈토(돼지 뒷다리를 염장한 이탈리아 전통 햄)와 쵸리조(스페인의 매콤하게 염장한 햄)를 올려 짠맛, 단맛, 신맛, 매운맛을 조화롭게 조합하였다. 플레이팅은 파마산 치즈를 거칠게 갈아서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처럼 눈이 온 느낌으로 위에 뿌리고 올리브오일로 마무리 한다.

두번째 애피타이저는 홍순범쉐프와 김응범쉐프의 콜라보가 돋보인 ‘버섯뒥셀(mushroom duxelles)과 뵈르블랑소스(beurre blanc sauce:하얀버터소스)를 곁들인 허브새우와 키조개관자’다. 먼저 버섯뒥셀은 버터에 버섯과 다진 양파를 볶고 타임으로 향을 입혀 간단하게 완성된다. 새우는 올리브오일과 타임으로 하루 동안 재우고 오븐에서 마무리되며 키조개 관자는 팬프라이로 겉은 바삭 하고 속은 부드럽게 익힌다. 소스는 어패류와 야채에 잘 어울리는 프랑스전통소스인 뵈르블랑으로 양파와 화이트와인을 끓인 후 차가운 버터를 에멀젼(emulsion)시키고 레몬즙을 뿌려서 향을 더한다.

주인공 메인 디쉬는 ‘비스트로도마’의 시그니쳐 메뉴인 호주산 ‘와규 럼프캡 스테이크’ 그리고 스페인산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 스테이크’다. 잘 숙성된 고기를 이용해 그릴에서 굽고 버터를 올린 후 오븐에서 굽기를 맞춘 후 레스팅(resting)을 통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스테이크가 완성된다. 와규스테이크 소스는 소뼈, 닭발과 돼지껍질, 각종야채를 갈색이 나도록 잘 구워내고 허브를 첨가하여 3일동안 육수를 끓여 사용하며 레드와인과 졸인 발사믹식초로 마무리 하고 이베리코 흑돼지 소스는 감칠맛 나는 엔쵸비소스로 고기의 풍미를 더 했다. 크리스마스에 빠질 수 없는 디저트는 김선우 셰프의 시크릿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준비하여 달콤한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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