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2 10:18

시론/ 영화 안시성이 해운·무역업계에 주는 교훈

김인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영화 안시성은 성주 양만춘이 5천의 군사로 20만 당나라 대군을 물리친 90일간의 전쟁영화이다.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서 영화로부터 다양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영화 안시성의 주요 내용을 위기에 처한 해운업 그중에서도 외항 정기선해운과 비교해본다.
 
첫째, 안시성 싸움에서 수적으로 절대 불리한 양만춘 장군이 승리한 배경에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수비했다는 점이다. 안시성이라는 단단하면서도 효율적으로 배치된 성곽에서 적을 맞아 수비한 점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대포가 없던 시절에 전쟁에서 높은 지대를 점령하는 것은 큰 장점이 됐다.

영화에서 그런 높이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세민의 여러 차례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이 나고 말았다. 양만춘 장군은 토성이 무너지고 난 다음에도 토성을 점령하기 위해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높이의 우위를 잘 알고 활용할 줄 알았다.
 
우리나라는 10위 이내의 수출입 물동량을 가진 국가다. 해운업은 화물을 실어 나르는 것을 영업으로 하는데, 외항 정기선사들에게 우리나라 화주들은 안시성 싸움에서 성곽의 존재와 같다. 우리 화주들이 우리 선사들에게 화물을 많이 적재해준다면 우리 해운업은 국제경쟁에서 필승하게 된다.

그럼에도 미국 서부향 수출입물량의 17%만 우리 국적 외항 정기선사가 실어 나른다. 83%의 화물은 외국적 선사에 의해 운송되고 있으니 우리 해운업은 보루인 성곽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에 반하여 머스크와 같은 덴마크 선사는 그러한 자체 화물도 적으면서도 전 세계 시장을 휩쓸면서 1위를 수성하고 있다.
 
국제화 시대에 모든 화물을 우리 선사가 실어 나를 수 없다. 아울러 우리 선사도 외국 화물을 많이 실어 나른다. 그렇지만 안시성이 살아남기 위해선 성곽이 꼭 필요했듯이 우리 화주들은 우리 정기선사들에게 튼튼한 성곽이 돼줘야 한다. 우리 정기선사들도 운송에서의 경쟁력을 갖춰 우리 화주들에게 안시성의 성곽과 같이 화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운송인과 화주는 서로에게 성곽과 같은 존재가 돼야 한다.
 
둘째, 양만춘은 전쟁에 대비해 장수와 군인들을 철저하게 준비시켰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가 전쟁에서 승리한 큰 요인이다. 그 철저한 준비엔 육체적인 단련만 있었던 게 아니라 다양한 머리를 쓴 전략들도 있었다.

방어에 효율적인 성곽을 만든 것, 방어하기 좋은 성곽자체의 모양, 기름주머니, 나무를 이용한 그물망 포위작전, 대형 돌을 이용한 수비, 토굴 아래를 뚫고 들어가는 전술 등이 모두 준비돼 있었기에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정기선해운은 단순히 선박만 항로에 취항시킨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해운은 국제 경쟁 하에 있기 때문에 화주에게 싼 운임을 제공하기 위해 육상에서 해상에서 다양한 전략으로 운송원가를 낮춰야 한다. 물적 수단인 선박과 컨테이너박스의 보유 비용을 줄이고 컨테이너의 회수비용을 줄여야한다.

피더선의 효율적인 활용,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각종 사용료의 절감, 육상 운송망의 확충 이런 것들이 모두 절실하게 필요하다. 영업 전략으로서의 포토폴리오 확충도 필요하다. 이러한 것은 양만춘이 철저히 준비한 각종 전술들에 비견된다. 과연 우리 외항 정기선사들은 어느 정도 이런 것들이 실행됐는가 되돌아봐야 한다.
 
셋째, 해운계 각 분야의 리더십에게 주는 교훈이다. 양만춘은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전투에 뛰어들어 부하의 전투를 독려하는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는 장수들과 주민들과 소통하고 상대방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부드러운 리더십도 보여줬다.

이렇게 함으로써 성주를 중심으로 군대와 주민들이 일심동체가 됐다. 그는 안시성 자체의 힘만으로 살아남아야한다는 생존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주민들에게 제시하고 끌고 갔다. 안시성 싸움은 양만춘의 탁월한 리더십의 결과물이다.
 
해운계에서도 훌륭한 리더십이 존재했었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오늘이 있다. 그렇지만 최근 외항 정기선해운의 부진을 단순한 불경기나 금융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리더십의 부재가 일정 부분 그 부진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이 사라진 지 2년이 지났지만 한진해운이 올렸던 8조원의 매출은 다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양만춘 성주와 같이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면서도 뚜렷한 목표의식을 제시해 몸소 실천하면서 부하 주민들과 소통해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는 리더십이 해운산업 각 분야에서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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