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04 10:25

기획/물류산업 속 ‘블록체인’ 도입, 글로벌 물류기업 앞장

국내 기업도 관심가지고 지켜봐야

4차산업혁명과 함께 떠오른 수많은 기술 중 최근 전 산업계에서 블록체인을 유독 주목하고 있다. 한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이 기술은 블록에 데이터를 담아 체인 형태로 연결, 수많은 컴퓨터에 동시에 이를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이다.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부르는 블록체인은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지 않고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시 모든 거래 참여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나 변조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다시말해 이 기술을 통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정보는 다양하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매우 광범위하다. 대표적으로 가상통화에 사용되는데, 이때는 블록에 금전 거래 내역을 저장해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밖에도 전자 결제나 디지털 인증뿐만 아니라 화물 추적 시스템, P2P 대출, 원산지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거나 예술품의 진품 감정, 위조화폐 방지, 전자투표, 전자시민권 발급, 차량 공유, 부동산 등기부, 병원 간 공유되는 의료기록 관리 등 신뢰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블록체인을 선도하는 기업인 IBM에 따르면 기업들이 주로 사용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디지털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자산을 기반으로 특정한 비즈니스 목적을 위해 미리 허가된 참여자들이 비즈니스 트랜잭션에 관련된 정보를 동시에 투명하게 공유하는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구현함으로써 비용과 복잡성을 줄여준다. 따라서 비즈니스에서 보다 안전한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한 산업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블록체인은 물류 체계 및 공급망 관리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따라서 글로벌 물류망 속에서 운송업체, 세관, 항만, 항공, 정부까지 다양한 관계 기관이 참여해야 하는 물류 업계의 경우 블록체인의 활용성이 더욱 크다. 국제무역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국경 및 무역 구간 화물 운송 절차에 간소함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물류업계 역시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기술 도입에 눈을 치켜세우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선 아직 도입이 활발하진 않다. 물류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례가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시나브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특송업계, 블록체인에 관심 높아

DHL은 컨설팅 업체 액센추어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이 물류 산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3월 DHL은 액센추어와 함께 과학 및 제약산업을 중심으로 블록체인의 영향에 관련된 보고서를 발표하고 블록체인이 데이터 투명성, 보안, 자산관리, 스마트 거래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급체인을 혁신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DHL은 생명과학 및 제약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위조약품 퇴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인터폴에 따르면 매년 약 100만 명의 사람들이 위조된 약품으로 사망하고, 신흥시장에서 판매되는 의약품의 30% 가량이 위조품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DHL과 액센추어는 체인을 통해 유통되는 ‘제약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블록체인 기반의 직렬화 시스템(Serialization System)을 개발하고 있다. DHL이 구상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 원장을 쪼개 이해관계자들이 나눠서 보관하고, 거래가 발생하면 이를 다시 검증하는 구조다. 의약품 거래의 경우 블록체인 도입 시 1초에 70억개의 시리얼 번호 처리와 1500건의 거래 체결이 가능하며 빠른 속도로 의약품 물류 과정을 처리하는 동시에 가짜 의약품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의약품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HL관계자는 “현 파일럿 단계는 금융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물류분야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점친 것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상용화에 대해서 구체적인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블록체인은 앞서 언급한 의약품 관리뿐 아니라 모든 산업의 공급망 관리의 효율성과 신뢰성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얽혀있는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동의 및 협업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협업의지가 성공 여부를 가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더 생산적인 솔루션과 기술적인 개발에 대한 개선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강화해나갈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페덱스는 블록체인운송연맹(BiTA, Blockchain in Trucking Alliance)의 창립 회원사이다. 이 컨소시엄은 페덱스를 포함하여 약 100개 이상의 회원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산업군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장려하고자 발족된 기관이다. 이 컨소시엄은 서로 다른 다양한 분야의 회사들을 하나의 단체로 조직함으로써, 계약 및 선적 단계에서 제품 수령에 이르기까지 전체 공급망을 아우르는 추적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덱스에 따르면 블록체인 활용 시, 제품은 선적부터 구매자에게 배송될 때까지의 모든 물류 단계에서 추적이 가능하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기능은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소매업자 또한 상품이 매대에 진열되기 전까지의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며, 이에 따라 제품의 품질이나 소비자의 신뢰도 또한 향상할 수 있다. 페덱스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의 정보적인 측면은 화물 추적 국한되지 않는다. 제품의 픽업 및 배송시, 배송 담당자 및 배송 단계에 대한 사진 ID를 저장할 수 있다. 이렇게 거래 정보를 쉽게 저장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지불 및 정산 과정을 보다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서비스 사용 내역을 정확히 반영한 요금 정산을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페덱스는 전체적으로 블록체인이 제공할 수 있는 가시성이 향상되면 다양한 물류 프로세스와 파트너사를 담당하는 부서들이 공급망에 대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페덱스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은 전반적인 물류 프로세스에서 불필요한 과정을 규명하고, 전체적인 물류 과정의 향상을 위해 중간 물류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블록체인 기술은 수요 및 운송량의 변동을 모니터링하여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PS역시 블록체인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발을 조금씩 들여놓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대외적으로 알릴만한 사례는 없지만, UPS는 블록체인 기술처럼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11월 블록체인운송연맹에 가입해 블록체인 기반의 업계 표준을 만드는데 동참하고 있는 것 또한 그 노력의 일환이다.

UPS는 현재 통관 중개 비즈니스에서의 블록체인 적용을 연구하고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여 UPS, UPS 고객 및 세관 당국 간의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쉽게 실행하고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통관 대행업체 중 하나인 UPS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거래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통관 중개업에 수반되는 기존의 서류 작업 및 많은 수동 프로세스를 자동화하여 거래 정확성, 효율성, 그리고 가시성까지 모두 향상시켜 관계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술이 적용되면 안정성까지 향상되어 UPS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높은 만족도와 가치를 제공할 전망이다. UPS는 미래의 스마트 물류 네트워크(Smart Logistics Network) 구축을 위한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 중이며, 블록체인 기술이 거래의 모든 이해관계자 간의 투명성 및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물론 극복해야 할 몇 가지 단점들이 있지만 우리는 블록체인 표준 개발과 업계 기업 간 협력을 통해 UPS 고객들이 글로벌 무역 및 금융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특송기업인 우정사업본부 역시 이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정사업본부는 JB금융그룹 전북은행과 지난 8월30일 전북은행 본점 회의실에서 ‘블록체인 기술개발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의 공동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관련 금융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공동협업으로 혁신적인 금융 기술 개발에 노력하기로 했다. 특히, 제5회 대한민국 SW융합 해커톤 대회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해 물류·금융서비스를 혁신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우수작으로 선정된 기술은 함께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강성주 본부장은 “이번 업무협약이 블록체인과 같은 미래 신기술 발전을 위해 민관이 협업하는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면서 “우정사업본부는 4차 산업혁명의 선도 기관으로서 우리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우정서비스를 발굴하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말부터 머스크와 IBM은 트레이드렌즈(TradeLens)라는 이름으로, 물류 블록체인 플랫폼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2018년 8월 기준, 94개 기업 및 단체가 플랫폼에 가입했으며, 현재 파일럿 단계에 있다.  두 기업은 12개월의 플랫폼 테스트 기간을 거치면서, 해상 운송 시간을 40%까지 감축하고 수천 달러의 비용을 절감을 입증했다. 1억5400만 개 이상의 선적 데이터가 트레이드렌즈 플랫폼 에 저장되고 있으며, 하루에 백만 건 가까이 관련 데이터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트레이드렌즈가 상용화되면 모든 선적에 대한 데이터를 추적할 수 있다. 특히 거래 지연과 문서의 위변조를 현저히 줄일 수 있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트레이드렌즈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 세계 물류 체인 문서의 안전한 디지털화 및 실시간 공유 대한 업계 표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PSA싱가포르, 필리핀 항구 관리 회사(ICTSI), 홍콩의 패트릭 터미널(Patrick Terminals) 및 모던 터미널(Modern Terminals) 등 전세계 20개의 항만 및 터미널 운영업체들이 트레이드렌즈의 파일럿 단계에 참여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 업체인 퍼시픽 인터내셔널 라인(PIL)을 비롯해 네덜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호주 및 페루의 세관 당국도 이 플랫폼에 가입했다. 국경을 넘어 다양한 업계들이 파일럿 단계에 참여함으로써 향후 디지털 솔루션을 통해 국경 간 화물의 이동 및 추적이 가능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브리짓 반 크랠링겐(Bridget van Kralingen) IBM 글로벌 인더스트리 솔루션 및 블록체인 담당 부사장은 “블록체인 기반의 물류 플랫폼에 매년 4조원 달러의 선적을 처리하는 글로벌 물류 경제에 중요한 역할 담당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향후 트레이드렌즈는 업계 관계자들의 데이터를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물류망의 거래 속도를 높이는 등 업계에 광범위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도입, 전문기업의 도움 받아야

지난 8월, 다국적 컨설팅 전문기업 딜로이트가 전 세계 글로벌 경영진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74%가 향후 1년 안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체 95%가 블록체인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전체 응답자의45%가 블록체인 컨소시엄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29%는 이미 참여 중이라고 응답했다. 전반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작년까지 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테스트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한 단계였다면, 올해는 이를 실제 비즈니스에서 활용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추세이다. 물류업계 역시 이와 마찬가지라 물류업계에서 블록체인의 활용과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식으로 도입하는가’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도입 시 전문기업과 함께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IBM관계자는 “블록체인은 무조건 도입하려고 하기 보다는 비즈니스의 어떤 부분에 적용했을 때 실제적인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 후 적용해야 블록체인의 가치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기업 혼자서 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으로 많은 경험을 갖춘 전문가 집단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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