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의 갈등이 점점 심화되는 가운데, 택배노조 여주지회와 분당지회는 오는 12일부터 ‘분류작업’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다만 고객의 편의를 위해 배송업무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택배노조 여주지회 측은 “CJ대한통운은 분류작업 개선과 관련해 수차례 교섭요청에 전혀 응하지 않았다”며 “여주지회는 불가피하게 쟁의행위(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CJ대한통운에서 분류작업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 달라”며 “빠른 시일 내에 본사와 위탁대리점주들이 성실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가 분류작업 거부에 돌입한 지회는 ▲경주 ▲광주 ▲울산 ▲창원 ▲김해 등으로 파악되며, 내일(12일) ▲경기 여주 ▲성남 분당까지 분류작업 거부가 확대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 노사관계지원과 관계자는 “어제(10일) 고용노동부 부산청장 주재로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성과가 없었다”며 “택배노조는 노동위원회 중재를 거쳐 파업권을 획득했기 때문에 이제 우리(고용노동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대화를 주선하는 정도이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택배분류를 거부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양측의 입장차가 너무 크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저희는 대화를 통해 완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주선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가세…대법원 판례선 분류작업 배송업무 인정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 택배노조)은 오는 14일 CJ대한통운 본사와 터미널 등에서 교섭을 촉구하는 항의 방문을 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에 더불어 공공운수연맹 노조까지 이번 분류작업 거부에 가세하면서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공공운수 택배노조 측은 “지금은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투쟁을 전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 택배노조가 제시한 5대 요구 사항은 ▲배달 수수료 인상 ▲장시간 노동시간 단축 ▲고용안정 및 영업소의 일방적 구역조정 중단 ▲복지 확대 ▲직계약·직고용 쟁취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직계약·직고용 쟁취다. 이는 CJ대한통운 위탁대리점을 제외하고, 택배기사가 본사와 직접계약을 맺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위탁대리점 관계자 A씨는 “불모지였던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고생한 세월이 얼마인데 그러한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택배시장이 커지니까) 우리보고 옷 벗고 집으로 가라는 말이냐”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2011년 대법원 판례(2010다101875)를 언급하며, 상·하차 분류 역시 배송의 일부이므로 택배 수수료의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아래 판결문 사진 참고)
소비자피해 확산…“이해하면서도 ‘답답’”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갈등이 증폭됨에 따라 소비자 피해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영남권 육아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카페)에 접속해보면 택배지연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큰 불편을 겪는 상황이다. 대체로 현재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답답하고 안타깝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는 7월 9일부터 배송이 안정화되는 시점까지 고객사 및 밴더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직배송 위탁’에 돌입한 상황이며, 배송지연이 심각한 울산을 시범운영지역으로 선정했다.
대리점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CJ대한통운 물량이 다른 택배사로 이탈된 사례가 꽤 많은 것으로 안다”며 “전국 전체 물량에서 울산이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이번 파업에 따른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화주는 노조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젠택배 커뮤니티(밴드)에는 CJ대한통운이 저단가 운임정책으로 중소택배를 죽이기 위해 온갖 수법을 저지르더니, 자신(CJ대한통운)들이 곤경에 처하자 오히려 중소택배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의 글이 게시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로젠택배 기사님들께 간절하게 호소한다. 영남권 물량의 로젠택배 유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달라”며 “전 영업소장께 전달해 단발성 CJ대한통운 택배 집하를 금지하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결국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당분간 일부 지역 택배배송은 지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CJ대한통운 본사가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소비자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특히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회 내부에서 조차 본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내부갈등이 붉어지는 양상이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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