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류 발전과 전문가들의 학술적 교류를 도모할 목적으로 1992년 설립된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설립 이후 정기적으로 학술발표대회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인 ‘로지스틱스연구’를 발행하는 등 물류 분야 학문 발전과 물류 산업 및 정책의 선진화에 기여해 오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물류 발전에 기여한 기업과 단체 및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로지스틱스대상’을 시상하고 대학생 논문발표경진대회를 개최하며 국내 물류산업 선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학회장으로 선임된 안승범 회장은 학회의 전통은 유지하면서 대외적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본지는 한국로지스틱스학회의 안승범 회장을 만나 한국로지스틱스학회와 물류에 대해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의 설립 배경 및 그 간의 여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는 지난 1992년 2월 21일에 설립되었습니다. 1990년대는 아직 국내에 물류 혹은 로지스틱스에 대해 소개가 잘 되지 않았고 당시 교통부 위주로 물류의 중요성을 파악하여 국가 정책 및 계획을 수립할 즈음입니다. 학계에서는 경영학, 무역학 위주에서 산업공학, 교통, 경제 측면을 포함하여 로지스틱스 분야를 분리할 필요를 느껴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 위주에서 서비스산업에 대한 중요도가 증가하는 시기로 보시면 됩니다. 당시 국내 굴지의 학자들이 추진하고 이후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참여하였고 관, 산업계 등의 참여를 높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학회 설립 이후 정기적으로 학술발표대회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1998년부터 매년 물류 발전에 기여한 기업과 단체 및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로지스틱스 대상’을 시상해 오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 논문발표경진대회를 개최하여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갈 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고취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본 학회는 물류분야 대표 학회로서 글로벌 공급사슬의 발전, 새로운 물류기술, 환경과 안전 등 물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슈들을 선도적으로 발굴하고 연구하는 물류분야 지식 리더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정기적으로 학술지 발간 및 학술대회 개최
학회의 주요 업무에 대해 궁금합니다.
학회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학술지 발간과 정기적인 학술대회 개최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에서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인 ‘로지스틱스연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연 4회 발간하고 있으며 일반 학술논문 외에도 연구노트를 포함하여 기업의 사례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기학술대회는 연 2회로 봄, 가을에 개최하고 있으며 춘계학술대회에는 한국로지스틱스 대상 시상식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추계학술대회는 물류 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교에서 개최하고 학부생 논문경진대회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외 학자를 초청하여 강연을 듣는 프로그램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올해 21회째를 맞이하는 한국로지스틱스 대상 시상에서는 제조, 유통, 물류기업, 공기업 및 정부, 학술단체 및 언론기관, 개인 경영자 등 시상과 사례발표를 통해 물류분야 저변 확대를 위해 공헌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정책세미나 개최, 격월로 e-브리프 발간을 하고 있으며 학회 구성원의 외부 컨설팅, 교육 지원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회의 조직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요. 각 부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조직은 크게 사무국과 편집위원회가 별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무국에서는 춘계 및 추계 학술대회를 진행하는데 학술위원회와 로지스틱스 대상 심사위원회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임회장단으로 구성된 고문단과 전임 부회장 등 역할을 하신 분들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이 있습니다. 순수 학술분야, 산업체와의 연계분야, 컨설팅 관련 분야 등의 분과위원회도 두고 있습니다. 학술지 관련해서는 편집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외에 정책토론회의 경우 추진하는 회원과 사무국이 공동으로 준비를 하게 됩니다. 영문학술지와 관련해서도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발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학계에서 회장을 하는 전통이 있으나 부회장, 이사진은 학계와 산업계를 구분하여 학계 외에도 관, 연구소, 산업체의 참여가 이루지집니다. 그리고 대학원생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학부생의 경우 대학생논문경진대회에서 발표하는 등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안승범 회장님께서 지휘봉을 잡고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먼저 학회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전통을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회와 차별화되는 것으로 우리 학회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있습니다. 어떤 학회들은 단기성과와 양적 팽창에 매달려 오랫동안 참여하신 분들이 소외되거나 특정 부처나 지역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지역행사와 해외관광 위주의 친목단체 성격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젊은 학자들이 쉽고 편하게 참여하여 자신의 생각과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 학회장 퇴임 후와 직장 은퇴 후에도 학회에 적극 참여하여 경험과 학식을 후배들과 나누는 분위기는 타 학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통으로 이를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대외적인 변화에 대한 대응을 들 수 있습니다. 젊은 학자와 기업인들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제화가 필수입니다. 해외학자들이 우리 학회 주최 학술대회에 참여하는 방안과 해외 학회 혹은 대학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마련하는 방안이 가능하겠습니다. 또한 국제학술지의 편찬으로 새로이 국제학술지를 창간하는 경우와 기존의 국제학술지를 공동으로 출간하는 경우를 고민하여 올해 추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연구가 활발한 분들과 정책분야에서 활동하는 공무원, 연구원 분들도 참여하여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공감의 장이 되는 학회가 되도록 정책세미나와 소단위 모임에 대한 지원하고 있습니다.
4찬 산업혁명 시대, 변화와 방향성 제시에 역점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학회가 특별히 더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있는지요.
4차 산업혁명 및 최근 기술의 발달로 물류분야에서는 기존의 정보화, 자동화 외에도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럭체인의 활용을 통한 고도화가 예상되고 드론, 3D 프린터, 웨어러블, 로봇 등에 의한 변화도 예상됩니다. 무엇보다도 무인자동차, 드론 등 무인택배와 완전자동화를 통한 물류센터 관리 등이 기존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리라 봅니다. 우리 학회에서는 R&D에 직접 참여하시는 학자들과 산업계 분들도 있지만 산업과 국가 등 큰 틀에서의 접근에 더 중점을 둔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술 자체보다는 이를 통한 변화와 방향성 제시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즉, 경영, 법·제도적 측면의 변화, 기술의 적용에 따른 산업구조 및 사회의 변화 예측, 이에 대응하는 기업전략과 국가의 법, 제도 정비 등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학회장으로 학회를 끌어 오시면서 가장 힘든 부분과 보람찬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학회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모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특별한 목적보다는 모임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고 보면 최근 양적 성과에 몰두하는 분위기에서 가시적인 혜택이 없이 참여하기 쉽지 않습니다. 예로 학술지의 경우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평가가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특히 이공계의 경우 국제학술지가 아니면 실적평가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젊은 학자들의 학회 참여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고 있습니다. 또한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경제여건과 여러 법, 제도에 의해 후원금을 받거나 기관회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에 21회를 맞이하는 한국로지스틱스 대상 시상에서도 최근의 반 기업 정서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이 줄고 있는 것도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보람찬 부분이라고 하면, 솔직히 제가 학회장을 맡은지 이제 1년도 되지 않아 큰 성과를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작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중국, 일본, 홍콩의 해외학자를 초청한 프로그램과 한국교통연구원과 공동으로 정책세미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이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올해 물류업계 핫 키워드를 개인적으로 선정하신다면,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물류업계에도 핫 키워드로 보고 올해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무인화 및 자동화를 핫 키워드로 보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는 정착하기까지 큰 혼란이 올 수도 있고 물류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리라 봅니다. 또한, 최근 반기업적 정서, 공공부문에 대한 저평가, 이분법적 접근의 사회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물론 기업인 혹은 공무원들의 과(過)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공(功)과 과(過)를 같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작업장의 안전,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 운송, 보관, 하역 등 모든 물류분야에서 무인화(최소한의 작업 외에는 무인화) 및 자동화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봅니다. 이에 대해 기존의 산업구조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글로벌 트렌드로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좋은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개인간 의견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큰 흐름에서는 이견이 없으리라 봅니다.
올바른 길을 가자
회장님의 인생철학에 대해 궁금합니다.
인생철학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젊을 때는 원래의 의미 그대로는 아니지만 정도(正道) 혹은 ‘올바른 길을 가자’를 모토로 삼았습니다. 서양에서의 정의(justice) 추구와도 유사하리라 봅니다. 나 스스로에게 또한 사회 전체의 올바른 방향 설정과 구체적인 실천을 많이 고민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무엇을 추구한다는 것 보다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보는 것이 오히려 제가 추구했던 것을 판단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저는 어려움이 있거나 복잡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내 자신이 먼저다’라고 생각하고 일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가치 부여, 믿음이 필수적이고 주변을 배려한다고 나 자신이 흔들릴 경우 모두가 어려워지는 경험들을 통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봅니다. 돌이켜보면 스스로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기보다는 흰 도화지에 채워나가는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대한 꿈을 가지고 차근차근 노력한다거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를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에서 냉소적인 말로 ‘하면 된다’를 ‘되면 한다’로 표현하는 걸 들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혹은 지나친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어떤 일을 할 때는 상당히 신중하게 고민을 많이 하고 한 번 결정하면 여타의 것들을 줄이고 그것만을 치중하여 진행하는 편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 부딪치는 여러 것들을 단순화하여 간단명료하게 진행하려 노력했습니다. 제가 학부에서는 건축공학을 전공했으나 석사는 미국에서 도시계획, 박사는 교통공학을 전공했습니다. 귀국하여 교통개발연구원(현 한국교통연구원)에 들어가 당시 생소한 분야로 물류분야에 발을 담그게 됐습니다. 미미한 지식을 가지고 참여를 시작하여 연구원에서 열심히 물류를 공부하고 연구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생각해보면 다소 무모하지 않았나 싶은데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든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국내 물류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그리고 해결방안이 있을까요. 그리고 국내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운송시장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국내 운송시장은 지입제로 운영되다 보니 적정운임을 보장받지 못하는 환경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습니다. 노동계에서 15년여 표준운임제 도입을 주장하여 지난 3월 말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를 포함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 제도가 2020년부터 본격 시행되면 화물차주들의 적정수입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시작점이 되리라 봅니다. 앞으로 시장에서 작동 가능하기 위해서는 화물운송업체뿐만 아니라 화주업계, 차주단체 등이 협력하고 양보하고 타협하는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류시설과 관련하여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자동화설비가 대세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는 작업자의 안전문제와 노동임금에 따른 압박 등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법, 제도적인 측면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이 있기에 자동화시설, 더 나아가 무인화물자동차 도입에 따른 준비가 필요하리라 봅니다. 우버택시의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트렌드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여러 분야에서 노력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아직 자동화설비의 핵심기술은 국산화가 더딘 상태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술들에 대해서도 핵심기술 개발이 조기에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국내의 제조, 유통기업의 해외진출에 따라 동반 진출하는 물류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당 국가에서 한국기업만을 보고 경쟁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여러 국가의 기업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이미 국내의 제조 및 유통기업은 다국적기업(MNCs)으로 변화했다고 봅니다. 일부 국내 해운, 항공의 운송기업은 국제적인 수준이긴 하나 제3자 물류기업 혹은 종합물류기업의 국제화는 아직 미흡하다고 봅니다. 적극적으로 체질 변화를 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안승범 회장은.
現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회장, 한국항만경제학회 부회장
1996.8 - 2003.8 한국교통연구원(물류연구팀장 역임)
2003.9 - 현재 현재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물류대학원장 역임)
2007.2 - 2012.12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위원(SOC, 에너지공기업 평가)
2002 - 2015.12 경제인문사회연구회(평가위원)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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