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항로의 약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쇼크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선사들은 사드 사태 이후 나타난 약세 시황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첫 두 달 물동량은 약세를 기록했다. 수출화물의 부진이 원인이다.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한중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2.9% 감소한 42만6740TEU로 집계됐다. 수입화물(26만2673TEU)은 2.7% 늘어난 반면 수출화물(16만4067TEU)은 10.7%나 감소했다. 중국 주요항에서 수출화물의 감소세가 표면화됐다.
도착지 기준으로 상하이는 8% 감소한 5만3057TEU, 톈진(신강)은 24% 감소한 2만916TEU, 칭다오는 8.8% 감소한 1만9830TEU, 닝보는 15.8% 감소한 1만3349TEU를 기록했다. 1만584TEU를 달성한 다롄만 3.8%의 성장세를 보였다.
2월 한 달만 놓고 보면 더 저조하다. 수출은 23.9% 감소한 7만2290TEU, 수입은 16.6% 성장한 11만2452TEU를 기록하면서 전체 물동량은 3.5% 감소한 18만4742TEU에 머물렀다. 수입은 5.7% 감소하고 수출은 오히려 3.4%의 성장세를 띠었던 1월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중국 주요 도착지에서 모두 수출화물이 역신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춘절(설) 연휴가 부진의 가장 큰 이유다. 공장들이 일제히 가동을 중단한 데다 현지 트럭 운행도 장기간 휴업하면서 한 달 동안 수요가 실종됐다.
선사들은 2분기에도 자동차 부품과 석유화학제품(레진)의 부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현대기아차는 3월 들어 중국 내 판매량이 30% 이상 급증했다고 밝혔지만 해상물동량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중국시장 판매량은 9만755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만2026대보다 35% 증가했다. 15개월 만의 반등이다.
하지만 선사 관계자는 “3월 한 달 현대차 실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선사들이 느끼는 체감 시황은 여전히 부진하다”며 “자동차 CKD(반제품) 화물은 반의 반 토막 난 뒤 아직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레진은 지난해 연말 한중 정상회담 이후 반짝 증가하다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다 중국이 폐지와 플라스틱 고철(스크랩) 등의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 건 시황 침체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9월 환경 규제를 이유로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고철과 폐지는 한중 수출항로 물동량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주력 화물이었다.
사드 해빙 이후 화장품이나 기저귀 생리대 우유 분유 등의 생필품 위주로 수출이 다시 늘고 있긴 하다. 하지만 우유나 분유는 카페리선사를 이용하고, 화장품이나 기저귀 생리대 등은 운임이 낮은 원양선사를 이용하고 있어 한중 간을 주력으로 취항하는 컨테이너선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입화물의 경우 온라인쇼핑몰 제품, 태양광 부품, 안마기, 가전, 가구 등 공산품을 중심으로 강세를 띠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황 부진으로 운임도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한 때 20피트 컨테이너(TEU)당 20달러선까지 상승했던 수출운임은 최근 다시 1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2월 중순 165달러를 찍었던 수입운임은 140달러선으로 하락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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