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9 09:10

기고/ 위기십결(圍棋十訣)

김정훈 경기평택항만공사 전략기획팀장
▲김정훈 경기평택항만공사 전략기획팀장


2015년 12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최대 교역국과의 무역장벽을 허물었다던 한중관계… 그러나 지난해 2월 한미 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관한 공식 협의를 갖은 뒤 관계는 급속히 돌아섰고 같은 해 7월 8일 주한미군 사드배치 결정 발표 후 한중관계는 심각히 얼어붙으며 우리나라 경제·산업·관광측면 전반적으로 큰 데미지를 입혔다. 

한중FTA 발효라는 환호도 잠시, 결국 환호는 어느새 비명으로 바뀌어 돌아온 셈이었다. 허물었다던 무역장벽은 사드배치 결정 이후 관광중단 뿐 아니라 중국 내 우리기업들의 영업정지 등 불이익이 덧대여져 결국 철수로 이어졌고 서비스 및 투자측면에서도 냉각기류가 지속되어 회복될 조짐이 쉽사리 보여지지 않고 있다.
분명코 차별적 대우 금지 등 무역보복을 막기 위한 다양한 조항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작금의 현실은 그 안타까움을 더해왔다.

지난 10월 24일 제19차 중국 전국대표대회(당대회) 폐막 이후 현지 여행사들의 기류 변화가 감지되었다. 여기에 지난 10월 31일 양국이 사드배치로 냉각된 한중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하면서 그간 움츠러들었던 여행업·유통업계 등이 기대감을 갖으며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국 간의 갈등이 속히 봉합되고 사드 관련 경제 보복조치가 해제되길 말이다. 여행사·면세점·백화점 등은 그동안 포기한 對中 마케팅을 꺼내들며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맞을 채비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8세기 중엽 당나라 현종 때 바둑의 명수인 왕적신(王積薪)이 펴낸 ‘위기십결(圍棋十訣)’이 있다. 위기십결은 ‘바둑을 둘 때 명심해야 할 열 가지 계명’으로 부득탐승(不得貪勝), 입계의완(入界宜緩), 공피고아(攻彼顧我), 기자쟁선(棄子爭先), 사소취대(捨小就大), 봉위수기(逢危須棄), 신물경속(愼勿輕速), 동수상응(動須相應), 피강자보(彼强自保), 세고취화(勢孤取和)를 담고 있다. 필자는 바둑만이 아니라 여러 사안에 있어 지혜를 담고 있다 여기며 생활에도 교훈으로 삼고 종종 되짚어 보고 있다. 

양국 간 관계가 개선국면에 접어들고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가 점차 해소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속에 옳은 행마법은 무엇인가. 사드보복이라는 불확실성이 걷혀 직간접적 제재가 완화되어 다시 활력을 띌 것이라는 전망들이 속속 나오는 시점에 어떤 ‘수’를 두어야할까? 필자는 위기십결 중 ‘공격에 나서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라’는 공피고아(攻彼顧我)와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게 대처하라‘는 신물경속(愼勿輕速)을 꼽아 복기해 보길 바란다.

그간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한중 합의문 발표 이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이 짙다. 사드배치로 경색됐던 관계가 회복되어 우리 경제에 활력을 주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사드보복이 봉합되면 그것으로 된 것인지 되짚어 볼일이다. 이런 분쟁과 피해가 앞으로 반복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피해를 반면교사로 삼아 반복적으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미연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 무기력함보다는 고치는 게 백번 낫겠다. 사드보복 직격탄을 맞아 피해본 소비재 기업들의 피해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이지 않았는가. 이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신중하고 냉철하게 살핌과 동시에 꼼꼼히 분석하며 대응해 나아가야 한다.

다 아시다시피 한국 무역 측면에서 중국의 비중은 날로 증가해 왔으며 수출입 교역 측면 모두 단연 1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중국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은 최대 수입국이자 4대 수출국으로 양국의 무역액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지속적으로 그려 왔다. 한중관계 정상화 발표에 따라 이해관계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해당업계 역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정학적 이점을 갖추며 대중국 교역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는 평택항도 예외는 아니다. 평택항은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사람과 화물이 모일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항만 내 친수공간·공원 조성과 문화·관광 클러스터 구축, 배후단지 개발 확대·신규 여객부두 등 서둘러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측면의 인프라를 마련해 손님을 맞고 활력 넘치는 지역경제를 만드는 출발점·마중물이 돼야한다.

그간 항만 유관기관과 함께 중국의 수출입 편중 측면을 분산시키기 위해 항로 다변화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최선의 노력을 펼쳐왔다. 앞으로도 중국과 원만한 관계유지를 지속함과 동시에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지역과의 전략적 마케팅을 집중해 대중국 의존도를 줄여 교역 다변화를 이끌어 나아가야 한다. 이번 피해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위기십결을 명심하고 복기를 통해 돌아보며 교훈삼아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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