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현지법인과 본사의 가치사슬 기능을 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1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 중인 중소기업의 경영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현지에서 법인을 설립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처럼 열악한 인프라에 대한 불만은 상당부문 해소됐지만, 복잡한 행정체제와 문화적 차이, 허가기관과 투자 파트너의 태도변화 등은 여전히 애로사항을 남아 있다.
매출액 규모가 큰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현지의 복잡한 행정절차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는데, 이는 지방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 대부분은 본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었으며, 현지에서 정책금융 융자를 활용한다는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의 8%에 불과했다. 현지 금융기관 활용은 응답기업의 25%에 지나지 않았다. 재원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적절한 시점에 사업 확장을 통한 경영성과를 얻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최근 동남아시장에 진출한 기업일수록 내수판매 시 의사소통 및 문화적 차이를 애로사항으로 꼽는 비중이 높았다.
또한 응답기업의 50%는 향후 3년간 매년 5~10%씩 임금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예전처럼 단순히 저임노동력만을 활용하기 위해 시장에 진출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이 동남아시아 진출하려는 경우 진출목적을 더 구체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컨설팅 내용을 제공함과 동시에 노무 및 세무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연구원 관계자는 전했다.
아울러 한국본사와 현지법인의 가치사슬의 기능을 분화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해외진출기업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현지화가 강조되면서 현지법인의 기능에 대한 권한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납품 고용 판매가격 등 생산과 직결된 대부분의 결정은 현지에서 이뤄지고, 신규시장 개척, 신제품 개발, 생산설비 확대, 금융조달 등 투자 결정은 여전히 한국본사의 기능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최근 동남아 개별국의 통상 및 투자유치 정책, 고부가가치 사업 육성전략, 아세안경제공동체 출범 등 통상환경 및 경제여건의 변화 가운데에도 한국본사는 현지법인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한국모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보다 높게 평가하는 상황이다. 이는 곧 본사와 현지법인의 가치사슬의 기능을 분화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고 연구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연구진은 양 지역간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호간 깊이 있는 이해가 필수이므로, 지역연구 강화 및 지역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김동민 기자 dmkim@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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