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31 08:45

기획취재/ 사고를 부르는 '전투콜' 그 대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모든것이 점점 편리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자장면이나 치킨을 시켜먹기 위해 냉장고 옆 붙어있는 요식업체 전단지나 스티커를 보고 직접 전화를 걸어 배달음식을 시켰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고 스마트폰의 배달전문앱을 사용하면 된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이 방법을 선호하진 않지만 시대에 민감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젊은 세대는 배달앱을 주로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배달앱 기업도 계속 늘어가고 있으며 수많은 배달앱 기업이 홍보활동을 펼치며 경쟁을 하고 있다.

배달의 생명은 속도다. 즉 얼마나 빨리 음식이 오는가에 따라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형성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배달앱을 통해 시킨 음식은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오는 것인가? 

배달을 하는 사람들 즉 배달원들이 자신의 배송차량(주 오토바이)에 휴대폰을 2~3개 붙여두고 프로그램을 계속 켜 놓는다. 수요자가 배달을 요청하면 앱을 켜놓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알림이 뜨고, 먼저 누르고 가는 사람이 임자다. 배송기사들이 요청이 뜨면 서로 하려고 경쟁을 하는 셈이다. 소위 ‘전투콜’이라고 불리는 위험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배달앱 기업들은 음식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앱을 통해 배달원과 연결시켜 준다. 취지나 아이디어는 좋지만 대한민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쫓기다 보면 사고가 뒤따른다.

지난 2011년, 등록금을 벌기 위해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19세 청년이 사망하면서, 이른바 ‘30분 배달제’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됐다. 결국 해당 업체는 30분 배달제를 폐지했다. 그런데 지난해 또 한 명의 패스트푸드점 배달원이 택시와 충돌해 사망하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사고 후 해결방안에 있다. 배달원들이 대부분 청소년이나 사회적 약자가 많아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배달 중 사고를 겪은 A씨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지만, 이후 배달대행 업주는 치료비를 낼 수 없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씨가 업체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스스로 콜을 받아 건당 수입을 챙겼던 개인사업자라는 것이다. A씨는 아직도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현재 배달원으로 종사하고 있는 B에게 어렵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B씨는 배달업이 위험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70건 정도의 배달을 소화하고 있는 B씨는 “배달대행 배달원의 수입은 건당으로 계산된다. 다시 말해서 최대한 배달을 많이 해야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마음이 급하다 보니 배달 중 크고작은 사고를 겪게 된다. 이 바닥에서는 평균 배달시간은 20분이 기준이 되고 있다. 20분 안에 음식 배달을 해야 손님들이 큰 불만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배달원에게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냐?고 묻자 “사실 잘 그런것에 대해 모른다. 그냥 젊었을 때 바짝 벌려고 여기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한 방송을 통해 ‘전투콜’이 이슈가 된 후 기업 및 공기관에서도 ‘전투콜’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본지는 그 동향을 파악해봤다.

배달의 민족, 라이더 보험 적용 의무화

우선 최근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중 한곳인 ‘배달의 민족’ 관계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달앱과 배달기사 간 계약 조건 및 방식은?

급여제 라이더와 프리랜서 라이더로 나뉜다. 급여제(시급+인센티브)라이더는 배민라이더스 법인에 소속되는 방식으로 이 안에서 풀타임과 파트타임으로 또 나뉜다. 급여제 라이더는 4대보험에 가입돼 있고 그 외 상해보험에도 가입돼 있어 만약의 사고를 대비하고 있다.
프리랜서 라이더는 개인사업자로 운영되는 방식이다. 프리랜서는 말 그대로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이들에게도 산재보험 50% 지원, 바이크 용품 지원, 보호장비 제공, 단체 상해보험 가입 가능토록 했다.

<풀타임 급여제 라이더>
근무 조건: 일 8시간, 주 5일 근무.
혜택: 4대보험 가입, 바이크 용품 지원, 보호장비 제공, 단체 상해보험 가입, 센터 관리자 및 본사 채용 시 우선 선발
<파트타임 급여제 라이더>
근무 조건: 원하는 시간에 근무 (주 40시간 미만)
혜택: 4대보험 가입(주 15시간 미만 시 산재보험만 가입), 바이크 용품 지급, 보호장비 제공, 센터 관리자 및 본사 채용 시 우선 선발


배달원이 한건이라도 배달을 더 하기 위해 마음이 급하다보니 교통사고가 나기도 한다. 혹시 교통사고 시 어떻게 처리되나.

우선 배민라이더스의 모든 라이더는 종합 보험이 적용된다. 사실 소규모 배달 대행 회사에 소속되어 있거나, 단기 아르바이트로 오토바이 배달을 하는 경우 상당 수가 제대로 된 보험도 들지 못한 채 운행을 하고 있다. 의무 보험인 ‘책임보험’을 들긴 하지만 이는 보장의 폭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큰 사고라도 당하게 되면 제대로 된 보장을 받기 어렵다. 본인이 다쳤을 때 보상 받을 수 있는 ‘자기손해보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들은 기본적으로 이륜차 종합보험이 적용된다. 대인 배상은 무한, 대물 배상은 3천만원이다. 여기에 추가로 자기손해보상항목이 추가된다. 교통사고 상해 시 250만 원, 사망 시 2천만 원, 후유장해 시에도 최대 3천만 원까지 보장된다. 아울러 산재보험 100% 가입돼 있어 업무중 일어난 사고라면 라이더가 원하면 언제든지 산재 처리가 가능하다.

향후 개선방향은?

아시겠지만, 이륜차의 종합보험은 가입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다. 사고율을 이유로 보험사에서 가입 승인을 해주지 않고, 가입하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보험비가 높다. 그래서 책임보험만 가입하고 운행하는 라이더들이 많은데 책임보험은 보장의 폭이 한정적이라 제대로 된 보장을 받을 수 없다. 종합보험이 꼭 필요한 이유다. 우리의 경우 회사 대 보험사의 계약으로 오랜 시간 협의를 통해 종합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지만 소규모 배달 대행 회사들의 가입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제도적 보호 장치가 많이 갖춰져야 할 것 같다. 배달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배달의민족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라이더 근무 환경 설문 조사 결과 라이더들이 가장 힘들때는 인격 모독을 당할 때라고 했다. 라이더들의 안전 운전과 함께 배달원도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로서 인정 받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배민라이더스는 라이더의 안전 운행을 위한 보호 장치와 근무 환경 개선에 적극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혜택 지원, 서비스 교육등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4년도 부터 안전한 배달 문화를 위한 ‘민트라이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운전 면허만 있으면 오토바이 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오토바이 운행 수칙을 몰라 생기는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오토바이 무료 교육을 진행 했고 헬멧쓰기, 인도주행금지, 과속 금지 등의 캠페인을 꾸준하게 진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빠른 배달 보다 안전한 배달’을 중시하는 고객 지향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알바생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이렇듯 배달앱 기업들도 배달원들의 인권보호와 사고방지 및 사고 후 대책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렇진 않다. 아직도 수많은 배달원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익인권법재단 김수영 변호사는 알바생도 근로자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기존의 요식업 배달은 음식점에 고용된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하는 형태였다. 음식점 사장은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여러대 구매하고 유지비와 유류비를 꾸준히 지출해야 하며, 배달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했다. 배달원에게 매달 급여를 줘야 함은 물론 근태관리도 직접 해야 했고, 사고가 잦은 배달업의 특성상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에도 가입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배달앱을 이용하는 순간, 한 달 10만 원의 앱 사용료에 배달 건당 수수료만 지급하는 것으로 이 모든 리스크를 떠넘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변호사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회사 밖에서 업무를 하는 것은 오늘날 근로자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배달이나 고객 운송의 경우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이 사건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가 제공한 각종 프로그램과 인터넷을 통해 업무 구속력은 예전보다 더욱 강해지고 있다. 배달대행사업은 사업주가 배달앱 프로그램과 오토바이를 구비하고 배달원을 모집한 후 음식점과의 배달대행계약을 통해 시작된다. 배달원들은 오토바이처럼 이 사업의 실현을 위한 구성요소다. 사업주는 배달원들이 성실하게 배달한다는 전제하에 음식점들과의 배달대행계약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며, 배달대행계약이 줄어들면 손실을 보게 된다. 배달 건당 수수료는 사업의 전제가 되는 성실 배달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배달대행업의 본질적인 이윤과 손실은 배달대행사업의 사업주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배달원의 사고와 같은 사용자로서의 책임 또한 배달대행사업의 사업주에게 귀속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배달원을 개인사업자라 판단된다면, 신종 배달대행업은 사업주의 사용자 책임을 증발시키고 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탈법적인 사업이 될 뿐이다. 이러한 탈법을 ‘스마트’하다고 봐서는 안 될 일이다”고 지적했다.

근로복지공단, 배달원 ‘전속성’ 중요

그렇다면 근로복지공단의 입장은 어떨까? 최근 근로복지공단도 ‘전투콜’과 관련해 보다 나은 방안을 마련해 가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피해보상의 조건으로 무엇보다도 ‘전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산재보험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만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산재보험의 특례로 산재보험에 당연적용 하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주로 하나의 사업에서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며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하나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보지 않는 업무종사자를 말한다.

현재 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트럭자차기사, 학습지교사, 골프장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기사, 대출모집인,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등 9개 직종 종사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산재보험에 당연적용 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과거 음식점 등에서 배달 아르바이트생을 직접 고용하여 배달하는 형태에서 최근에는 음식물을 전문으로 배달하는 배달대행업체를 통한 배달 형태로 변형되면서 배달대행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나의 배달대행업체에서 전속해 소속사업장의 배달업무만을 수행하는 배달대행기사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전속퀵서비스기사로 산재보험에 당연적용대상이며, 배달대행업체는 산재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고객이 원하는 곳까지 운반하여 주는 사람을  한국표준직업분류표 상 ‘택배원’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퀵서비스기사는 ‘택배원’ 중 ‘그 외 택배원’에 해당한다. 이 ‘택배원’ 중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주로 하나의 퀵서비스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배송업무를 하는 사람을 ‘전속퀵서비스기사’라고 한다. 배달대행기사들은 배달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받기 때문에 배달대행기사들 사이에 배달 주문을 빨리 선점하려는 배차 경쟁이 있다. 배달대행업체 사업주가 정하는 업무 배정 방식이 아닌 전투콜 배차 방식이라 하더라도 배달대행기사가 소속 배달대행업체의 전속 기사라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산재보험에 당연 적용되어 업무상재해에 대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소속배달대행업체의 배송 업무 외에 여러 업체의 주문을 수행하는 배달대행기사 중 전속성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비전속배달대행기사는 산재보험에 당연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사업주 산재보험’에 임의가입 할 수 있으며, 산재보험에 임의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상재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산재보험의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중소기업사업주 산재보험’에 임의가입 하는 경우 보험료 전액을 배달대행기사 자신이 부담하지만,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해 발생 시 치료비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다면 비전속 배달대행기사도 사전에 산재보험에 임의가입 하는 것이 좋다. 실제 배달대행기사의 업무상재해 발생률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배달대행기사는 전속성 여부에 따라 같은 배달대행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중소기업사업주로 산재보험의 적용방식이 달라진다. 최근 스마트폰을 활용해 소속 배달대행업체의 주문 이외에도 여러 배달대행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등 근로형태가 변화함에 따라, 지난 3월, 소속사업장에서 과반 소득을 얻거나 종사시간의 과반을 초과하여 종사하는 경우 소속사업장의 전속성을 인정하는 전속성 기준을 개정 고시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산재보험의 적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했다. 또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 에 배달대행업체 배달원을 ‘택배원’의 정의에 직업예시로 추가하여 배달대행기사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퀵서비스기사)에 해당함을 명확히 했다. 현행 법 제도 하에서는 개선의 추진에는 한계가 있으나, 다양하게 나타나는 근로형태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 배종완 기자 jwbae@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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