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신항 배후단지 1단계 2구역의 매립토 부족 문제 해결에 민간사업자가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항만당국과 지역사회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인천항발전협의회를 비롯한 인천지역 14개 항만·시민단체는 항만당국이 매립토 부족 원인을 규명하고 후속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특히 경쟁력을 갖춘 신항 배후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 재정을 적기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항만당국은 부족한 매립토와 부지 형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개발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매립토 부족·압밀침하에 배후단지 조성 어려움
정부는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 개장과 부족한 복합물류단지 해소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항만배후단지 1단계(214만㎡) 조성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아암물류1단지, 2012년 북항배후단지 이후 추가적인 배후단지 공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배후단지 지반 조성에 핵심으로 꼽히는 매립토 부족현상이다. 항만당국은 배후단지 조성에 필요한 1817만㎥의 매립토 중 1610만㎥는 신항 제3항로를 파내면서 추출한 흙과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토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때마침 신항 부두들이 2015년 본격 출범할 때 8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수심이 확보되지 않아 준설 수요가 발생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기존 14m에서 16m로 수심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파낸 흙을 배후단지에 쓰기로 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송도국제도시 11-1 공구를 메울 355만㎥의 준설토가 필요하자 IPA에 SOS를 보냈다. 해당 공사에 준설토를 이용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IPA는 인천경제청의 요청을 수용했고 결국 11-1 공구 조성에 쓰이고 남은 1252만㎥의 준설토로 배후단지 공사가 진행됐다.
또 인천항의 특성상 원지반이 갯벌이다보니 매립토를 투기하면 하중에 의해 압밀침하가 발생하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 압밀침하는 하중에 의해 흙 속에 있는 작은 틈이 줄어들면서 땅이 내려앉는 걸 뜻한다.
여기에 투기장 조성 당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약 200m 가량을 공사하지 않았다. 매립토를 모두 메우고 갯벌 위에 제방을 쌓으면 제방이 못 버티고 주저 앉아버리는 ‘파이핑’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석 간만의 차로 해수면 높이가 최대 9m까지 변하는 인천항의 특성상 인천청은 계속해서 배후단지 인근 갯벌 바닥을 파낼 수밖에 없었다. 기술적인 문제로 갯벌을 파냈지만 2~3년의 시간이 지체되면서 배후단지의 준설토도 점차 유실돼 현재 1030만㎥의 매립토가 부족한 상황이다.
인천청과 IPA는 인천신항 항만배후단지 조성에 대한 후속대책으로 신항 배후단지 214만㎡를 1구역(66만㎡) 2구역(94만㎡) 3구역(54만㎡) 등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조성해 공급할 예정이다.
1구역은 현재 매립토 투입이 거의 마무리돼 외부 사토로 메우는 작업을 앞두고 있다. 배후단지 준공일정 등을 앞당겨야 한다는 항만업계의 의견이 제기되면서 2구역은 인천항 제1항로 유지준설 사업과 연계해 민간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항만당국은 제1항로 준설과 묘박지 준설로 350만㎥의 매립토를 확보하고 공사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외부토사 약 280만㎥를 추가 유치해 2구역을 조성할 예정이다. 3구역은 IPA가 제1항로에서 355만㎥의 준설토를 투기해 2020년까지 모든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당초 인천청의 목표는 2020년 일괄개발을 마무리 짓는 거였지만 기술적 문제와 재원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1구역부터 개발하고 있다. 1구역이 조성되는 자리에는 LNG냉매시설이 갖춰져 있어 IPA가 시설에서 물류창고까지 파이프로 연결하면 LNG냉매를 활용해 냉동냉장창고로 쓸 수 있다. 전기료도 기존 창고 대비 40%에 불과해,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자본, 배후단지 조성에 도움될까
문제는 2구역과 3구역이다. 인천청은 기존 방침대로 2020년 완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매립토 투입 과정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항만업계는 항만당국이 구상 중인 민간개발 대신 정부 재정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개발하면 부지임대료가 치솟을 거란 우려에서다. 기획재정부와 인천청은 최근 협의에서 신항배후단지 조성의 총사업비를 기존 535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수정하고 정부와 민자로 투자비율을 나눴다.
한 인천항 관계자는 “부산신항은 통항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토도 제거사업에 국비 3437억원의 재정을 쉽게 투입하지만 투입예산이 상대적으로 작은 인천항 배후단지 지원엔 정부가 인색하다”며 “민간개발을 통한 매립토 확보는 공공재 포기선언이다”라고 주장했다.
인천 항만업계의 지적은 이른바 ‘지역 홀대론’이다. 부산 광양 평택 등 국내 주요 항만은 정부재정 50 항만공사 50의 투자비율로 배후단지를 조성해 저렴한 임대료로 항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반면 인천항은 정부재정 25 항만공사 75 비율의 비용부담 구조다. 언뜻 봐선 타 지역과의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 지역 홀대론을 주장하는 인천 항만업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문제는 지가다. 부산항 배후단지 임대료는 ㎡당 321원, 광양항은 129원 수준이지만 인천 남항은 4배나 비싼 1400원에 육박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싼 지가는 정부의 재정투입 어려움과 업계의 재정투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각각 이용되고 있다.
항만업계는 창고 조립 가공시설을 비롯해 업무·상업시설 등 항만 활성화에 필수적인 입주업체의 임대료 부담이 상당할 거로 보고 있다. 하지만 관할당국인 인천청은 입장을 달리 하고 있다. 인천청은 인천항의 지가가 전국 항만 중 가장 높고, IPA가 그만큼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항만과의 재정부담 비율이 차등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민간개발로 조성돼 임대료가 너무 높더라도 입주업체가 없다면 시장논리에 따라 임대료가 자동조정될 거라 보고 있다.
한편 IPA는 지난 19일 공사 대회의실에서 ‘인천항 신규 항만배후단지 활용 계획 및 활성화 방안 수립’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번 용역은 신규 배후단지의 적기 공급을 위해 각 배후단지 별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수립하기 위한 것으로 내년 4월까지 실시된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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