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06 18:29

부산신항 2-5단계, 화물배열 수직이냐 수평이냐

“무인운영엔 수직이 제격” vs “화물처리속도엔 수평이 유리”
▲ 2부두 PNC와 5부두 BNCT(좌)의 부두 항공사진. 수직배열인 BNCT는 안벽에 접안한 선박과 장치된 컨테이너의 배열방식이 수직이지만, 수평배열인 PNC는 선박과 컨테이너가 수평으로 늘어서 있다.


부산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2-5단계 부지 배열방식을 놓고 항만업계에서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수평이냐 수직이냐에 따라 부분자동화와 완전자동화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신항 5개 부두 중 4개 부두는 모두 수평배열이다. 5부두인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만 아시아 최초로 수직배열 자동화 터미널시스템을 도입했다.

터미널업계는 부산항 현실에 비춰볼 때 당장은 수평배열이 유리하지만, 향후 완전자동화를 목표로 한다면 수직배열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항 추가 개장부두 중 민간자본으로 운영될 남측 2-4단계 부산컨테이너터미널은 수직배열을 채택했다. 세계적으로도 완전 무인자동화를 실현한 부두는 대부분 수직배열이다. 독일의 CTA, 네덜란드의 ECT델타터미널 유로맥스, 미국의 APM터미널, 아랍에미리트의 칼리파가 대표적이다.

자동화터미널은 기존 노동집약적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항만 생산성을 높이고 토지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신항의 경우 항만 근로자의 3조2교대 근무, 미세먼지와 같은 공해, 소음에 노출된 작업환경 등이 오랜 병폐로 지적돼 왔다. 자동화터미널은 초기 투자비용이 막대하지만 유지보수 비용 및 인건비가 적게 들어 운영사들이 선호한다.

수직·수평 모두 장단점 상존

수직과 수평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하역된 컨테이너를 부두 내에서 수송하는 수단이다. 보편적 배열방식인 수평은 야드트랙터가 컨테이너를 게이트부터 선박까지 자유롭게 수송한다. 반면 수직은 외부트럭이 게이트 근처 지정장소에서만 움직이고 레일형 자동화 크레인(ARMGC)과 갠트리크레인(STS) 사이에선 스트래들캐리어(SC)만 움직이도록 영역이 분리돼 있다.

수직과 수평 모두 하역과정에서의 장단점은 있다. 수평은 트랙터가 크레인이나 ARMGC가 내려주는 컨테이너를 싣고 장치장이나 선박까지 수송하는 등 자유분방하지만 수직에 비해 반출입시간이 길다. 컨테이너가 대규모로 하역되면 필요한 트랙터가 많아져 부두 내에서 도로혼잡을 야기하기도 한다.

반면 수직은 수송수단의 영역분리로 이동 반경이 좁지만 상대적으로 도로 혼잡이 덜하고 안전하다. BNCT는 28기의 SC로 크레인과 ARMGC가 하역한 컨테이너를 거뜬히 처리하고 있다. SC의 최대 장점은 두 하역장비의 대기시간과 무관하게 독립적인 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BNCT 관계자는 “SC 1기당 구매비용을 따지면 트랙터에 비해 비싼 편”이라면서도 “지난해 BNCT는 28기의 SC로 160만TEU를 처리했지만 타 터미널은 월등히 많은 트랙터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 초기 투자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유지보수 및 기사의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수직배열인 BNCT는 STS와 ARMGC 사이에서만 SC(위)가 컨테이너를 수송하지만 수평배열인 PNC는 트랙터가 부두 전체를 움직이며 수송한다.


운영사들은 수직배열을 선호하고 있다. 인건비 등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데다 항만 파업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지적된다. 우선 해킹에 물류마비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최근 머스크라인이 변종 랜섬웨어에 감염되면서 계열사인 APM터미널의 하역·게이트작업이 대거 중단됐다. 바이러스 하나에 전 세계 APM터미널의 부두작업이 일시 중단되면서 세계 해운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현재 APM터미널은 많은 지역에서 부두운영을 정상화했다고 밝혔지만 기간항로의 양대거점인 유럽과 미주지역은 아직도 수동으로 작업이 되거나 운영마비가 이어지고 있다. 터미널업계가 완전자동화에 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응당한 보안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함을 의미한다.

항만노동시장이 받는 충격도 수직배열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수직배열의 완전자동화나 반자동화터미널은 수평배열보다 고용창출이 부족하다. 먼 미래 신항으로 이전하게 될 항운노조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운영사들은 무인자동화로 상당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대량 실직상태로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항만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항만자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세계 2대 환적항만을 꿈꾸는 부산항도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수직배열을 채택해 자동화의 기틀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항만인 싱가포르항은 올 연말 개장하는 파시르판장 3·4단계에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무인트럭(AGV)을 도입한다.

2-5단계 부두 공사를 담당하는 부산항만공사(BPA)는 배열방식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으며 터미널운영사 선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BPA에 따르면 2-5단계는 현재 하부공사만 이뤄지고 있어 배열방식을 결정하기엔 어렵고, 부두를 운영하게 될 터미널이 결정돼야 상부공사와 배열방식을 논의할 수 있다. BPA의 한 관계자는 “아직 배열방식에 대한 뚜렷한 논의가 없어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완전자동화엔 수직이 좋다는 의견이 많지만 부두 효율성 측면에선 수평이 좋다는 쪽도 많다”며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다.
 

< 류준현 기자 jhryu@ks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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