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국적선사 컨소시엄 결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엄기두 해운물류국장은 27일 가진 간담회에서 선사간 자발적 협의체인 한국해운연합, 약칭 KSP(Korea Shipping Partnership)를 결성해 8월께 공식 출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엄 국장은 명칭을 당초의 한국해운동맹(KSA)에서 변경한 데 대해 “(참여) 선사들이 바꾸자고 한다”며 “동맹이란 이름을 달게 되면 외국선사들이 예의주시하면서 가격담합 등의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부는 KSP를 결성해 선사들이 유휴선복 교환확대, 컨테이너 박스공유 등 네트워크 강화, 해외거점항만 공통투자, 항만야적장 공동 임차, 신항로 공동 개설 등의 비용구조 개선사업을 벌여 나가도록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복항로 통폐합과 같은 사업 구조조정은 KSP의 핵심이다. 엄 국장은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베트남 호치민과 하이퐁 노선 등이 구조조정 대상항로라고 지적했다. 선사 간 출혈경쟁으로 동남아항로 운임은 최근 4년 간 평균 40% 하락했으며 그 여파로 지난해 주요 연근해선사의 영업이익은 전해에 비해 57%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호치민과 태국 램차방을 잇는 노선은 1주일에 국적선사 8곳이 (주당) 배 11척을 운항 중이다. 베트남 하이퐁노선엔 8개 선사가 주당 12척을 넣고 있다. (이들 노선의) 화물적재율이 51%밖에 안 된다더라. 이는 곧 이론상으로 6척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배 6척이면) 매일운항도 되지 않나. 반으로 줄이면 비용절감이 얼만가?”
엄 국장은 KSP 참여 대상은 국적 컨테이너선사 15곳 모두라고 못박았다. 현대상선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남성해운 천경해운 등 6곳은 한 달 전에 참여를 결정했다. 내일(28일) 열리는 사장단 조찬간담회에서 참여기업을 최종 확정 지을 예정이다.
“KSP 구성은 한일 한중 동남아항로를 중심으로 하고, (참여는) 절대적으로 선사 자율이다. (해수부에서) 도움이 되니 (KSP를 구성)했으면 좋겠다고 선사 사장단에 두 번에 걸쳐 의견을 제시했고 이후 선사끼리 자율적으로 10차례 이상 협의했다. 선사 15곳 중 3곳은 배 1척만을 운항 중인 곳이라 참여가 어렵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선사들은 최대한 확대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더라."
엄 국장은 참여기업을 확정하면 8월에 협약(MOU)을 체결한 뒤 연말까지 항로 철수, 신규항로 진출 등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일정을 소개했다. 내년 1분기엔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체재로 항로를 출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선을 철수하는 선사들에게 재정 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부산신항 싱가포르항 등 터미널 인수 협상 중
엄 국장은 이날 KSP회원사가 참여하는 한국글로벌터미널운영사(K-GTO) 사업의 진척 상황에 대해서도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늦어도 내년 말까지 부산신항 터미널 1곳과 동남아지역 항만 1곳을 인수한다는 목표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해외터미널의 경우 싱가포르 홍콩 램차방(태국) 호치민 하이퐁(베트남)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등과 동시다발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들 항만 중 적어도 1곳 이상을 인수한다는 전략이다.
“부산항 한진터미널(HJNC)을 글로벌해양펀드와 BPA 자금을 넣어서 방어하지 않았나? 같은 방식으로 부산항에 있는 다른 부두의 지분 인수를 진행 중이다. 건설 중인 터미널 지분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또 늦어도 내년 말까지 해외터미널을 확보하려고 한다. K-GTO란 이름을 붙인 건 앞으로 인수하는 터미널의 머리글자를 붙여 나가고자 함이다. 예를 들어 홍콩에서 터미널을 확보한다면 이름을 K-GTOH라고 붙이려고 한다.”
그는 선사에게 터미널은 존립의 기반이 되는 핵심 시설이라고 정의했다. “터미널이 없으면 선사 혼자서는 살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는 세계 34개국에 항만터미널 54개를 가지고 있고 2위 MSC는 20개국에서 30개 터미널을 운영 중이다.
“(자가부두에선) 하역료가 공짜다시피하지 않나. 이렇게 비용을 절감해서 다른 데 가서 (화주들에게) 운임을 깎아주는 거다.”
터미널 인수는 KSP 회원사와 대형 하역회사, 항만공사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중 선사는 해당 항만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거나 진출 계획을 갖고 있는 곳이 대상이다. “KSP 선사들은 정부가 터미널을 확보하면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가 직접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엄 국장은 투자 방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부산항만공사(BPA)에서 소유하고 기업은 임대하는 부산항 1-1단계 PSA부두와 같은 방식을 1안으로 해 자금 투자를 최소화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분투자의 경우 2020년까지 1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글로벌해양펀드와 신설되는 가칭 해양선박금융공사에서 자금 지원을 맡게 된다.
“지분투자에 참여할 경우 글로벌해양펀드 자금을 활용해서 선사가 10%,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같은 공공이 30%, 은행 등의 민간에서 나머지를 투자하게 된다. 부산 한진부두도 (지분 인수금액) 2000억원을 이렇게 마련했다. (주)한진에서 10%인 200억원,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서 30%인 600억원을 넣고, 나머지 60%를 수협 등에서 마련했다. 별도로 500억원을 BPA가 투자했다.”
2자물류 규제 입법화 추진
엄 국장은 마지막으로 2자물류기업 규제책 도입 구상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현행법을 놔두고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경우 그룹물량을 50% 이상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물량의 50%가 시장에 풀릴 경우 3자물류기업들의 숨통이 트이는 데다 해운사들은 막대한 물량을 무기로 한 물류대기업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 국장은 이 같은 내용의 2자물류 규제 입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경희 부장 khlee@ksg.co.kr >
0/250
확인